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낚는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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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낚는 어부

G 5 1,544 2003.12.17 16:54
어린 시절 우리집은 남해 바닷가 설천면에 자리잡고 있어서 틈만 나면 낚시를 가곤 했다.
계절따라 잡히는 어종이 달랐지만 그래도 가장 흔한 어종은 역시 대나무 잘라서 민장대로 낚는 문절구(꼬시리, 망둥어)였다.

가을 날 추수 중 타작하시다 잠시 낮에 부모님이 낮잠을 주무시면 나는 주전자 하나와 대나무 낚시대를 들고
바닷가에 나가 담사리(작은 게고동)를 주전자에 담아 포인트(주로 작은 목선 밑)에서 잠깐동안 낚시를 하여
반주전자 가량 잡아오면 부모님은 잠이나 한숨자지 하시면서 혀를 끌끌 차시지만
뒷날 새벽에 일어나면 전날 잡아온 문절구로 시락국을 끓여 드시면서 힘든 아침 타작을 하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한번은 동네 뒤편에서 낚시를 하는 데 나이많은 동네 형님이(중학교 3학년쯤)
배를 동네 앞편으로 대야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여 작은 노젓는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리 동네는 마을 옆에 염섬이라는 제법 큰섬이 있어서 배를 옮기려면 이섬을 돌아야만 합니다.

처음 탈때는 낮이라 아무 걱정없이 마음으로는 가는 길에 혹시 배위에서 하면 큰고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서 즐거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섬의 반가량을 돌았을
무렵 동네 형님이 배가 안간다고 막 우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장난치지 말라고 하다가 곧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배가 물살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막 울다가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배위에서 노를 같이 저어야 배가 앞으로 갈수 있을 것인데
돛을 다는 봉을 잡고 앞으로 미는 모습이 선합니다.

물살과 바람에 배는 떠밀려 남해대교가 보이는 돌딱섬이라는 곳에 표류되었는데
오후에 그섬에 조개캐러 온 동네 어른한테 발견되어 조개캐고 돌아오는 배에 뒤에 줄을 묶어 무사히 집에 올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시간 동안 섬위에서 얼마나 추위와 두려움에 떨었던지 지금도 그날을 생가하면 몸서리가 처집니다.
집에 와서는 대나무 낚시대는 화난 아버님에 의해 작살나버리고 며칠 동안은 낚시를 못했던 기억입니다.

지금은 나는 어른이 되어 도시에서 생활하며 한번씩 기계선을 타고 혼무시에 좋은 릴 낚시를 다니지만
어릴 적 낚시하기 전날의 설레임이나 지금의 설레임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즐낚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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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경주월드낚시 03-12-17 20:52
어린 시절, 향수가 자욱한 글이네요.
눈에 선합니다.
님께서 봉을 잡고 刻舟求劍 하시는 모습이^^

G 삼여 03-12-18 10:17
꼬시리(꼬시래기)님의 글을 읽다보니 대나무장대가 그립군요.
저도 남해 서면에서 자라면서 어릴적부터 대나무장대로 꼬시래기, 깔다구, 감시, 노래미 등을 무참히 사살하였습니다.
G 꼬시리 03-12-18 11:12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좋은글과 포인트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G 더불어정 03-12-18 18:45
대일 형님!
여기까지 오셨군요.
추억과 낭만을 담아
재료로 사용하실려는 것인가요?

삼여,꼬시리 님!
저는 고향이 창선입니다.
꼬시리 님과는 같은 강진바다를
배경으로 삼아 컸군요.

남의 집 대나무 몰래 베다가
들켜서 혼난 적도 많았죠.

그리고 직접 손낚시도 많이 하면서
자랐습니다.어릴 때(6-7살)는
어른들이 노를 저어면서 어린이들은 앞에
태우고 낚시를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른보다 고기를 많이
잡는다며 잘 안데리고 다니려 했다고
어머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주로 <세상이야기>사이트에서
주로 놉니다.그곳에도 좀 놀려 오시죠.

아무튼 이 겨울 고향바다가 그립습니다.
님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G 실키 03-12-18 20:15
반갑습니다
저는 이동면 다정입니다
님들의글을 읽어니 고향 생각이 나는군요
산촌이라 낚시에 대한 추억은 없습니다만
가슴이 따뜻해지는군요
갑자기 날씨가 추운데 감기조심하시고
행운이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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