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의 형제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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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의 형제섬에서...

G 8 497 2003.09.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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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뙤약볕의 형제섬에서...




      김일석




      무인도 낚시금지조치가 잠정적으로 해제되어
      보다 자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퍽이나 다행스럽고,
      그 와중에 부산근교의 보물같은 갯바위인 형제섬 진입이 기능해졌다.
      일에 쫒겨 매일같이 잠이 부족한 데다
      겨우 서너시간 자고 나선 길이라 도무지 몸과 마음이 말이 아니다.



      낚시방에 도착하니 다들 반가운 얼굴들
      우스갯소리 몇 마디에 껄껄껄 웃다보니
      다시 세상이 맑아보인다.
      난데없는 입도금지조치에 분노했던 몇몇분들이 모여
      형제섬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제물을 챙겨들고 배를 탄다.
      모두가 바닷가에서 서로를 익힌지라
      눈빛만으로 대화를 나누며 하얀 포말을 바라보고 있자니,
      새삼 내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불타오르는 듯 하다.



      명랑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하니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다대포 앞바다의 풍경이 너무 새롭다.
      나무섬을 거쳐 도착한 형제섬 계단바위
      얼마나 오랜만에 와보는 곳인지 모른다.



      왼쪽으로 뾰족하게 솟은 작은 간출암 "떨어진 여"를 보니
      오직 한 마리의 대물참돔을 노리며 끝없이 채비를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정성스레 준비한 제물을 늘어놓고 각자 엎드려 절을 하는데
      정성스레 바다를 대하는 낚시꾼의 모습은 대견스럽기만 하다.
      낚시방송사의 취재진은 시시콜콜한 풍경을 담느라 바쁘고
      오랜만에 보는 거친 형제섬의 풍광은 내 낚시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족하다.



      장비를 챙겨들고 제각기 갯바위로 진입하고보니
      완만한 조금 물때의 조류와 드넓은 대양의 기상이 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 채비를 꾸리는 낚시꾼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이미 잘 알려진 포인트인지라
      적당히 수심을 맞추고 둔탁한 채비를 본류대로 흘리기 시작한다.
      제사를 지낸다기에 분위기 잡는답시고 한복을 차려입고 나섰는데
      갯바위에 내리 쬐는 햇볕이 너무 뜨겁다.



      몇번 채비를 던지며 폼 잡다
      이건 차라리 고통이다 싶어 그늘을 찾아 누울 곳을 찾는다.
      파도소리를 벼개 삼아 땀을 줄줄 흘리며 몇번이나 꿈 속을 드나든다.
      후배의 낚싯대에 걸려나온 앙증맞은 참돔 한 마리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무료한 여름 갯바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진다.



      이젠 그늘도 없어지고
      "이 찌는 듯한 날에 낚시하는 저 사람들은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니야"라고 넋두리를 하며,
      저 위 꼭대기 작은 그늘이라도 찾아 계속 옮겨 다닐 뿐이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 불같은 땡볕에 이게 뭐람?"
      투덜거려도 이미 뾰족한 수는 없다.
      배가 언제 오냐고 물었더니 오후 여섯시 쯤이라 한다.



      "아이고, 오늘 잘못하면 스타일 다 구기겠다!" 싶지만
      이미 얼굴은 화끈 거리고,
      자외선 차단크림으로 무장한 꼴짭한(?) 저들은
      무심히도 낚시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가뭄에 콩 나듯 대가 휘었지만
      그리 파괴적인 저항이 아닌 걸 보니 또 작은 씨알의 참돔인가 보다.
      저쪽 떨어진 곶부리에는 꽤나 한참동안 휨새를 즐기는데
      막상 뜰채로 올려보니 차라리 귀한 어린 방어 한 마리
      흥미로운 라이브공연이었다.



      주변정리를 마무리 하고 배를 기다리다 둘러보니
      형제섬은 아무리 봐도 거칠고 남성적이다.
      풀 한 포기 없는 크고 작은 거친 갯바위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직벽과 야트막한 턱
      물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거친 본류대와 깊은 수심.
      대도시 근교에 이렇게 멋진 갯바위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상.하 형제섬 사이에, 혹은 형제섬과 나무섬 사이에
      이런 거친 돌섬 몇개만 더 걸쳐져 있었으면
      가히 일본의 남녀군도가 안부러울텐테,
      낚시자리가 몇 안되는 포인트는
      언제나 협소하고 사람들로 붐비니 그게 아쉽다.



      햇살이 약해지자 대를 접고
      하나 둘 갯바위에 떨어진 오물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틈새에 낀 담배꽁초까지 남김없이 한 자리에 모으고
      착한 후배는 땀을 뻘뻘 흘리며 두레박으로 물청소를 시작한다.
      그것을 바라보니 흐뭇하기만 한데
      다들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갯바위 구석구석에 있는 쓰레기들을 밑밥통에 모은다.
      흘려진 크릴과 집어제의 잔해물들을 물로 깨끗히 씻어내고 나니 갯바위가 훤해진다.



      버얼겋게 탄 얼굴이 걱정이지만
      모처럼 찾은 형제섬의 변함없는 위용을 감상하고
      짧은 시간 조우들과 즐거움을 나눈, 내겐 참 각별한 하루이다.
      집으로 돌아와 감자를 갈아 붙이고 오이를 썰어붙이고 난리를 하지만
      이미 망가져버린 얼굴은 어쩔 수 없는 일.
      아, 얼굴이 새카맣게 타든 내 몸에 털이 무럭무럭 자라든
      외모 따위에 완전히 신경을 끄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photo....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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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G 섬원주민 02-11-30 00:00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형제섬에 가보진 못했지만 가끔 비행기로 서울에서 부산갈때
가덕도 위를 돌아서 U턴할 때 돌섬이 서너개 보이던데 그게 형제섬이 아닌가요.
날씨 좋을 때는 대마도도 길게 보이던데....
仲秋佳節 만복을 기원합니다.
-[09/09-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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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부산고척낚시 02-11-30 00:00
김일석님 즐거운 추석 되십시요. -[09/09-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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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님....반가웠읍니다.
담엔 ...
쒸워니와 함께,
따뜻한 맘을 안주삼아, 벗하고 싶군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中秋節" 되시길 소원합니다...그럼. -[09/09-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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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갑장님, 차사장님, 반장님...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명절 되세요.....^^ -[09/1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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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떠도는바람 02-11-30 00:00
일석님 명절 잘 보내 셨습니까..... 꾸뻑.... 그리고 ,,,,,,,, -[09/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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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cham 02-11-30 00:00
멋져요~~~ 낚시계이 하리마오~~우리 김일석님 ^^ -[09/23-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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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월광 04-02-02 01:31
일석님 넘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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