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 그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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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그 그리움...

G 6 2,283 2003.02.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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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짙은 어둠이

아침이슬의 무게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꼭두새벽

몽유병 환자마냥 또다시 어둠을 헤치고 길을 나섭니다.

언제나 그러하지만..

어릴적 소풍길에 나서던 것처럼 약간의 흥분을 품은채

새벽길을 질주합니다.





10여년을 쫒아다닌 갯바위 낚시임에도

여전히 가슴 콩닥이며 새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찬란한 은빛 비늘을 두른 위풍당당한 녀석을 만나는

기쁨도 있지만,

아무래도

푸른 파도를 헤쳐 외딴섬 갯바위에 섰을때

짭짜름하면서도 상쾌한 바닷내음과

병풍을 두른듯 늘어선 섬들의 풍광에 취하는 것이

더욱 더 큰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꼭두새벽 선착장에서 반갑게 맞는 선장과 수인사를 나누고

나를 갯바위까지 실어줄 낚시선에 몸을 싣고선

레이더에 의지한채 온통 어둠만 일고 있는 밤바다를 헤쳐갑니다.

선실에 몸을 뉘어도 쉬이 오질 않는 잠을 탓하며

뱃전으로 나와 차가운 밤바람에 담배 한개비로 마음을 진정시켜봅니다.

아직 겨울임에도 새벽 바닷바람이

그렇게 차지 않은 것은

아마도..

봄이 가까이 다가서 있기 때문인듯합니다.





하늘에 점점이 흩뿌려진 별들을 보며

잔잔한 수면위에 퍼득일 녀석을 섣부르게 짐작하곤

이미 상상속의 녀석은 새벽출조길을 넉넉하게 합니다.

스쳐가는 섬들의 갯바위 곳곳엔 일찍 길을 나선 조사들의 정성이

빨간 야광찌의 흔들림에 묻어나고

어느듯 목적한 갯바위에 뱃전을 갖다댑니다.





짐을 챙기고... 내리고...

부산한 가운데 선장의 인삿말을 남긴채

배는 다시 멀어져 갑니다.

이제는 어둠과..갯바위에 부딧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반짝이는 별빛만이 남습니다.

동이 트려면 아직 두어시간은 있어야 할것입니다.





釣友도 없이 혼자 있는 갯바위는 약간의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그 외로움을 털어내듯 챙겨온 짐을 뒤져

버너며 코펠을 챙기고 라면을 끓여 허전한 속을 달래기로합니다.





낚시...갯바위...

혹자는 그냥 고기를 사서먹지 그 고생을 왜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기엔 참으로 좋은 장소임은 분명한듯합니다.

그래도...

그것만으론 무언가가 부족한듯해서 생각해 보아도

마땅히 '뭐가좋다'고 간결하게 표현하기란 쉽질 않습니다.

나의 표현력의 한계를 탓해야 할 일이지만..

그냥 바다가 있어 좋고..주변 풍광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기 때문이라고 해 두지요.





가끔씩 마음이 맞는 釣友와 함께

갯바위에 서면 철없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굳이..서로의 속을 헤아리지 않아도

깊은 속내를 드러내게 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맛있는 횟감이라도 잡아올려 소주를 곁들이기라도 하면

세상을 다 얻은듯 하지요.





언제나처럼 묵묵히

오늘도 갯바위는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몇번이나 이 자리에 섰었는지 헤아려보기도 전에

이미...흰 머리카락만 늘어나 버렸습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을 같이 해 준 셈입니다.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과 다짐을 할 것입니다.

그리곤...또 시간이 흘러 가겠지요.

나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갯바위는

언제나처럼 또 그렇게 나를 지켜 볼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그리고..또 그리움에 못이기면 다시 찾겠지요...












배경음악 : The Winter Moon(토시유키 와타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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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G 개똥반장 02-11-30 00:00


우린 모두가 님의 글처럼 몽유병 환자인가, 봅니다,,,,
일정(출조) 없는 날인데,,,새벽에 부시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고는 다시 ,
잠을 청하는 ,,,,,,,,
심한,,아주 중병인 입니다,,,,,,빨리 치유 되야 할텐데,,,,,그럼,,, -[02/23-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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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좋은바다 02-11-30 00:00
개똥반장님! 아무래도 중병인듯 하지요? ^^ 하지만..굳이 치유하고 싶지 않은 병일수도 있을테지요...님의 건투를... -[02/23-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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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찌매듭 02-11-30 00:00
그렇습니다! 집떠나는 조행길이 주는 감흥이 항상 새롭지요.. 면식이 있는 선장과 민박집의 따뜻한 맞음속에 휴식아닌 전쟁을 치루는 것도 즐겁기만 합지요 ^^;; 머리카락만 희어난 것이 아니라 수염까지도 희끗스러워지니....쩝......... 배경처리와 조용한 음악이 맑게개인 서울하늘과 어울리는군요 잠을 설치고 일찍다녀오는 목욕탕에서의 개운함이 함께 묻어나는군요 ^^ 어디로 또 떠날까 궁리를하는군요..... 편안하시길............ -[02/24-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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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오사마리빛나데 02-11-30 00:00
좋은바다님...
마음속에 정말이지 좋은바다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이시대의 진정한 자유인은 바로
우리 갯바위낚시꾼이 아닐까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02/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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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좋은바다 02-11-30 00:00
찌매듭님.. 매번 님의 좋은 글들을 읽기만 하다가 여기서 뵈니 반가움이 더하는군요.
어디로 또 떠나셨는지.. 모쪼록 좋은 조행길 되시길...
오사마리 빛나데님.. 저의 가슴속에 있는 바다는 아직 너무나 좁답니다.
진정한 자유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겠지요.
님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02/24-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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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오사마리빛나데 02-11-30 00:00
진정한 낚시인은 바로.......
진정 우리가 본받아야할......
많은 낚시인들이 진정한 낚시인이 갈..가야할길을
-[02/24-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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