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낚시에세이, 알마섬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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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낚시에세이, 알마섬을 다녀오며...

G 10 1,019 2003.10.25 15:20
Franz Schubert....sonata for arpeggione and guitar in A minor. Allegro moderato


여태 단 한번도
어찌보면 바보처럼
바닷가를 단 한번도 벗어나지 못하고
광활한 부산 앞바다와
그 부산 앞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만입부의 곡선미를 바라보며 난 자랐습니다.

크고 작은 배며
부두의 늘어선 크레인이 주는 산업화된 이미지와
항구 주변에 하나하나씩 생기는
온갖 구조물과 크고 작은 빌딩들을 바라보며 성장해온 내게
광안대교는 분명 놀라운 건축물이었습니다.

professor1.jpg

저 거대한 교각과
복층의 상판, 그 위를 달리는 개미같은 자동차들
수직적 이미지의 직선과 수평적 이미지의 곡선이 서로 어울리며
시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조명.
웅장함과 섬세한 구조미를 함께 갖춘,
볼 때마다 새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 규모에 감동합니다.

은사님께선
저 광안대교를 마주 바라보는 아파트의 테트라포드에서
매일 밤이면 낚시를 즐기십니다.
메가리, 고등어, 학공치, 망상어.
그리고 드물게 볼락, 혹은 눈 먼 우럭도...
부산으로 오신 이후, 십수년 동안
기상이 허락하는 한 거의 매일 낚시를 해오셨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선
대단한 물고기 한 마리를
예의 그 허접한 테트라포드에서 잡으셨습니다.
농어란 이름의 그럴 듯한 족보의 물고기지만
재수없이(?) 선생님의 바늘을 물고 올라온 놈은
남해안에선 흔하디 흔한 취급을 받는 깔따구 정도였지요.
하지만 집 앞 방파제에서
선생님께서 낚아올린 이 농어의 의미는 다릅니다.

professor2.jpg

35cm 짜리 농어를 잡았다고 자랑을 하시길래
댁으로 가보았더니, 세상에나!
그림과 함께 이렇게 사진으로도 기록을 남겨두셨더군요.
감동적인(?) 농어포획담에는
물론 선생님 특유의 미학과 감동이 넘쳤답니다.

절묘한 색상으로 농어와 방석을 대비하고있으며
즐겨드시는 맥주병과 쟁반은 아마도 크기를 가늠케 하고
놓여진 토마토 역시 그림과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답게
사진의 구조미를 갖추기 위함인가 봅니다..
저 고기가 아마도 갈치를 제외하곤 선생님의 최대어일 듯.....^^


연세가 높으시니
매사가 조심스러운 낚시쟝르인 갯바위낚시.
오랫동안 중부권의 민물낚시와
집 앞 방파제낚시만을 해오신 선생님을 모시고
소리도 서북단의 알마섬으로 첫 출조를 감행하였습니다.

털털거리는 나의 고물차를 몰고
돌산도 끝머리까지 운전해 가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지만
간혹 만만찮은 크기의 너울이 일기도 하는,
난바다에 접한 거친 알마 갯바위에
존경하는 은사님을 모시고 가는 일은
아무래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지요.

young_02.jpg

갯바위 근접한 주변수심 25m.
깎아지른 직벽과 완만한 단층을 이룬 갯바위.
그래도 여수 내만권에선
가장 호쾌하고 난바다의 질감을 가진 섬이 알마입니다.

남쪽 일대의 몇 안되는 포인트에선
급수심대의 바닥을 노리다보면 드물게 대물감성돔과 참돔이 올라오고
일년 사시사철 올라오는 고등어와 전갱이...
"고등어 뜰채조법"이라는 희대의 조법을 완성한 유일한 곳.....^^
수만 마리 무리 지어 수면을 움직이는 이놈들을 보면
순식간에 중층 이하로 채비를 내려주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곳이지요.

professor3.jpg

소리도 신날끝을 바라보는 곳에 있는 찢어진 곶부리입니다.
홈통과 작은 직벽을 사이에 둔 이곳은
퇴로가 위험해 넘실거리는 너울을 조심해야합니다.
몇 해전, 밤 새 귀신과 조우했던(?) 곳.
12물까지는 물이 세어 낚시가 힘들므로
차라리 조금 전후의 물때가 더 좋은 포인트.

어두운 새벽, 갯바위에 내려
밝아올 때까지 홈통입구에서 자잘한 메가리와 장난을 하시던 선생님께선
동 터오는 알마에서의 아침이 감동적이었나봅니다.
발달한 갯바위, 깊은 수심, 마주 보이는 수평선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는 소리도 서쪽의 들쑥날쑥한 갯바위풍광...
첫 실습주제 "급수심대 원투낚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곳.
은사님을 이곳으로 모시고 온 게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professor4.jpg

연신 볼락을 올리고 있던 제 곁에
나란히 서 계시던 선생님께선 결국 사고를 치셨습니다.
50cm 쯤 되는 굵직한 농어 한 마리와
30cm 쯤 되는 감성돔 한 마리를 올리셨습니다.
첫 갯바위 출조에서 감성돔 손맛을 보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조리개가 덜거덕거리는
선생님의 70년대(?) 고물카메라로 겨우 한 컷 하였는데
첫 감성돔 포획 기념사진으로는 배경이 좋습니다.


