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부지런히 낚시를 다녀야 되는 시기이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네요. 지난주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가족들과 한동안 안산에 머물렀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다들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했음에도 역시 현실로 다가오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외할머니의 발인 일은 엄마와 쌍둥이 이모의 칠순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장례를 마치고, 가족들과 근처 식당에서 다 같이 식사 자리를 가졌네요.

평소였다면 스무 명이 넘는 친척들이 모일 수 없었겠죠. 저희 가족은 할머니께서 두 딸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손님이 적은 낮에는 가족들과 수원 화성을 찾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꼭 이별이 슬프지만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3일 휴가를 마치고 일터로 복귀해 급한 일을 끝낸 다음 바람을 쐬러 낚시 짐을 챙겼습니다. 4일의 휴무 동안 울릉도를 가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하여 가까운 통영 내만권으로 나섰네요.
날씨도 그렇고, 집을 오래 비우기가 적절하지 않았네요. 이날은 원래 가던 신신 낚시가 문을 닫아 민수 낚시를 처음 찾았습니다. 직원이 천절하고, 밑밥 크릴의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다른 낚시인의 글을 읽고 은성 낚시에 처음 전화를 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낚시인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이날과 전날 모두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해 결국 척포의 다른 선사를 이용했습니다.

작은 돌돔을 노리는 낚시인 두 명이 학림도에 내리고, 저는 연대도에 하선하였습니다. 지난 5월 쯔리겐 FG 거제지구 정출 때 학림도에 하선한 이후 척포권은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기분 좋게 하선을 하였는데, 갯바위의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내려본 갯바위 중에서 제일 더러웠네요. 갯바위 전체가 밑밥에 절어 있었고, 틈새마다 쓰레기들이 가득 끼워져 있었습니다.
코를 찌르는 냄새는 물론,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어서 얼른 양수기로 물을 받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가을철 내만권 벵에돔 낚시가 처음이어서 밑밥을 준비할 때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감성돔 낚시를 하기에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웠네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20℃를 넘는 수온만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6월 말의 내만권 벵에돔 낚시에 맞춰 빵가루 위주로 밑밥을 배합했습니다.

4시의 출항 시각이 빠른 것 같아 불만이 좀 있었는데, 갯바위를 청소하고 밑밥과 채비를 준비하니 얼추 시간이 맞았네요 ^^;;
내만권에는 긴꼬리 벵에돔이 많지 않아서 처음부터 밤낚시를 서두를 생각은 없었습니다.

밑밥이 들어가고 처음 얼굴을 보인 녀석은 망상어였습니다. 발밑으로 망상어와 돌돔 치어들이 보이는 것 같아 발밑에 뿌리는 밑밥의 양을 늘렸습니다.

한 시간 정도 밑밥이 들어가고 드디어 벵에돔이 모습을 보였습니다. 20cm를 갓 넘기는 딱 내만권 벵에돔이었네요. 통통하게 몸집을 불린 녀석이었습니다.

이날 낚인 벵에돔들은 모두 일반 벵에돔에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체고에 비해 힘을 많이 써서 손맛이 좋았네요 ^^"

돌돔 치어도 개체 수가 많으면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조류가 밀어 채비가 갯바위 가장 자리로 오게 되면 여지없이 바늘을 물고 늘어졌네요 ㅠㅜ

최근 내만권 감성돔 낚시에서도 알부시리가 말썽이라고 들었는데, 이곳 내만까지 부시리가 낚일 줄은 몰랐습니다. 30cm 정도 되는 부시리들이 갯바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부시리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바로 밑밥을 끊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가 넘었네요. 가져온 발열 도시락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유통기한 1년 정도 지난 발열 도시락은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
왼쪽으로 저 멀리 오곡도가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직벽으로 되어 있어서 제법 수심이 나오는 듯했네요.
왼쪽에서 조금씩 불어나오는 바람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이럴 때는 예보가 참 잘 맞습니다 ^^;;
여서도, 거문도 같이 먼 곳은 아니더라도 좌사리, 매물도에서 나름 기분을 내고 싶었는데, 대부분의 선사들이 출항을 포기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척포권은 바람이 의지되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20℃를 훌쩍 넘기고 있는 수온이 반가웠습니다.

벤자리 새끼가 낚이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통영 척포에서 벤자리와 부시리를 만다다니, 바다가 많이 바뀌고 있나 봅니다.

들물은 오른쪽, 날물은 왼쪽으로 가는 자리였습니다. 내만권 치고 물 힘이 좋아 조경지대가 뚜렷이 나타났네요. 좌, 우로 흐르는 조류가 분명해서 감성돔 낚시에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낚시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갯바위 가장 자리의 수심 7m 이상에서 벵에돔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나서는 돌돔 치어의 등쌀에 제대로 벵에돔 낚시를 할 수 없었네요.

벵에돔의 활성도를 높일 생각으로 가져온 크릴 두 장을 밑밥에 섞었습니다.
내만권 낚시에서 밑밥에 크릴을 넣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전갱이, 고등어 등의 잡어 때문에 하루 낚시를 망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고요.

다행이 이날은 잡어의 등쌀 없이 벵에돔의 활성도만 높일 수 있었습니다.
갯바위 가장 자리 보다는 20m 이상 떨어진 곳을 노리고, 크릴로 대상어의 활성도를 높이는 정석적인 방법에 벵에돔들이 대답을 해주었네요. 끊어졌던 벵에돔의 입질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나저나 요즘도 이런 사람들이 있네요. 갯바위 신발은 둘째 치더라도, 구명조끼를 안 입은 사람 두 명이 옆 갯바위에 하선을 하였습니다.
선장님들이 먼저 안 된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_-;;

새벽부터 조금씩 불어오던 바람이 이제는 낚싯대를 들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졌습니다. 제가 의도하는 것과는 달리 채비와 밑밥이 벗어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벵에돔 한 마리를 마지막으로 낚시를 마쳤습니다. 멀지 않은 내만권에서 이 정도 손맛이면 충분하다 싶었네요.

갯바위에 버려진 쓰레기와 밑밥들은 제 안전과 위생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치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쓰레기봉투를 하나 더 들고 오는 건데, 갯바위가 이렇게 더러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구명조끼 미착용, 갯바위 쓰레기......정말 문제입니다.
오랜만에 벵에돔 하나 보니 잔실수가 좀 있었습니다. 무게감이 낯설어 뜰채 없이 들다가 목줄이 터지거나, 직결 매듭을 하면서 줄 하나를 놓치기도 했네요.
씨알이 작아도 역시 벵에돔 낚시가 재미있습니다. 12월 추자도 출조 전까지는 계속 벵에돔을 대상어로 하고 싶네요.

철수하는 길, 익숙한 자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5월 정출에서 지형 형님과 함께 내려 조 1위를 했던 기분 좋은 추억이 있는 자리입니다.
수심이 12m 이상 나오고, 벵에돔 입질 또한 7m 정도에서 집중되었던 곳입니다.

척포 제일호 사무실로 돌아와 조황 사진을 남기고, 제법 씨알이 되는 녀석들은 고기가 필요한 다른 낚시인에게 전달했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시원한 캔 커피와 귤에 더 기분이 좋아졌네요 ^^"
오랜만의 출조였습니다. 벵에돔이라 좋았고, 출조 후에도 피곤하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벵에돔의 손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수온이 20℃를 넘기고 있습니다. 아마 11월 중순까지는 벵에돔 낚시가 될 것 같네요. 특히 낚시인들이 감성돔 낚시로 몰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산하게 벵에돔 낚시를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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