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지고 황혼마저 사라지자 달빛에 곁들인
어둠이 밀려 온다.
포인트에 도착해 거의 두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 볼락낚시에서 처음 사용해 보는
볼락 전용대인 3칸짜리 신검대다.야전사령관으로
부터 아직 낚시대값도 지불하지 않은 터라 기대감에
부풀어 크릴 두마리를 쌍바늘 채비에 끼워 던진다.
채비가 정렬되기도 무섭게 볼락이 물고 늘어진다.
와! 이손맛!정말 볼락이 맞을까?좀처럼 물밖으로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2분쯤 지나자 달빛사이로 검은 물체가 보인다.분명 볼락이다.
더 이상 대를 세울 수가 없어(낚시대 부르질까봐)손으로 줄을 잡고 당긴다.
신검 3칸짜리 낚시대로 처음 잡아 보는 볼락이다.크기는 18센티미터 정도다.
신검낚시대의 볼락 손맛을 처음 느껴 보는 순간이다.
다시 크릴 두마리를 끼워 던지자 기다릴 틈을 주지 않고
볼락입질이다.이번에는 제법 무겁다.당길수록 볼락도 힘을 쓴다.
"이건 그야 말로 군화짝 볼락인가보다"속으로 마음이 떨린다.
도저히 그대로 올리다간 낚시대가 부르질 참이다.
"안되겠다"싶어 줄을 잡기위해
낚시대를 한칸정도 접었다.그리고 대를 뒤로 젖히니
줄이 손에 닿는다.줄을 잡아 두레박식으로 당기니
아래 위 낚시줄에 제법 큰 볼락이 두마리나 메달렸다.
정말 이 낚시대를 누가 만들 생각을 했는가?
이 손맛이라면 굳이 감성돔 낚시를 고집할 이유가 뭔가.
볼락 3마리를 낚고나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 속도라면 오늘 쿨러 채우는 것은 시간문제 겠구나"라며
여유로움으로 가득차진다.그리고 볼락도 대부분이 18센티미터 이상으로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계속 볼락을 잡아내
어느듯 30여마리를 잡고나니 달빛이 제법 환해졌다.
"달빛 때문에 크릴미끼에만 입질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커피라도 한잔 끓여 먹고 할 생각으로
버너에 불을 피우고 옆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환상의 섬님을 불렀다.
환상의 섬도 제법 큰 볼락을 20여마리 해 놓고 있었다.
"낚시장소를 옮기기를 잘했죠? 계속해서 삼천포 쪽에 있었으면
오늘도 죽 썼겠지?"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사실 이곳 작도에 오기전 환상의 섬과 저는 전날 두미도에서
밤 12시까지 낚시를 했으나 5센티미터짜리 볼락 한마리를 낚는데
그쳤다.그래서 삼천포로 되돌아와서 여수작금 낚시점에 전화를 해보니
토요일 오후 3시에 작도로 들어간다고 해서 이쪽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지금까지는 이렇게 잔씨알이
올라오지 않았는데....5센티미만의 볼락이 주종이고
18센티이상 크기는 간혹 입질이다.
그래도 어제밤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낚시를 한다.그런대로 볼락 30여마리를 더 보태
모두 50여마리를 낚았다. 대부분의 포인트에
볼락이 입질을 외면하고 있는 이시즌에
볼락 50마리면 적은 량이 아니다.
배가 고프다.부인이 정성껏 마련해준 떡국재료로
오늘 저녁에는 떡국을 해 먹어야겠다.
먼저 멸치 10여마리로 다시국을 만들고 파와 다시다를 조금넣고
떡이 어느정도 익을 쯤해서 라면을 쪼개서 넣었다.
그리고 3분정도 흐른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추니
떡라면이 훌륭하게 만들어 졌다.환상의 섬님도 갯바위에서
처음 먹어보는 떡라면이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저녁을 9시 반쯤 먹고 다시 낚시대를 잡았다.
작은 씨알의 볼락과 가끔씩 대물볼락이 물고 늘어진다.