전 세계의 언어를 거의 구사하시는 언어학자시지만
그림과 사진, 여행, 술을 좋아하시는
당대의 낭만주의자이기도 하신 선생님.
저 농어와 감성돔, 그리고 섬과 낚시에 관련된 온갖 이미지들이
"첫 갯바위출조"라는 제목으로
선생님의 스케치북에 박제될테지요.

professor5.jpg

의자에 걸터앉아 신선처럼(?) 낚시하는 나만의 자리.
홈통 입구의 큰 바위 위에서 폼을 잡아보았습니다.
선명하게 잘 찍어주셨는데 스캐닝이 잘 못되어 흐리군요.
아무튼 이 자리는 편안하기 그지없어
낚시 중에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자리입니다.

혼자 이곳에 내려 텐트를 치고 야영낚시을 하면
밤 새 스파이크 발자국 소리를 듣게될 지도 모르는 곳....^^
털과 살점이 문드러져 썪는 듯한 악취를 풍기던
스즈끼복을 바늘로 걸어 건져낸 곳이랍니다.

professor6.jpg

은사님과의 즐거운 첫 갯바위출조.
적당히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를 달리다 마주보이는 능선이 보기좋다시며
핸들을 잡으신 채, 그 고물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시는 분.
뭐 차가 좋아 제가 알아서 바르게 달린다시니
조수석에 앉은 제자는 그저 유구무언~!!

parody200107041.jpg

가까운 곳 여치기엔 이런 보트도 괜찮겠군요.
아, 모터만 달면 책상도 수면을 달릴 수 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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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G ex0643 02-12-01 19:00
인터넷 바다낚시에서 가끔 님의 글을보고 좋은 느낌을 받습니다 항상 좋은글 고맙습니다 -[10/25-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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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잡어야놀자 02-11-30 00:00
자연과 바다와 잘 어울리시는 분 같습니다.언제나 님의 글을 살짝 들여다 볼때면 존경 스럽고,읽는 글을 한번읽고 좋으면 계속읽는 글이 질리지도 않고, 제가 그글에 조금씩 조금씩 더 더 더 더 빠져드는 느낌이 듭니다. 언젠가 부산의 모 방파제 우연이 만나시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제가 말 한마디를 건냈을때 매월 한,두번 올리시는 글의 표현,내용 처럼 똑같으셨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10/25-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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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상훈지 02-11-30 00:00
짝짝짝! 정말 멋진 글 보았습니다. -[10/25-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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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섬원주민 02-11-30 00:00
김일석님의 글은 맛깔스럽습니다. 언제 한변 오곡도에 오세요. 방값은 안 받을 테니까요..... -[10/2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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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캄피대 02-11-30 00:00
김일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10/2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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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캄피대 02-11-30 00:00
애구 그만 엔터를..
여행과 일상생활이 글 그리고 시와 항상 함께 하시는 모습이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그리고 은사님도 너무 멋진 분이시군요. 여행을 하실땐 항상 글을 준비하시고
카메라와 여러가지 소품들까지 준비하랴 바쁘시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전 님의 글을 도둑질하여 또 올렸지요. 너무나 잔잔한 감동의 글, 항상 느낍니다.
이젠 팬들이 많아져서 유명인사가 되신거 아시죠?
여기 들어오면 님의 글이 기다려 집니다. 또 언제 보나 하구요.
항상 싱그러운 허브 향기처럼 나이와 관계없이 사시는 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10/26-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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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방값을 안받으시겠다니 한번 가야겠어요~
나중에 다른 말씀 하시기 없습니다.
보고싶은 캄피대님, 참 오랜만이군요~
난데없이 싱그러운 허브향기라시니 감사합니다.
실은 곰팡내 푹푹 풍기는 사람이랍니다...^^
잘 지내요~!!
-[10/2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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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떠도는바람 02-11-30 00:00
형님의 글은 언제나 봐도 아주 오래 된듯한 고물 스러운 듯한 ,,,,,
정겨운 글 입니다.
형님의 글은 마음을 정화 시키고 동심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
빠른 시일내에 한잔 합시다.
말만이 아니고, 광주에서는 돌아 오신걸로 알고 있는 데.
오늘 저녁에 한잔?
쭈욱~~~~ 크!! 역시 우리 입엔 쐬주가 최고여
-[10/29-09:30]
-
G 개똥반장 03-11-05 19:30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그리고 행복하소서.
G 히라스 03-11-09 23:06
일석 형님~~~ 항상 건승 하이소~~~~~ ^^* 그럼 이만....... 푸히히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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