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엔 더머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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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엔 더머가 따로 없다.

G 9 2,423 2002.12.28 11:26
지난 주, 비 오고 파도가 넘칠 때 직장 잃은 친구놈 위로차 데리고 강구쪽으로 갔다가
포기하고 방어리 방파제에서 대를 펴는데 이놈이 옷을 안 가져왔단다.

"옷 우쨌노?"
"차에 있지."
"와 안 가져왔노?"
"내 차 아파트 입구에 있다 안 카더나?"
"이런 쓰벌 눔이, 그라마 옷을 가져가야 된다고 말을 해야지."
"차, 저게 있다카마 그리 갈줄 알았는데 그냥 가데?"
"이런 지미럴, 니 추버서 우째 낚시할라카노?"
"괜찮다. 그냥 하지머"

쓰벌눔이 바지는 면바지에 윗도리 한 10년 전 폴라, 바람 숭숭 들어오는 거 하나
달랑 입고 있는데 거기다 비에, 바람에, 도저히 나는 엄두가 안 나는데 이놈은 자꾸
괜찮단다.
하기사 직장 잃고 얼마 전 이혼이라는 막다른 길목까지 가봤으니 어쩌면 그런 고통쯤은
아무 것도 아닌 지도 모른다.
웬만하면 집에 가자할 건데 낚시를 하자는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할수없이 고어텍스 낚시복을 건네주고 나는 내피만 입고 낚시를 했다.
시간이 지나자 내피는 비에 젖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새벽에 먹은 해장국이 이상했는지
갑자기 속이 영 거북하더니 꾸룩꾸룩거린다.
근처에 적당한(?) 곳을 찾아 앉았는데 앉고보니 하필 폐가의 처마밑이라 비가 다발로 등떼기를 적신다.
볼일을 보고 급하게 차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데 뭐가 짜짝 한다.

"어어... 거게 낚시대 있는데......"
"이거 머꼬?"
"내가 낚시대 있다 안 카더나"
"이런 지기미 밟고 나서 낚시대 있다카믄 우짜노?"
"내가 '어어' 안 카더나."

밟으면서 본능적으로 다리에 힘을 뺐기 때문에 혹시라도 싶어

"아, 씨바, 어어 카믄 내가 우째 알아듣노? 그래도 안 뿌라졌는가보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한마디 던졌더니,
친구는 부러진 부분을 들어 재끼면서

"바라, 학실하이 뿌라졌다.이기 밟았는데 안 뿌라질 리가 있나? 헤헤헤 "
"인간아! 내가 니 때문에 돌아뿌겠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비 때문인지 열을 받아서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아무튼 '덤엔 더머'가 따로 없다.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친구는 낚시대를 차 밑에 놓아두고 채비를 하고
나는 비가 와서 고개를 숙이고 오다가 미처 발견을 못해 그만 낚시대를
아작내고 말았다.
최악의 순간이다. 비에, 바람에, 높은 파도에, 낚시대도 이젠 하나.
친구는 원래 낚시대가 없기 때문에 내게 있는 낚시대 두 대로 늘 같이 다녔다.

"야, 이걸로 해라."

성질은 나도 어쩌랴. 내가 쓰던 낚시대를 건네주니

"니는 우짜고?"
"야, 나는 안해도 된다."
"그래도 혼자 우째 하겠노, 옆에서 밑밥이나 던지라. 헤헤헤 "

아직 파도에 찌가 들어가는지 입질 때문에 찌가 들어가는지도 분간 못하는데
파도에 찌가 휩쓸리기만 하면 챔질을 한다, 그것도 겁나게. 그러곤 꼭 한마디씩 한다

"아, 또 미끼만 따먹었네."

나는 속으로 '으이그 인간아, 챔질을 그만큼 쎄게 하는데 지렁이라도 못 붙어 있겠다.'하며
실실거리는데 분명히 입질을 하는데 이상하다며 나더러 한번 잡아 보란다.

쓰벌눔이 추워 죽겠는데, 거기다 릴 핸들은 지가 쓰는 왼쪽 방향으로
꼽아놓고 나더러 자꾸 하란다.

제기럴, 낚시대 주고 따뜻한 차 안에서 한숨 잘려고 했더니
거머리처럼 붙어 굳이 같이 하잔다. 미치것다.
비는 자꾸 내리고 내피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버들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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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G 낚시반장 01-11-30 00:00


ㅎㅎ..! 감기몸살 나셨겠네요.
아주좋으신 ? 친구분인갑죠!!
새핸 대박하십시요. 잘읽었슴돠. --[12/2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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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석심 01-11-30 00:00
두분의 우정이 정말 돋보이는 군요. 오래도록 간직하세요. 보기가 좋습니다. --[12/28-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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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입질팍팍 01-11-30 00:00
재밌는글 잘읽었습니다.보지않아도 정말 돈독한 우정이 우러 나오는것 같습니다.그 우정 영원히 변치 마시고 담 출조땐 꼭 복받으시길.... -[12/28-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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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섬원주민 01-11-30 00:00
버들피리님 반가워요. 비오고 바람불 때는 차안에서 자는게 더 좋은데..... -[12/28-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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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버들피리 01-11-30 00:00
낚시반장 님, 석심 님, 입질팍팍 님 고맙습니다. 다소 비속적인 표현으로하여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내심 염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좋은쪽으로만 보아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언제든 즐거운 조행길 되시고 새해에도 가정에 화목과 웃음소리가 넘치시기를 빕니다. -[12/28-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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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버들피리 01-11-30 00:00
늘상 섬원주민 님의 좋은 글을 보면서도 인사를 자주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잡초들이 무성하지만 낚시꾼들이 지나간 자리엔 쓰레기가 무성하다는 송곳같이 날카로운 글을 읽고 저부터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신년에도 섬 풍경 많이 그려주시고 그 풍경 안에서 같이 낚시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늘 평안하십시요.*^^* -[12/28-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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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찌매듭 01-11-30 00:00
피리님이 더머? ^^;; 한해 마무리 싱그럽게하시고 새해에는 더욱 멋진 님의 해가 되시길....(찔뿡과 함께 하시면 조지르르해진답니다 ^^;;) -[12/3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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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버들피리 01-11-30 00:00
찌매듭 님, 제가 좀 모자라다보니 친구도 다 조금 모자랍니다. 원래 유유상종이라 하지 않습니까?ㅎㅎㅎ 질풍 님은 제가 만나뵈었는데 매듭 님도 좋은 날에 한번 만나기를 고대해 봅니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근데 정말 질뿡 님이 조지르르한가요? ㅎㅎㅎ ) -[12/30-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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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용맹정진 01-11-30 00:00
새해에는 어복 충만하시기를..^^* -[01/02-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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