이렇게 해서 볼락 10여마리를 보탰다.
그리고 달빛이 섬의 산턱을 넘으니 제법 깜깜해 진다.
그때부터는 아예 입질이 없다.
가끔씩 똑똑거리는 입질이 예민한 신검대에 전해
오긴 하지만 잡히지는 않는다.볼락이 미끼 끝만 물고
흔드는 모양이다.물이 엄청 차게 느껴진다.
볼락입질이 없는 틈을 이용해 참았던 소변일도
보고 싶어 낚시대를 갯바위 틈에 그냥 얹어 놓고
소변을 보려 갔다.소변을 보고 돌아 오니 낚시대가
보이질 않는다.물위에 캐미라이트가 뜨있는 것이 보인다.
뜰채를 가져와 던져보지만 낚시대에 닿을락 말락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3분쯤 흘렀다.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갑자기 캐미라이트가 바다 바깥쪽으로 움직이는게 아닌가.
고기가 미끼 달린 바늘을 물고 바다쪽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시야를 사라지는데 3분가량이 흘렀다.
아직 낚시대 비용도 지불하지 않은 낚시대인대...
더우기 야전사령관님께 어렵게 부탁을 해서
특별히 제작해 받은 낚시대인대...
물고기도 신검대가 탐이 났던 모양이다.
"저 낚시대를 맡겨 놓았다간 우리 동료들이
얼마나 죽어나갈지 모른다"이런 생각으로
신검대를 끌고 간 모양이다.
다른 낚시대를 꺼내 낚시를 해보지만
고기 입질이 없다.낚시대를 접고 둘이서 어떻게 할지 몰라
갯바위에 누워도 보고....
갯바위가 너무 차다.환상의 섬님은 릴대를 꺼내 찌낚시를
해 보지만 고기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고통의 밤이 흘렀다.오늘 낮에 만난
여수의 볼락 명인 해조사님을 생각해 본다.
헌칠한 키에 멋있는 외모,낚시꾼으로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미남형의 해조사 님이 멋있는 카페에서
한잔의 카푸치노로 첫인사를 나누었다...
해조사님은 고무보트로 돌산 신기마을에서 평도까지
볼락을 치려 간다고 했는데 볼락은 좀 잡았는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지옥의 밤을
보내고 날이 밝았다...물색깔이 어제 낮과는 전혀 다르다.
우웃빛 색깔이 아니라
완전히 청물이다.경험상 낚시가 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낚시대를 접고 아침 준비를 한다.
남아 있는 떡국으로 아침을 해 먹고
배가 올 때까지 처박기 낚시를 해 보기로 했다.
원줄 4호에 목줄 2.5호 미끼는 깐세우다.
이 낚시대에도 전혀 입질이 없다.
오전 10시가 넘어선다. 낚시대를 접고
갯바위 청소를 끝내니 10시 30분쯤 됐다.
배가 오기를 기다린다.
11시 25분쯤 배가 도착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탓다.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잡았을까?우리 다음에 탄 사람들 볼락20마리.
다음 30마리,다음 35마리,다음 25마리 등등..
대부분이 20마리에사 30마리 정도의 어획물을
올렸다.다행이 한팀은 한사람당 평균 볼락 70마리에
감성돔 3마리를 잡고 2마리는 목줄을 터뜨려 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작금에 도착하니 오후 12시 30분.
옷을 갈아 입고 안주인이 준비해 놓은
커피와 오뎅국물을 마시고 나니 오후 1시.
작금을 출발해 오늘은 아무 곳도
들리지 않고 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원래 계획은 하동포구를 따라 섬진강변을 구경하고
은어회도 먹고 하계장터를 둘러
구례 지리산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기로했었는데...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쯤 됐다.
교회간 부인을 기다리다 지쳐 그냥...
이번 낚시는 신검대를 물고기에게
빼앗겼다는 아쉬움이 많은 가운데
볼락은 낚시꾼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겨울 갯바위에는 텐트와 침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출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