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추도(줄여) 감성돔 낚시기상 예보를 보고 있으면 완연한 겨울이 다가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2주 전 대마도 출조를 취소한 데 이어 지난주 추자도 출조 또한 기상 문제로 취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우인 "새엄마는 이계인" 지호 씨와 초등 감성돔 낚시를 위해 매년 추자도를 찾고 있지만, 기상 문제로 취소를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ㅠㅜ

아쉬운 마음에 "추자도"가 아닌 통영의 "추도"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일산에서 지호 씨가 통영으로 내려오는 동안 저는 마산 진동의 "낚시월드"에 들러 2인분의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출조와 마찬가지로 통영 삼덕항의 "삼성 1호"를 타고 추도로 나왔습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출항 시간이 1시간 늦춰져 새벽 6시에 출항했습니다.
전자찌 채비 대신 일반적인 주간 채비를 마치고 나니 저 멀리서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이날 저희가 내린 곳은 추도 동편의 "줄여"라는 곳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예보되어 있던 북서 계절풍을 고려한 선장님의 선택인 듯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 내려보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

지호 씨가 배댄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선장님 말씀으로는 조류가 왼쪽으로 갈 때 11시 방향에서 잦은 입질이 들어온다고 하셨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고 첫 동출을 제주도로 갔습니다. 뜨거운 북극곰 준수형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그게 벌써 5년 전쯤이네요 ^^ 엄청 바쁘게 지내고 있는 걸 잘 알기에, 지호 씨와의 동출 일정은 다른 일정보다 먼저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과 바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온이 더 내려갔음에도 작은 방어들이 설치고 있었네요. 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원줄까지 차가는 입질은 그대로였습니다.

밑밥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꼬리 한 쪽에 상처를 입은 작은 참돔 한 마리가 시원한 입질을 보여주며 갯바위로 끌려 올라왔습니다.
삼킨 바늘을 무리하게 빼기보다는 목줄을 잘라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예년에 비해 수온이 높은 편이었지만, 이 혹돔들은 꾸준히 낚여 올라왔습니다. 감성돔과 움직임이 비슷해 항상 헷갈리는 어종이기도 합니다.
이날도 5마리가 넘는 혹돔이 올라왔네요. 수면에 붉은색 어체가 보이면 기대감이 큰 실망감으로 이내 바뀌었습니다 ㅠㅜ

제가 감성돔을 기다리듯이 왜가리 또한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낚여 올라온 망상어 한 마리를 던져 줬더니 부리로 망상어를 찌른 다음 천천히 삼켰습니다.
왜 "킹가리"라고 불리는지 알겠네요.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망상어를 찌를 때만큼은 정말 빨랐습니다.

삼덕항에서 추도까지는 뱃길로 25분 정도로 사실상 내만권에 속하는 섬입니다.
내만권 출조이 장점은 저렴한 선비, 수시 입출항이 가능하다는 점 등입니다. 그에 반해 주말에는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과, 이렇게 어선들이 갯바위 가까이에서 어로 활동을 한다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공들여 밑밥을 뿌려 놓은 것이 헛수고가 되었네요. 공중에 떠 있는 통발이 아니라 바닥에 깔리는 통발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선장님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

잠시 낚싯대를 내려놓고 지호 씨가 끓여주는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였습니다. 조류가 잠시 죽었을 때는 이렇게 라면도 끓여주었네요.
갯바위에 나갈 때 짐을 최소화해서 전투 낚시를 하는 저로서는 꿈도 못 꾸는 호사입니다. 지호 씨 덕분에 따뜻하고 배부르게 낚시를 할 수 있었네요.


왼쪽으로는 얕은 여밭, 오른쪽으로는 자갈밭과 홈통을 끼고 있는 자리였습니다. 왼쪽으로 갈수록 수심이 얕아졌고, 평균적으로 8~11m 수심을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지호 씨가 서 있는 배댄자리에서 1명, 오른쪽에서 1명 정도 낚시할 수 있었습니다. 들, 날물 상관없이 조류는 왼쪽으로 흘렀네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발앞으로 통발 부표가 떠 있었습니다. 혼자 낚시를 할 때는 자리를 옮기면 되지만, 두 사람이 낚시를 할 때는 조류의 방향에 맞춰 통발의 위치를 가늠해가면서 낚시를 해야 합니다.

