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 純精한 바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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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그 純精한 바다에선...

G 14 2,208 2003.05.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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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그 純精한 바다에선...




    김일석




    섬, 그 純精한 바다에서
    꼭 낚싯대를 펼쳐야 낚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둠살이 내리는 도심의 퇴근길
    파리한 얼굴들로
    영양가없는 얘기나 나누며
    주점 구석에 맥없이 쪼그려
    한모금 두모금 꾸역꾸역 삼키기만하면
    아, 언제나 사무치도록 그리운...
    나의 술잔 속에는
    그 바다가 있고 사람들이 있다.



    초가을의 어느 밤이었다.
    지붕이 날아갈듯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불면의 밤을 지샜던 그들의 집이
    변함없이 바다에 있고
    덜컹거리고 낡았어도
    내가 그 집에 있는 한
    무덤같은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곳엔
    물고기가 노니는 바다와
    그 바다를 내려다보는 뒷동산의 풀과 나무
    그리고 깎아지른 회백색의 직벽 너머로
    진초록의 청량감이 내 눈을 어지럽히는
    아련한 추억의 낚시가 있다.



    허름한 촌집 마루에 걸터앉아
    사람 좋은 주인장과 한잔 술을 나누고 있어도
    난 낚시를 하는 것이고
    거무티티한 얼굴과 거친 손,
    누우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주는
    늙은 선장과 어깨를 마주하고 있어도
    난 낚시를 하는 것이다.



    섬, 그 純精한 바다에서
    꼭 낚싯대를 펼쳐야 낚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사물이
    내가 만났던 모든 이들이
    내가 어디에 있건
    난폭한 입질을 해오니
    아, 하릴없이 바다만 생각하면
    난 그냥 거꾸러지고 만다.



    이른 새벽
    먹는둥 마는둥 챙겨먹고는
    밑밥통 들쳐매고 하나 둘씩 갯바위로 나갈 때
    누군가는 남아서 섬을 낚고
    누군가는 남아서 우정을 낚는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그리운 사람과
    그토록 보고싶었던 포구와
    촌집 뒷뜰에 흐드러진 온갖 풀꽂을 마음껏 보며
    그 작은 섬, 구석구석을 걸으며
    난 나대로 낚시를 하고...



    물고기만 입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섬은
    하루 종일 제멋대로
    지독한 입질을 하곤 한다.
    섬, 그 純精한 바다에선......




pung105.jpg



music...북한강에서
photo by...http://www.chuja-fishing.net
추자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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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댓글
G a230 02-12-01 06:00
낚시대 들 힘이 없을때까지 이렇게만 대 바라볼수만 있다면... 평화롭고 촌스러운 낚시를 위하여! -[05/04-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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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님...건강하시죠?...그럼. -[05/04-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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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반장님, 반가워요~~댁이 용호동이라 하셨지요?언제 -[05/04-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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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남천동 방파제 쯤에서 만나 차 한잔 하십시다...
아님 방파제에서 낚시도 하면서....^^
-[05/0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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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히라스 02-11-30 00:00
제주 창밖에 내리는 봄 비와 잔~잔하게 깔~ 리는 김일석님의 정성이 듬뿍 담긴 배경과 함께.....
샤~ 르르르 ~~~~ 한마디로....뿅~~~ 하였습니다.... 헤헤헤 *^^*
그라고 .... 개똥반장님은 낚시 안가시고 요기서 뭐~~~ 하신데 . . . . . . . . . . . . . . 요 !!
방파제(?) 쇠주 ........ 저도 어케 한잔(?) 주시면 안될까요? 헤헤헤 *^^*
-[05/0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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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태고의섬 02-11-30 00:00
... -[05/0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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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태고의섬 02-11-30 00:00
지친 삶의 일상을 접고 절절히 찌들은 육신을 눕힐즈음 지금 시간 새벽2시32분 한없이 님으로 인해 잠시의 평온함을 갖읍니다 어떠한 형용사를 동원해도 지금 제가 지닌 감정의 표현이 미약하겠기에 그저한없이 감사드린다고......! "태고의섬" -[05/05-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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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찌매듭 02-11-30 00:00
고기 못잡았제~? ^^;; 심통난 얼굴 같고만~ ^^;;
항시 단정한 모습의 질풍이 수염도 안깍은건 처음이구만~~ ^^;;
이번에는 출장을 핑계로 짧은 일정일거구 5월말일경 장기간 가게 될걸세~~ -[05/05-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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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10일 전후로 시간을 맞추어보도록 해요, 성님....
이번엔 첫날 저녁에만 잠깐 낚시를 하고 낚시를 안했어요....^^
부시리에게 혼쭐이 났죠....^^
둘째날은 섬만 둘러보고 푹 쉬었습니다~
-[05/0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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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일석님...건강하시죠?. -[05/05-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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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일석님...건강하시죠?. -[05/05-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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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저는 요즘, 벵어 만나러 삼익 방파젤 갑니다.
그리고 제 폰은...011-844-5222...입니다.
만나서 좋은 ...재미난... 배우고 싶읍니다....그럼.. -[05/0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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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반장님....
님의 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개똥반장~이라고 입력하고 나니 얼마나 우습던지....^^
개~나 똥~만쳐도 님께 전화할 수 있답니다.
조만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동네낚시터지만 즐거운 벵에돔 낚시를 해보았으면 합니다....늘 건강하세요~~ -[05/0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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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눈썹달 02-11-30 00:00
드뎌 ~ 등대처녀시리즈2 개봉했습니다^^
님께서 쓴 조행기 몇번씩 확인하고 매물도 다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물도 도착하기전 하얀페인트 칠한 섬(삼여)보고
"와 백도다~!"
.................
무식을 용서하십시오~
낚시만 하느라 섬을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갈겁니다.
님 홈피 알아냈습니다 ^^ 그럼 꾸벅~!
.............................................................................공주올림^^ -[05/07-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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