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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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낚시

G 6 593 2003.08.28 16:37
개구리 낚시

어릴 적 국민학교 3~4학년쯤인것 같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이 오면 봄비 올 때
논에 물을 대어 그득하게 가두어 두면 겨울잠에서 깨워난 개구리들이 짝짓기와 산란
을 위해 밤낮으로 울어서 시끄럽던 시절이었다. 시골에서 별 놀이기구가 없던 꼬마들
로서는 개구리도 좋은 놀이 대상이었다. 우선 집 뒤 대밭에 가서 가늘고 곧은 대나무
를 하나 골라 톱으로 밑둥을 자르고, 낫등으로 가지를 위에서 밑으로 툭툭치면 멋진
낚시대가 되었다. 여기 대나무 끝에 낚시줄을 메고 녹슨 너트나 돌을 하나 달고 끝에
낙지 주낚하던 큼지막한 바늘을 구해 달면 멋진 낚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 낚시대 하나 메고 바닷가까지 한 200m정도를 한달음에 달려가면 꼬시래기, 노래미
로 반찬거리정도 잡았던것 같다. 봄에 개구리가 울기 시작하면 재미삼아 이놈들도 낚
았는데 바늘끝에 삶은 보리쌀 한 두개 달거나, 밭에 있던 지렁이(비오면 길가 곳곳에
기어다니는 놈들 알죠^-^)를 끼워 던지면 개구리들이 덥석덥석 물어주니 여간 재미있
는게 아니었다. 그때는 손맛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만약 손맛을 알았다면 요즘 카드채
비처럼 대여섯마리 걸어 즐겼더라면 손맛 죽였을낀데…..

어느 봄날 내 손에 주사기가 하나 들어 왔다. 아마 우리 집에 늙은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 놈이 비실비실 하니까 아버지가 수의사를 불렀던 것 같다. 수의사는 하
얀 까운을 입고 와서는 큼지막한 주사기로 소 엉덩이에 항생제 한 두방 쿡쿡 찔려주면
멀쩡히 일어나곤 했다. 아마 이때 수의사 몰래 슬쩍 했던 것 같다. 주사기 바늘끝을
물에 담구고 뒤 피스톤을 쭈욱 당기면 신기하게 물이 쪼옥 빨려 올라와 주사기 안에
가득찬다. 그리곤 개나 고양이 얼굴을 보고 찍찍 싸면 깜짝깜짝 놀라 달아나던 모습이
여간 재미가 아니었다.

그날도 별 소일거리가 없어 낚시대를 논에 담가 개구리를 한 마리 걸어 올렸다. 입
에 걸린 바늘을 빼 줄려는데 이 눔이 하도 앙탈을 부려 양 눈썹이 찡그려져 그냥 놓아
주기 싫었다. 그래서 집에 있던 주사기를 가져와 뒤 피스톤을 쭉 뽑은뒤 개구리 항문
에 살짝 찔러 넣고서는 피스톤을 누르니 개구리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즉, 개구리
배에 공기가 차기 시작했다. 두 번 정도 피스톤을 누르니 배가 빵빵해졌다. 그런 개
구리를 주위 애들한테 한 번 보여주고는 물논에 살짜기 던졌다. 개구리는 죽을뻔한
상황에서 살았으니 바로 물속으로 도망친다. 45‘각도로 잠수하다 논 바닥에 닿았는가
싶어 헤엄을 멈추면 배속의 부력때문에 수면위로 부웅 뜬다.

이게 어찌된 상황인가 영문을 모르는 개구리는 눈만 동그랗게 몇 번 껌벅거리다.
다시 도망치듯 잠수하지만 헤엄만 멈추면 부웅 떠오른다. 그러면 꼬마들은 낄낄거리고
개구리 도망치라고 고함도 지르고 개구리 얼굴에 대고 손뼉도 쳤다. 그러면 놀랜 개구
리는 또 혼비백산 도망가지만 힘도 빠졌는지 땅에 닿아보지도 못하고 떠 오른다. 불쌍
한 개구리..

