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과 허풍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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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돔과 허풍쟁이

G 5 578 2003.10.15 15:25
감성돔과 허풍쟁이

낚시 다녀 온지 일 주일 쯤 되어서 달 마다 모이는 갯꾼들의 무등산 산행 모임 뒤 끝에
"지난번 일요일 기선이 재미 좀 봤어. 둘이서 감성돔 한 100마리 했지 않나 싶어. 기선이가
숭어를 이따 만헌 거 한 마리 허고, 요맨헌 거 한 마리 잡어서 짹깐한 것은 나 한마리 주고
나머지는 집으로 챙겨 갔어. 인자 기선이 바다낚시 도사 다 됐더라." 하며 오른팔은 잣대가
되고 왼손의 엄지와 검지는 둥그런 눈끔이 되어 앞으로 뒤로 훑어데며 팔을 앞으로 힘껏 내
밀어 보나 놀라는 친구넘 아무도 없고

"아이고 또 구라 까고 있네. 머시 어쩌고 어째 구라 까지 말어 임마"
"뭐시 어째 허풍떨지 말어. 세상에! 전 번에 성둔가 뭐신가 안 갓냐. 걔기(고기)라고 잡은
것이 뿔래기라등가 뽈락이라등가 뭐라디 그거시 뭐여 요 째끔만 한 거 두 마리 해가꼬는
(두 손가락을 세 마디 접어 내질러 보이다가 "뭐 그려 요만은 했제 "하며 내가 내 손목을
가리키니 이제는 손가락 두마디로 더 줄어든다). 니미 우리 그때 회비로 이십은 깨져쓰꺼만.
아니 교통비다 뭣이다 해가꼬 삼십은 깨져쓰꺼신망. 워메 세상에 고것을 걔기라고 잡어가꼬
는 아침에 맛 좀 보잔게 젓가락도 데지도 못하게 허고.......어메 그런 놈의 바다 낚시 머더
게 갈꺼여 안그러냐....."
"야 지그들 고로케 마니 잡었다면 불러야 할꺼아녀 지그들만 묵고 자랑만 허먼 뭣 헐꺼여
안그러냐." 전어회에 소주를 털어 넣고 입가심으로 생맥주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침을 사방
으로 튀기며, 또 한편으로는 침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옛날 기차 화통이 되어 내 뿜는 소리
다.
"아 이 놈들아! 정말로 마니 잡었당게 그라네. 진짜로 잡었당게, 허허 그걸 안 믿네. 야 나
중에 기선이 한테 한번 물어 보먼 알꺼아니냐" 그래도 내 편은 아무도 생겨나지 않았으니
차라리 둘만이 아는 비밀로 묻어 둘걸 괜히 자랑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는 꼴이 되었다.

시월 첫 주 일요일 새벽 세 시 반 광주를 출발하여 여수 돌산도의 군내항을 향하는 동안
나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내심 친구가 배멀미를 말아야 할건데 은근이 걱정이 앞선다. 굳이
갯바위 낚시만 고집하는 친구를 이리저리 단침을 발라 꼬드겨서 가는 참이라 일단 배멀미를
했다하면 7-8시간을 으미! 보통 미안한 일이 아니다. 일단 귀밑에 붙이고 맥소롱 한 병 으
로 대책을 세우고 지켜 보는 수 밖에.....

여섯시 못미처 도착한 군내항의 앞 바다는 아예 바람이 없으니 아직 잠들어 있는 포근한
아침 바다 그대로 이나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바쁘기만 하고. 일단 뱃속이 텅 비면 멀
미를 더하는 법이니 친구와 나는 선장님 사모님께서 차려준 아침을 든든이 먹고서 맥소롱을
한병 바로 털어 넣고는 동행하게 될 꾼들을 이리저리 훑어보니, 서로서로 가져온 장비나 차
려입은 모양새를 이리저리 가늠하며 거기는 초보, 여기는 프로, 저기는 멋쟁이, 자기는 촌놈
으로 구분하며 은근이 힘을 겨루며 호흡수를 높혀간다.

배에 짐을 옮겨 싣고 보니 선장님 포함하여 인원 10 명으로는 10톤의 배에서의 선상낚시는
여유롭게 할 수 있겠다 생각이드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그렇게 빠르지 않는 속도로 달
려가니 뱃머리 부분에 부딪혀 일어나는 물보라를 피해 옆으로 비켜서서 난간을 잡고 심호흡을
해데니 아침 바다의 싱그러움이 폐포까지 파고든다. 이곳은 매미의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
지 크게 무질서해진 부분이 없었다.

