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낚시방 아주머니 이야기...

회원랭킹(월 글등록)


공지사항


NaverBand
낚시인 > 조행기

어느 낚시방 아주머니 이야기...

G 12 3,552 2003.05.13 09:35


2s[1].jpg


  • 어느 낚시방 아주머니 이야기



    김일석






    선배랑 추자 가는 길에
    예의 친근한 그 낚시방으로 들렀다.
    밤이 깊은 데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아무도 없다.
    문에 매달린 딸랑이소리가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의
    텅 빈 낚시방을 들어서니
    그녀는 부시시한 얼굴로 나와 인사를 한다.



    "잠을 깨워서 미안합니다"하며 가벼운 묵례를 하고는
    눈에 익숙한 가게를 들어서니
    확~하고 출조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착 당일, 오후낚시에 쓸
  • 약간의 밑밥을 살 뿐이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부산하게 움직여 크릴을 꺼내곤
  •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끓여 내어놓는다.



    고무통에다 크릴과 집어제를 넣고는 쪼그려앉아
  • 마디마디 굵어진 투박한 손으로 으깨기 시작한다.
    썩 돈도 안되는 일로 단잠을 깨운 것도 미안한 일인 데다
    괜스레 힘들어보여 놔두시라고 하여도
    그저 묵묵하게 반복하고 있다.



    여자의 몸으로 이 골목에 지켜서서
    수많은 낚시꾼들에게 밑밥을 준비해주고,
    묻는 말 하나하나에 성실하게 답해주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불의의 사고로 졸지에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남편은 남편대로
    오가는 손님들께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 일일이 챙겨 기억해 주니
    그저 고맙기만 하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잘 자라 다 대학엘 진학하였다 하니
    "아휴, 잘 되었군요"하고 한 마디 격려를 드릴 뿐이다.
    그녀는 독백을 하듯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가 만만찮게 들어 가게를 옮겼다고 한다.
    이사를 했다는 소식이야 벌써 들었으나
    변변히 찾아보질 못해 그간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니 무척 반가워 한다.



    험하디 험한 낚시방 일도 그렇지만
    잠깐씩 스쳐지나는 이름도 모르는 낚시꾼들
    하나하나의 인상을 기억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텐데
    밑밥을 다 으깨고나서 계산을 하는 중에
    그녀는 난데없이 크릴 두 개의 값을 공제해 주었다.
    의아해 했더니 한 달 전에 실수로 크릴 두개 값을 더 받았다고 했다.



    한 달 전 내가 사 썼던 크릴 갯수와
    받았던 돈을 정확히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내가 오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설사 실수로 두 개값을 더 주었다해도
    워낙에 경쟁이 되어서 그런지
    예전에 비하면 언제나 싸다고 느끼고 있는게 그 집의 크릴값이다.
    게다가 알고 지낸 지가 워낙에 오래 되어
    그 정도 실수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님에도...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그것을 기억하고 되돌려주려는
    그분의 한결같은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단돈 만 몇천원에, 곤하게 자는 사람 깨워 힘들게 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었는데,
    그녀의 강한 생활력과 변함없이 성실한 노동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최근엔 다른 지역을 많이 다니다보니 들르는 횟수도 줄었고
    딱히 살 것도 없는지라
    그리 환영받을만한 낚시꾼이 되긴 텄는데
    그녀는 자신의 극히 일상적인 노동으로
    조용히 나를 깨우쳐주고 있으니 참 대단한 분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그 집을 나서며 느끼는 잔잔한 감동.
    이도 낚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임이 분명하다.



    언제나 만나면 한결같은 분.
    빛나는 양심을 잃지않고
    묵묵히 남편을 내조하면서,
    아이들 건강하게 잘 키우고
    거친 낚시방일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그녀에게
    멀리서나마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 이글을 맺는다.



