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노도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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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노도 그리고 .....

G 5 2,870 2003.02.13 18:43
오후 5시경, 남해 벽련마을 입구 모퉁이 부근...

요번 출조길에도 금산호 선장영감님의 안주인께서는 지난번과 매양 마찬가지로 길가에 나와 웃으며 우리를 반가이 맞이하신다. 이미 장성하여 타지에 나가사는 4남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보시는 할머니의 눈에는 마치 제자식인양 사랑이 넘친다. 물론 그옆에는 아닌 척 하지만 반가워마지 않는 영감님이 엷게 미소를 지으시며 우리를 보고 계신다. 물론 남해의 푸른 바다도 우리를 반기기는 하지만.....

벌써 다섯번째 방문이라 영감님댁 낮은 철대문이 전혀 낯설지 않다. 쬐그만 화단에 이름모를 꽃들도, 상추며 깻잎도 그대로다. 모퉁이 작은 방에는 벌써 온기가 가득하다. 할머니께서 이미 몇시간 전에 보일러를 켜놓으셨다. 멀리서 온다고 춥다고 어여 방에 들어가 몸 쫌 녹이란다. 목소리에도 참사랑이 배어난다.
짐챙겨두기 무섭게 바로앞에 있는 배대는 조그만 방파제로 나간다. 이미 해는 지고 주위가 어둑한데도 방파제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밝다. 3칸대 민장대에 청개비 한마리 길게 꿰어 발밑에 드리우니 톡톡거리며 젖볼락 한마리가 물려나온다. 후훗, 방생... 한시간 남짓, 그나마 방생 수준을 겨우 면한 볼락 몇마리 챙겨 작은 방으로 돌아온다.

영감님댁 작은방 주방옆에 놓인 조금 낡은 듯한 냉장고에는 늘상 먹을 것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김치며 상추며 무우며 갖은 양념이 담긴 양념통이 가득 들어있다. 처음 왔을때, 우리는 할머니 몰래 꺼내 먹느라고 얼마나 마음을 쪼렸던지... 그러다 한참 밥먹고 있을때 불쑥 나타난 할머니를 보고는 또 얼마나 놀랬던지.....
그런데 말이다. 할머니는 물으셨다. 냉장고에 뭐 먹을끼 있을낀데 꺼내 뭇냐고, 김치도 많이 넣어났으니께 꺼내무라고...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우찌 이런데가 다있노, 정말 낚시다닐 맛, 세상살 맛 난다고.....

볼락구이와 매운탕으로 포식을 하며 곁들인 반주 몇잔에 기분좋은 졸음이 몰려오며 우리집 보다 몇배나 따뜻한 방에 등을 누이니 이내 하나씩 골아떨어진다. 밖에 제법 바람이 불지만 내일 노도 출조에는 아무 지장이 없으리라 확신하며 잠을 청한다.

한참을 잤나? 밖은 아직 어둑한데도 시간은 꽤나 흐른것 같다. 시계도 없고 방안도 어둡고 도무지 지금이 몇시인지 모르겠다. 뜨끈뜨끈한 방에 누워있으니 일어나기도 싫고 다시 잘려고 눈을 감으니 정신은 맑아지고, 동료 둘은 아직도 한밤중인양 드르릉 코골며 잘도 잔다. 그런데 잠시후, 할머니께서 현관문을 두드리며 크게 말씀하신다. 아니 누잘라꼬 요기 왔나, 낚시 안갈끼가, 여섯시가 다되가는데 여태 자면 우짜노, 빨리 가야 자리 좋은데 잡제, 일나거라

후다닥, 휘~익, 털털털, 통통통통..... 노도 가까이 와서 보니 이미 부지런한 조사들로 빈자리가 없다.영감님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너무 심려마시고 적당한 데 내려주이소, 괜히 낚시 잘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 꼽사리 끼기는 싫습니더, 발판 좋고 잡어 쫌 나오는 데에 내라주이소.

노도를 끼고 돌아가는 자리에 배를 댄다. 지형을 보니 여도 몇개 있고 제법 물빨도 있어 보인다. 물론 발판은 더없이 좋고... 수심 8미터, 1시방향 20미터쯤 날려서 해보시게, 잡어도 많고 어쩌다 감성돔도 나오니께....예,고맙습니더, 잘 해볼께요... 영감님의 표정이 어느새 밝게 변해있다.

어! 퇴근시간이네요, 2부는 담에 쓸께요 ,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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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ksw22 02-11-30 22:00


ㅓㅏㅣ' -[02/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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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sw22 02-11-30 22:00
이런. 죄송합니다.
예전에 한번 본듯한 TV문학관같은,
맑은 수채화같은 님의 글 잘 읽었읍니다.
2부가 기대되는군요 -[02/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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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건강하세요,,,,,2부에서 만나요. -[02/1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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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터줏대감 02-11-30 00:00
뜬구름님, 님의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부산에 오시면 꼭 전화 한번
주십시오, 소찬에 박주일지언정 님과 꼭한번 자리를 갖고 싶습니다.
즐낙하시고 항상 안전운전 앚지마시고요....
참, 저의 휴대폰은 011-838-2272입니다. -[02/15-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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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뜬구름 02-11-30 00:00
ksw22님,개똥반장님,터줏대감님 댓글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재밌는 얘기거리를 가지고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터줏대감님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저와 동향이며 갑장인 님의 전화를 받고 저 또한 기뻤습니다. 담에 부산에 가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02/24-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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