수년 전 부터 바다 낚시는 다녀봤지만 주로 홍무시 달아 쳐넣고 기다리는 낚시 외에 감성
돔을 노리고 하는 선상 구멍찌 낚시는 경험이 적고 마릿수 조황을 경험한 적은 별로여서 은
근이 기대가 되는데 친구와 나는 대어와 다어에 각각 오천원 걸고 낚시에 임하기로 하였다.

군내항을 떠나 20-30분 지나 도착한 포인트는 송도 지나 개도 서편 홍합 양식장으로 그
곳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에 배를 고정하고서는 박선장님은 자리 배치를 하였다.

"앞에 사장님 너이(넷이)는 가치 와씅게 앞에서 허고 그 쪽 양반들은 뒤에서 허고, 근디 사
장님 둘이는 배낚시는 해봤오. 중간에서 허기가 머던게 배 지붕으로 올라가 불라우. 해보먼
지붕이 명당이제. 올라가 부쇼. 수심은 5-6m만 주고 멀리 떤질 것도 없어라우. 바로 코 앞
에다 노코 흘려 보쇼."

친구와 나는 짐을 지붕위로 옮겨 자리를 잡고 채비를 준비하여 1호대에 원줄 3호 목줄 2
호, 구멍찌 1호(선장님 권유), 수중찌 1호, 3B 좁쌀봉돌 채우고 5m 수심 주고 채비 투척. 7
시 10분. 지붕위라 그러는지 물결이 거의 없음에도 뒤뚱뒤뚱거리지만 아직 둘다 멀미하는
기색은 없다.
2물때라 그러는지 물의 흐름은 거의 완만하고 넣자 마자 붉은 찌 톱이 스물스물 색을 잃어
갈 때 챔질을 하니 뼘치 감성돔, 바로 방생하고. 다시 투척 또 다시 뼘치가 올라오고 방생 반복
하다가 24-25cm 크기의 것은 뜰망에 넣고 흥분이 되어 친구 쪽을 쳐다보니 아직은 잠잠.
아! 저러다 멀미는 말아야 할 것인데. 친구는 물리지 않아도 동요하지 않고 조용하기만하다.
친구는 원래부터 도인이다.

취미 생활을 하다보면 그 분야에 도인을 만나게 되는데 친구가 그 도인 아닌가 싶다.

일단은 채비나 차림새가 요란하지 않고 수수하고 겸손하며 소리 소문 없이 틈만 나면 낚시
를 다니고 잡았다 못 잡았다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같이 가게 되면 들어가는 비용을
자기가 조금 더 낼려 하고 잡은 고기를 다 남에게 주어 불고 항시 빈 바구니를 유지하고,
채비를 보면 뭔가 차이가 있어 연구한 흔적이 있고, 혹시 내기를 할라치면 지가 많이 잡고
도 덜 잡었다 얘기하고 일요일 심심해서 휴대폰 때려보면 어김없이 바닷가 어느 방파제에서
홀로 낚시하다 말고는 날씨는 어떻고 조황은 어떻고 자세히도 알려 주며, 어느날 38-39c"에
육박하는 7-8월 땡볕 갯바위에 서보면 미동도 하지 않고 수 시간을 찌만 노려보다가 "어이
무지 덥네 인자 가세" 한마디에 들릴락말락 한 소리로 "그럴까" 답하면 그날 낚시 끝인데
도시 깊이를 알 수가 없고 넓고 조용함이 한량이 없으니 바다와 같은 친구랄까......

한시간 이나 지난 다음부터는 친구가 연타로 감성돔을 낚아내고 선두나 선미에서 하시는
분들도 계속 낚아내니 선상에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유난히도 앞에 자리 잡은 한분과
뒤에 한분의 챔질이 빈번하여지나 나 쪽은 그들이 너 뎃 번 챔질에 성공하면 나는 한번이나
성공하니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도시 알 수 없었다.

3-4시간이 금방 지나버리고 이제 친구는 배멀미에서 안정권에 들어 챔질에 몰입하여 친구
나 나의 살림망에는 십 수마리의 감성돔이 노닐어 아직은 만족 할 수 없으나 방생한 마릿 수
가 배는 넘으니 이때 까지만 해도 반백마리는 잡었으리라.

아랫쪽에서 선장님이 차려논 회 한 점에 소주 두어 잔을 털어 넣고 다시 지붕에 오르니 배
가 흔들, 내가 흔들, 바다가 흔들, 모두가 흔들 흔들.