멈췄던 조류가 다시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천천히 흐르던 구멍찌가 멈칫멈칫하더니 원줄을 당겨가는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방어라고 생각하며 대응을 했는데, 움직임이 조금 달랐습니다. 한참을 올려보니 수면에 감성돔 한 마리가 떠올랐네요. 발판이 좋지 않아 지호 씨에게 부탁해 뜰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

낚시하는 내내 정면에 해가 떠 있었기 때문에 구멍찌가 잠기는 것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습니다. 평소보다 팽팽하게 원줄을 잡고 있어서 입질을 파악할 수 있었네요.
본류 낚시뿐만 아니라 감성돔도 원줄을 차는 입질을 자주 보여줍니다. 저는 바닥에 목줄을 까는 낚시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예민한 감성돔의 입질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새벽에는 정말 추웠습니다. 영하권에 가까운 날씨에 출조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네요. 내만권이 이 정도였다면 원래 가려고 했던 추자 원도권에서는 거의 낚시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멀리 가서 고생하지 않고, 가까운 곳으로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비슷한 씨알의 감성돔을 한 마리 더 걸어서 얼굴까지 봤는데, 갯바위 가장 자리의 통발 부표에 목줄이 감기면서 터졌습니다. 아마 첫 감성돔을 끌어내지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날 주로 사용했던 채비입니다. 두 사람이 낚시를 했기 때문에 채비 정렬이 빠른 고부력 구멍찌를 선택했고, 느린 조류에 맞춰 부피가 큰 수중찌를 골랐습니다.
채비는 영상산업 칼리번 1.2호 낚싯대, 원줄 강우코리아 스페셜플로트 3호, 목줄 경기스페셜 1.7호, 챌리온 와기 2호 구멍찌, 찌스 수중찌 2호, 강우코리아 감성돔 바늘 3호에 미끼는 크릴만 사용했습니다.

낚시점으로 돌아와 계측을 해보니 50cm를 조금 넘겼네요. 추자도 나바론에서 낚았던 감성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5 짜 감성돔이었네요. 감성돔 낚시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
지느러미와 비늘이 깨끗하고, 살집이 통통하게 오른 잘 생긴 감성돔이었습니다.

조황 사진을 남기고, 사모님께서 1회 무료 승선권을 주셨습니다.

삼성 1호에서는 48cm 이상 감성돔을 낚으면 1회 무료 승선권, 53cm 이상 감성돔을 낚으면 1년 무료 승선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회사 사람들과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던 지호 씨에게 제가 낚은 감성돔을 건넸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맛보면 더 의미가 있겠지요.
삼성 1호에는 어창이 없다고 하네요. 다음 날도 출조가 예정되어 있어서 양수기 2대를 이용해 물을 가득 받아 기포기를 틀어 두었습니다. (다음 날까지 잘 살아 있었습니다 ^^)

몇 년 전 둘이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통영 시청 근처의 국밥집에서 수육 백반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추운 갯바위에서 굳어 있던 몸이 따뜻한 국물과 소맥 몇 잔에 녹아 버렸네요.
낚시 얘기, 사는 얘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그만큼 추억들이 많아졌네요. 낚시로 처음 알게 되었지만, 고향 친구를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날 저녁부터 불어온 강한 바람에 높아진 너울을 뚫고 추도에 하선했지만, 감성돔의 얼굴을 볼 수 없었네요.

강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샛바람 강정"에 또 내렸지만, 1주일 전의 바다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낚시를 해봐도 쏨뱅이 몇 마리만 겨우 보고 돌아왔네요 ㅜㅠ

따뜻한 갯바위 라면과 철수 후 준비된 어묵이 그날 최고의 조과였습니다 ^^;;
멀지 않은 곳이니 기상 좋은 날에 한 번 더 도전할 생각입니다. 친절한 선사를 하나 더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감성돔 낚시의 계절입니다.
고기는 다 붙었으니 기상만 맞는다면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듯하네요. 아마 1월까지는 풍성한 소식들이 자주 들려올 것 같습니다.
추도에서의 이틀 출조를 마치고 지호 씨는 일산으로, 저는 여수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예정된 쯔리겐FG 한국지부 "회장배" 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안전하게 출조하시고, 손맛 많이 보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