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노도 그리고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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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노도 그리고 .....(2부)

G 5 2,370 2003.02.20 15:02
제가 사는 대구에서 너무도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였네요. 사고당시의 마지막 통화내용과 갖가지 사연들을보고있으려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도무지 다 읽을 수가 없습니다. 희생자와 유족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비록 낚시와는 상관없는 사고일 지라도 전국에 계신 인낚가족들의 애도의 마음의 표시로 여기 메인화면에 조문이라도 올렸으면 하고 운영자님께 건의하는 바입니다.

나머지 얘기를 마저 들려드리겠습니다.
갯바위에 내려서니 어느새 훤히 날은 밝아 있다. 아직 동틀녁은 조금 추워서 그런지 코끝이 맹맹하고 손끝이 조금 시리다.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며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무언의 시위를 한다. 나, 여기 이렇게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하늘을 본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다. 요런날 햇살을 받아 수온이 조금 오르면 좋다던데....
바람을 느낀다. 미풍도 없다. 등뒤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산등성이에 막혀 힘을 잃은 듯 하다.
물색을 본다. 짙푸른색에 간간이 쌀뜨물같이 뿌연 우윳빛이 섞여있는 듯하다. 물색깔 좋고 !
잘모르지만... 조류를 읽는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눈에 띌듯 말듯 흐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물가에 다가가서 양손으로 한웅큼 물을 떠 담아본다. 시리던 손끝이 오히려 따사롭다.

이제는 채비 할 차례. 그런데 한 친구가 배낭을 열더니 커피 끓일 준비를 한다. 우리끼리 통하는 말로 이 친구는 조사가 아니라 먹사다. 나와는 입사동기로 만나서 퇴사한 지금, 회사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이 친구는 요즘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꼭 봐야 살 것 같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낚시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친구가 좋고 바다가 좋아 출조때면 꼭 따라붙는 이친구는 우리가 낚시하는 동안 밥이며,라면,매운탕,커피 등을 도맡아 해내는 아주 훌륭한 먹사다. 미안한 마음에 정성껏 이친구의 채비부터 먼저 해준다. 3칸반 장대에 청개비 한마리 달아 홈통에 던져놓고 얘기한다. 니채비 요깃다고....^^

언제부턴가 감성돔낚시때 내채비에는 막대찌가 필수가 되었다. 가시성이 좋고 채비의 정렬여부를 쉽게 알 수 있으며 목줄을 짧게 쓰니 원가절감도 되고... 오늘은 1호 막대찌에 1호 수중찌 그리고 한발정도의 목줄중간쯤에 1B좁쌀을 하나 물린다. 수심은 8미터라고 영감님께서 일러주셨지^^

바다를 향해 마주서서 긴호흡을 한번하고는 첫채비를 날린다. 마음속에 목표지점을 정해놓고 찌가 흘러와 주기를 기대하며... 목표지점 가까이 흘러온 찌가 멈칫거린다. 저기 물속에는 분명 훌륭한 고기들의 쉼터가 있으리라... 준비해 온 마끼를 듬뿍 뿌려준다. 첫입질에 올라온 놈은 한뼘되는 놀래미다. 음, 고기가 있구만 그라고 수심도 대충 맞는거 같구만, 뭔가 될것 같은데....^^

돌아보니 저쪽 곶부리쪽에 섰던 또 한친구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있다. 한마리 걸었나 보다. 근데 저친구는 고수라 그런지 조용하게 스무스하게 뜰채도 없이 끌어낸다. 멀리서 봐도 감성돔 한 30센티정도 되어 보인다. 좋겠다~앙^^

마음속 목표지점으로 찌가 흘러들어 왔을때 뒷줄을 잡아 슬쩍 댕겼다 놓아주자, 떠오르던 찌가 정렬도 되기전 물속으로 흐물흐물 잠겨든다. 입질이다! 누가 그랬던가. 낚시는 무한한 인내와 순간 집중력을 극도로 요구하는 스포츠(^^)라고. 찌에 집중하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다섯,넷,셋,둘,하나.. 털거덕! 첫손맛이 묵직하니 분명 감성돔이다. 두세번 펌핑하고나니 떠오른다. 크지는 않다. 한 30센티 정도다. 곧바로 들어뽕이다. 아, 너무너무 좋다. 직인다!!! 근데 먹사가 고기를 보고는 흥분한 나머지 너무 큰소리를 지른다. 쉿!
고기 다 도망간다,조용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분명 한두마리쯤 더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잠시후, 흐르던 찌가 쏜살같이 사라진다. 턱, 슈~잉, 에게!, 망상어네^^ 그새 물이 많이 들었나 보다. 수심을 반팔정도 더 준다. 마음속 목표지점에 흘러온 찌가 스물스물 잠긴다. 호흡을 멈추고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기다린다. 털거덕! 낚시대는 활처럼 휘어지고 꿈쩍을 않는다. 여에 걸렸나? 순간 툭툭거리며 고기의 움직임이 전해진다. 스풀을 풀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여러번의 펌핑에도 녀석은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고함을 쳐 친구에게 알린다. 뛰어와 옆에선 먹사는 내보다 더 긴장되어 보인다. 뜰채, 뜰채 갖다도, 뜰채 어딨는데?, 아차, 친구 채비해 준다고 미처 뜰채조립을 안했다. 낚시가방에서 뜰채를 찾아내 조립하랬더니 잘안된단다. 허걱^^
여러번 실랑이 끝에 물위에 떠오른 놈을 보니 40센티를 넘는 감성돔이다. 이놈이 다시 앙탈을 부리며 물밑으로 내려박으니 여에 목줄이 실릴까 걱정, 너울에 앞으로 밀려오니 직벽에 목줄이 실릴까 걱정, 뜰채는 없고... 할 수 없다. 들어뽕이다. 하나둘셋, 억지로 올라오던 놈이 발앞 직벽에 부딪히면서 티~잉! 헐^^