1052182080.jpg


music...Beethoven...Adagio cantabile Piano sonata No 8
photo by...http://www.chuja-fishing.net/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12 댓글
G 동방조사 02-11-30 00:00
잔잔한 감동이 와 닿는군요. 이렇게 좋은 글 대하고 나면 하루가 상쾌해 집니다 -[05/13-09:53]
-

G 석금 02-11-30 00:00
언제나 좋은 하루되시길.........^*^ !! -[05/13-10:02]
-

G sdisdi3333 02-12-01 09:00
그 낚시점이 어디있는 낚시점이지요...나도 그런 낚시점에 다니고 싶네요....상호와 장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5/13-10:09]
-

G 김일석 02-11-30 00:00
앞만 보고 열심히 살다가
문득 세상에 애정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드러나지않게 자신의 길을 열심히, 그리고 善하게 가는 분들이 참 많이 보입디다.
상호나 전화번호보다도
인연이 닿아 그저 자연스럽게 소중한 분들을 뵐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꼭 원하신다면 제 개인 메일로 문의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05/13-12:37]
-

G 반쪽바늘 02-11-30 00:00
마음이 여유러운 분은 .. 잔잔한정에 고마움을 느끼며.. 기억도 오래가지 않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05/13-13:08]
-

G 야전사령관 02-11-30 00:00
김선생님... 언제나 도시의 일상을 따뜻한 가슴이 아닌 계산된 머리로 사는 저희들에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선사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음악, 그리고 멋진 사진... 오늘도 변함없이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개 조아려 감사드립니다. 좋은 날 되시길... -[05/13-20:58]
-

G 갯바위사랑 02-11-30 00:00
잠깐씩 스쳐지나는 이름도 모르는 낚시꾼들
하나하나의 인상을 기억해 주시는분..
언제나 만나면 한결같은 분..
빛나는 양심을 잃지않고
묵묵히 남편을 내조하면서..
아이들 건강하게 잘 키우고
거친 낚시방일을 성공적으로 꾸려가시는..그분께
저도 작으나마 격려와 위로를 드리고 싶네요..
그런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밝아지리라 생각듭니다.
김일석선생님..선생님의 인간미넘치는 글을 접할때마다
항상..고마움과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또한..
그방향을 제시하는듯 하여..항상 가슴으로
선생님의 글을 뵙고있습니다.
아직 인생경험이 적은 저로써는 선생님의 글은..
참다운 삶이란.. 이렇게 살거라~ ..하시는것 같아
제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늘..고맙게 생각하고 또다시 선생님의 다음 지침을
조심스레 기다려봅니다...
선생님..늘 안낚하시길 바라고..또한 좋은일만 있으시길...
<진해 갯바위사랑였씀다..> -[05/13-23:09]
-

G 야물이아빠 02-11-30 00:00
아침에 출근해서 티백녹차 두개를 넣어 진하게 우려마시고 글을 읽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군요. -[05/14-09:25]
-

G 한빛1 02-11-30 00:00
김일석님! 부럽습니다. 전 그렇게 따스한 사람을 아직 못만났습니다. 제마음이 차가워서 인듯 합니다. 고기 잘나오 포인트 정확하게 찍어준다는 소릴 들으면 철새처럼
이곳 저곳, 밸도 없지요..반성의 시간 이었습니다. 항상 행복 하소서... ~~꾸벅~~ -[05/14-11:08]
-

G 바다백호 02-11-30 00:00
훈훈하고 감동적인글 잘읽었습니다. 낚시점이 다 이러하신다면 좋을건데 저도 경비를 최소화하여 낚시를 하다보니 어떤 낚시점에서는 한때 원전에 뽈락 낚으며 숭어 잡는다고 바늘만 사간다고 손님대우.. 아니 인사를 해도 인사도 않받으시고 하루는 거제로 출조가는날 복장 가추고 입갑을 돈좀되게 사가니 그 날은 잘다녀오이소.^^속 보이드라구요. 전 어린데 요즘은 가면 그사장님께서 인사먼저 하세요. 인터넷에는 그 낚시점이 친절하다고 소문났다던데..제가 볼땐 손님 가리나봐요. 김 일자 석자 선생님 건강하세요. 꾸벅 -[05/14-23:25]
-

G 태고의섬 02-11-30 00:00
........................................^&^..................................한여름밤의후줄근한땀줄기가.........어느해눈 물이되어버릴때가있습니다,,,,,,,,,,,,,,,,,삶은.......그리도힘겨운데.....................v|v..... -[05/17-01:35]
-
G 월광 04-02-02 01:51
잘 읽고 갑니다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