이 번에는 다른 놈을 잡아 주사기로 배속에 물을 쭈욱 넣었다. 그러면 개구리 배가
물로 가득차게 될 때쯤 자기 살던 물논에 사알짝 놓아준다. 그런데 이놈은 놓자마자
가라앉는다. 한 참 뒤 숨이 가쁜지 수면위 숨쉬기 위해 헤엄쳐 올라오지만 고개를 내
밀고 헤엄을 멈추면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또 숨이 가빠 물위로 헤엄쳐 올라오려
해도 바로 가라안고 만다. 그러면, 주위 친구들로부터 난 영웅이 되고 죄없는 개구리
한 놈은 물위에 둥둥 떠다니고,한놈은 물밖으로 나올려고 발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린 마냥 즐거워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들의 놀이
감 개구리는 그렇게 죽어가면서 나를 원망했는지도 모른다. "살생유택"이라고 살생은
유택이 한테 시켜야 하는데 우리 동네에는 유택이가 없어서 내가 했으니 불가에서 말
하는 환생이 있다면 다음에 난 개구리로 태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곤 사람들한테 잡혀
서 어릴적 했던 장난을 내가 똑같이 당할지도 모른다.

하기야 난 천국가긴 글렀다. 어느 날 기독교인 두 분이 전도를 와서는 내게 대뜸
"예수님 믿고 천국으로 가셔요"했다. 난 아무생각 없이 "천국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친구들도 다 지옥갈 것이기때문에 난 천국 안가요"했더니 전도 왔던 전도사님
인지 목사님인지 몰라도 두 말 않고 돌아 갔다. 죽어봐야 저승을 알겠고, 개구리로
태어나 어릴 적 장난을 내가 똑같이 당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에야 아쉬운 점은 어릴
적 그 많던 개구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얼마 더 지나면 우리 꼬마들에게 개구리를
보여주려면 백화점 행사 "파충류, 양서류 여름 특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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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G 해조사 02-11-30 00:00


마감시간에 컴을...ㅎ장님께 꼬아바쳐.....ㅎㅎㅎ 사냥꾼님 미녀 X무니(?)만 따라 다니시는줄 알있더니 개구리까지^*^
동화속의 한장면 처럼 어린시절 추억으로 가슴이 아련해져 옵니다.
지옥에 가는 것은 저하고 똑같네요. 저도 천당엔 아는 사람이 없어서...ㅋㅋㅋ
참고로 방금 지옥에 있는 친구가 전화가 왔는데 지금 염라대왕 문지기가 바람든 개구리와 물먹은 개구리의 14대손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던데....^*^
그리고 이 개구리이의 주특기가 덩침이랍니다.....^*^ -[08/28-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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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미녀사냥꾼 02-11-30 00:00
해조사님! -[08/28-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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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오미오 02-11-30 00:00
흠~~
미녀사냥꾼님 글고 해조사님 안녕하십니까....
미녀???님 이 어릴쩍에 무척 개구장이로 자라셨나봐요,,,,,,,저도 어릴때 개구리잡아서 장난많이 했는데....
아참 하마트면 지 본업을 잊으뻔했넹.....ㅎㅎ
이 까막이가 누구여,,,,,,,벽제쥔장 의 똘만이여,,,,,,,,,,,(벽제쥔장----->저승사자)
까막이 한테 잘보이면 천당&지옥 을 맴데로 갈수있음.......
해조사님 은 먼 잘못을 많이했길래 지옥 에가는걸 미리 정했다욤........ㅋㅋ
해조사님 걱정하나도 말드라고용,,,,,,,,,이 까막이 빽이 와~따로 조은께요.. -[08/28-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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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미녀사냥꾼 02-11-30 00:00
해조사님과 오미오님의 고명에 대해서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장성급(별)으로부터...
언제 그쪽으로 낚시계획 잡으면 꼭 한 번 들르겠습니다.
그럼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십시요 -[08/28-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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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해조사 02-11-30 00:00
지는 백제 쥔장 똘만님(!!!) 빽만 믿고 무지 차카게(?) 살아 불랍니다.(어깨에 영자는 나꺼....팔뚝은 하트에 화살끼우고.....)ㅎㅎㅎ 그리고 가실때 연락주시고요. 건강!! 건강!!하십시요.
미녀사냥꾼님 저도 스타님으로부터 님말씀 들었습니다. 우리 스타님이 편하게 느끼셔서 저도 뵙지는 못했지만 우리 싸모님들처럼 여러번 만난 사이처럼 느껴집니다.
우리 스타님이 세상을 밝게만 사셔서 좋게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연휴 끝자락에 시계줄 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별일(酒病 등등)만 없으면 꽁지에 붙어 볼까합니다.
그럼 건강 하시고 항상 즐거운 일만 함께 하시길.....
-[08/28-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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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spacepjk 02-11-30 00:00
글잼있게 일었습니다. -[08/3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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