더이상 입질이 없다. 낚시 끝. 이제는 먹을 차례. 살림망을 들어올리니 한마리 밖에 없다. 어, 두마리 였는데... 살림망 입구쪽 쪼임이 안되고 느슨해져 있다. 우리의 먹사가 고기만 넣고 쪼이지를 않았단다. 헐^^
쿨러에 보니 노래미와 뽈락 몇마리가 들어있다. 우리의 먹사가 그새 짬짬이 잡아올린 잡어를 잘 보관해 뒀다. 할 수 없지뭐, 두마리 합이 70센티는 방생하고 요거라도 썰어 먹지뭐^^

싱싱한 감성돔,잡어회 몇점에 소주 두어잔 하고나니 얼크리한게 너무 좋다. 낚시도 이만하면 성공이고 먹기도 잘 먹었고... 기분 직이네!!

어느새 영감님이 배를 갖다 대신다. 바로 그때, 왠 중국산 목선같이 생긴 허름한 배한척이 오더니 보기도 아슬하게 목숨건 듯 갯바위에 내려서는 늙은 아낙네. 입어료 달란다. 인당 3천원. 황당!, 그러자 우리의 금산호 선장님은 우리편이 되어 주신다. 고기도 안되는데 무씬 입어료, 없다. 주쏘, 없다. 결국 5천원만 줬다. 4천원 절약^^ 배에 오르니 두명의 꾼이 조황을 묻는다. 솔직히 얘기해 줬더니 쏜살같이 내린다. ㅎㅎㅎㅎ
많이 잡으쇼^^

떠나는 시간. 아쉽다. 얼릉 또와야지. 할머니께 셈을 치른다. 배삯3만원에 방값2만원 합이 5만원을 드리니 할머니가 몹시 미안한 기척으로 받으면서 말씀하신다. 우짠다고 방값을 이리 많이 주노. 만원만 받아도 될낀데... 바로 그때, 또 한명의 엑스트라 등장. 주차료 달랜다. 2천원이란다. 영감님은 또 우리편이다. 막 뭐라카더니 우리보고 그냥 가랜다. 자기가 대신 주겠다고... 정말 정인 넘치는 분들이시다. 정말 낚시다닐 맛 나고 세상살 맛 나는 기쁨이 아니겠는가!!

참고로 노도 포인트는 죽는 물때인 11~13물 일때에 가장 조과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다만 주말만 출조가능한 꾼에게는 그 물때가 일년중 몇번 없는게 탈이지만...^^ 또한 가을~초겨울 시기가 가장 피크입니다.
물론 봄에는 손바닥 사이즈의 볼락을 많이 낚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출조일은 작년 12월1일 입니다.)
재미없는 긴 글 읽어 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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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개똥반장 02-11-30 00:00


뜬구름님, 감사히 자알 읽었읍니다,
조은 아주 조은 ,,친구분을 아름답게 표현하셨네요.
두분 오래 오래 친구 하세요.
결혼하심, 변하지 마시고요,,,,
그럼,,
-[02/20-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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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달팽이 02-11-30 00:00
5-6월 에는 큰게많이나오는데 -[02/20-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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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입질팍팍 02-11-30 00:00
저도 2001년 12월에 영감님의 신세를 진적이 있습니다. 좋으신분들 이라 그런지 추천 해주시는 포인터엔 으례히 고기가 나오더군요 그날 45cm정도의 감성돔 한마리 했었죠 감기기가 있어 한마리 하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일행들이 뼈다귀만 앙상하게 남겼지만...ㅋㅋㅋ 가고 싶어 집니다. 남해 노대...... -[02/2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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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gkswin4 02-11-30 00:00
님 글 잼나게 쓰시네요........
전문가 같애요.....
현장에 같이 있는듯한 느낌이 파아악 오네요 -[02/24-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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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뜬구름 02-11-30 00:00
개똥반장님,달팽이님,입질팍팍님 그리고 gkswin4님 댓글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서로의 경험담을 통해서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02/24-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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