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역국을 먹으며, 그리고 케잌을 자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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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역국을 먹으며, 그리고 케잌을 자르며...

G 3 851 2002.11.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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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미역국을 먹으며, 케잌을 자르며...




      김일석



      매일 그래왔듯,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딸아이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기상!" "기상!" 외치니
      딸아이는 언제나처럼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곤 주방으로 부시시 걸어가 의자에 앉았더니
      식탁엔 미역국과 함께 먹음직한 갈비가 올라있었습니다.
      "어? 오늘은 아침에 웬일이야?" 그랬더니
      "오늘은 당신 생일이에요"
      "그래? 오늘이 음력 10월 7일인가?"
      "아,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
      짤막하게 말하곤 말을 마쳤습니다.



      눈 뜨자마자 습관처럼
      아침밥 한 그릇 쯤 뚝딱 해치우는 우리 집은
      제각기 앉아서 미역국과 갈비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곤 아무런 내색을 않고
      그저 매일 아침 해왔듯
      머리 감고 세수 하고 드라이 하고 넥타일 매고
      또 아이의 준비물이며 오늘 공부할 주제 따위를 확인하곤
      무감하게 딸아이를 태우고 학교로 달렸습니다.
      교문 앞에 내리며 "아빠, 생신을 축하해요" 하는 딸아이의 인사에
      "그래, 재미있게 지내라"하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곤 미리 약속되어있던 울산으로 황급히 올라갔습니다.
      사전에 약속되어있던 신학기 원아모집요강에 대한 지도를 마치고
      그냥 내려오자니 왠지 쓸쓸하여 울산 사는 친구에게 전화하였습니다.
      통도사 가는 길목의 멋진 초가식당에 들러
      맛난 산채비빔밥을 한 그릇 해치우고는 도란도란 얘길 나누자니
      마음이 가라앉는 듯 참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오후에야 겨우 사무실로 출근하여 늘 해오던 일인
      컨텐츠 점검을 마치고 일찍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들과 집사람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왕 생일이라면 좀 품위있는 저녁시간을 보내자"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챙긴 후, 차에 타고 온 가족이 출동을 하였습니다.
      시험이 눈 앞에 닥친 딸아이도 그렇고
      건강이 시원찮아 늘 애가 타는 집사람도 그렇고......
      막둥이녀석에겐 아빠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즐겁고 의미있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모처럼 값비싼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으니
      아이들도 맛있는지 연신 이것저것 맛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분위기 있는 식당 정원의 벤치에 앉아 가족사진도 찍었지요.
      그저 좋았던지 처와 딸아이가 바닷가엘 가자고 하더군요.
      광안리로 가서 다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또 방파제에 쪼그려앉아 쿵쿵따게임도 하였습니다.
      지난 주말 낚시 다녀와서
      잠이 부족해 상당히 피곤을 느꼈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다시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돌아와 아파트 주차장엘 주차하는 동안
      무슨 약속이 사전에 있었는지 먼저들 올라가더니
      현관문을 열자 온 집안의 불을 다 꺼놓고는
      이미 작은 케익과 네 개의 촛대에는 촛불이 환했습니다.
      분위기 참 좋았지요.....^^
      "생일 축하합니다"하고 부르는 노랫소리와 함께 들어서자니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아이들은 "아빠, 불 끄세요" 재촉하더군요.
      "훅~" 불어서 촛불을 껐습니다.



      알 수 없는 회한과 지난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여태컷 헛살지 않았구나"하는 작은 안도감이거나
      "내 정신과 몸뚱아리를 지켜줄 나의 핏줄이 여기 있구나" 하는
      가장으로써의 정체성을 확인케되는 감동이거나
      혹은 "그래, 내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갖고가야 하는 숙명의 짐보따리"임을
      확인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코 앞에 다가온 교육부 평가시험과
      기말고사 때문에 꽤나 힘들어하는 한창 사춘기인 딸아이는
      시종 명랑하게 웃으며 "아빠, 시험 끝나면 엄마랑 다같이 낚시하러 가요" 하고
      색다른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래, 꼭 그러자" 하고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론 매우 기뻤습니다.
      오직 자연 속에서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서로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는
      가족낚시의 즐거움 예감되어 그저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것도 예민한 사춘기 딸아이의 제안이어서 더욱 그랬지요.



      삶의 가장 큰 기쁨은,
      삶의 가장 큰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들은 오직 내 사랑하는
      나의 피붙이들에게서 오는 것이라는 걸
      또 미역국을 먹으며, 그리고 케잌을 자르며
      체득한 하루였습니다.
      언제나 열심히 살며, 그리고 사랑하며......


      Secret garden.....Adagio










129.254.11.97joinoon: 바탕이 시커매서 글이 않보여요 (ㅜㅜ) 하지만 마우스로 긁으니 잘 보이네요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음악도 좋구요. 저는 금년 생일 선물을 구명복 사달래서 미리 받았습니다.^^ 한달전 와이프 생일에는 올만에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기에 10만원을 주며 1박2일 정동진 여행을 보내주었는데 기차를 놓쳐서 서울에가서 밤새 동대문시장 돌아다니고 발이 아파 죽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 옷을 골라왔더라구요..
살다보면 늘 가족에겐 미안한감이 많더군요.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할텐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11/12-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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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G 해동맨 01-11-30 00:00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조사님들께 언제나 좋은 글 주심에 깊이 감사올리며,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합니다..... ♬~~HAPPY BIRTHDAY TO~♪~ YOU~~ 생일 축하합니다~~즐거운 시간되세요~~` --[11/12]
--

G 코스모스 01-11-30 00:00
211.245.191.9@ title="get-your-soul>신덩이
김일석선배님...생신축하드립니다...사랑하는 가족과 함께...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항상 행복하세요~~*^^* 신덩올림... --[11/12-19:37]
--

늦었지만 생신 축하 드립니다(靜.釣.바.친)배상 --[11/14-00:35]
--

G 바다수리 01-11-30 00:00
211.199.254.123@ title="ysung3114>특공대
형님...생일 축하드립니다...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특공동생 올림... --[11/14-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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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42.99.7섬원주민
띠는 아실테고, 이 몸은 음력 9월 스무사흩날 조금날 미역국 먹었습니다. 서울 오시면 꼭 연락 하세요. 한잔 하입시더....... --[11/14-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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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146.248.142김일석
조이눈님, 해동맨님...보잘것없는 글을 환영해주시니 감사해요...^^
강원도의 힘, 신덩님, 요즘 잘 지내고 있겠죠? 기회가 되면 한번 낚시터에서 만나야할텐데....^^
코스모스님, 아듸가 좋군요....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데 말이지요....가끔씩 들러주시길.....
특공아우님....우리 언제 한번 만나야할텐데....^^
아우님 덕분에 제주도엘 가고 싶어 안달인데 ...^^ 아우님도 늘 건강하시고...참 사업에 변화가 있었단 소식 들었어요....아무쪼록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원주민님, 그러겠습니다. 허리띠 풀어놓고 넉넉하게 한잔 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군요...시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허접한 글에 축하해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안녕히....
--[11/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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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꼬살기바빠써...늦게나마잡수신미역꾹...추카드리고...가족꽈함께늘건강하시기를빔미다. --[11/15-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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