점심을 먹고는 채비를 점검하여 보았다. 처음에 5m 준 수심이 찌매듭이 느슨하여 6m로 늘
려 있어 다시 5m로 조절하고, 아무래도 2호 목줄의 예민도가 잡히는 고기의 크기로 봐서
둔한 듯하여 1.25호로 바꿔 달고 좁쌀은 두 개를 달아 더욱 예민하게 하고 바늘은 3호 그
대로 달고는 백크릴 한 마리 채워 투척하니 그때부터 1-2시간 가량 정신없이 낚아냈다. 살
림망에 넣을 시간이 없어 지붕위에 여러마리를 뉘어 놓으니 퍼득거려 수건으로 덮어 두고는
챔질을 계속했다. 지붕에서 계속 챔질을 해대니 총각으로 보이는 청년이 낚시를 하다말고는
나 쪽을 멀그름하니 쳐다보니 괜히 내가 방해나 한 것처럼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쪽을 보니 낚시대가 거의 U자로 구부러지는 폼이 대물이 문듯하여 뜰채를 가지고 내
려가니 60-70cm 되어 보이는 숭어가 이리저리 바늘 털이를 하고 겨우 뜰채에 넣고 들어 올
리니 제법 묵직했다. 친구는 바로 조금 뒤에 처음 것보다는 약간 작은 숭어를 또 낚아냈다.
나는 이때 쯤 철수 시간 1-2시간 전이라 오늘 대어,다어 상으로 배추잎 한 장 준비 하기로
했다.

오후 3시가 되어 "철수합시다, 철수합시다" 선장님 이 외쳐데니 아쉽지만 모처럼만의 선상
감성돔 찌낚을 마감하게 되었는데 친구나 나나 이이스박스가 풀이 되어 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숭어를 한마리 건네 주었다.

돌아오는 중에 이제부터는 "나 고기 많이 잡았다"가 아니라 "그날 어떻게 된셈인지 고기가
잘물드라"라고 말하여 나가 빠지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냐면 하루 종
일 고기가 물어데어 챔질만 해뎃으니 말이다.

집에 돌아와 싱크대에 풀어 헤쳐놓으니 30-40수 넘어 보였으니 방생한 마릿수를 합하면
100마리 넘게 챔질을 했다는 셈이 된다.

이리해서 갯날 친구들에게 "그날 어찌된 셈인지 고기가 잘물드라" 하지 않고 실수로 감성
돔 백마리 넘게 내가 잡았노라고 자랑 한번 해봤드만 그 인간들이 "또 구라 까고 있네, 구
라까지 말어, 허풍떨지 말어 임마"하고 강하게 욕까지 얻어 먹었으니 낸 들 심보가 편하지
않아 증거물로 이번 조행기를 써보는데 혹 친구들이 이글을 읽고도 이글을 믿지 못하면 친
구들한테 문제가 있지 않고 혹시 내가 평상시 허풍스럽지 않나 반성해 볼 일이다.

물론 시간이 늦고 피곤하더라도 친구 한 둘이라도 불러 나누어 먹었드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
었겠지만 한참이나 선배이신 옆집 윤선생님 댁으로 다섯 마리의 감성돔이 이쁜 접시에 올려
간 것으로 그날 끝을 맺었으니......................

2003년 10월 갯.바다청소고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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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kamshi 02-11-30 00:00


ㅋㅋㅋㅎㅎㅎ^^ -[10/15-16:51]
-


G 고초보 02-11-30 00:00
재미있는글 잘 읽었읍니다, 꾼이라면 한두번쯤 그런일이...... -[10/1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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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파도를걸으며 02-11-30 00:00
나두 ㅋ ㅋ ㅋ
글을 읽다 말구 한참동안 웃느라고...
어제는 모처럼 바둑을 두다 만사 밥먹는 것 까지 잊어버리고
오늘은 또 황홀한 감성돔 바다속 왕국을 여행...
갯.바다청소고래님의 글을 읽으면
사막의 모래위를 마냥 뛰놀던 아이들처럼 마냥 원초적이고 순수함이...
그 아름다움이 기득한 또 다른 조행기가 기다려지니...
아름다운 글 감사드리며...
-[10/16-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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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바람같은마음 02-11-30 00:00
어험~! 내가 잡은것처럼 기분이 좋네요^^ -[10/16-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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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먹등대 02-11-30 00:00
구라까지 마쇼.....ㅋㅋㅋㅋ,,넘 젬잇네요... -[10/2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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