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불행 시작"모드로 전환되고...

회원랭킹(월 글등록)


공지사항


NaverBand
낚시인 > 조행기

드디어 "불행 시작"모드로 전환되고...

G 7 2,015 2004.09.05 17:12
doldom.jpg



드디어 "불행 시작"모드로 전환되고...



김일석



오랜만에 나선 친구와의 낚시.
유난히 음질이 좋은 친구의 차를 타면
다양한 구색의 고풍창연한 음악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노래방에 가면 늘 부르는 노래들을 시디에 담아 들으며
한적한 국도를 달리는 맛이 만만찮다.
더구나 빠질 수 없는 친구와의 온갖 낚시농사리가 흥을 돋구고...
오랜 단골집인 낚시점에서 만나는 내외분의 반가운 표정이 좋고
그저 짧지만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난생 처음 가본 찜질방이란 곳.
지방 출장을 가도 늘 숙박업소에서 혼자 곤하게 자던 버릇이 있어 그런지
남녀 구분없이 들락거리는 찜질방이란 곳에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잠깐이라도 자두어야 낚시가 수월할텐데 싶어 눈을 감고 한 참을 누워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수면불가능지역이다.
샤워를 하고 컴퓨터도 조물락거리다가 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이른 새벽
그지없이 한가로운 포구에서 몇몇 꾼들이 배에 올랐다.
단속적인 기계음을 내며
어두움 속, 거뭇거뭇한 섬들의 윤곽을 가로지르며 내달리고
낚싯배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 움직임이 너무나 경쾌하고 빠르다.
출항지 포구마다엔 낚싯배가 넘치니
이젠 그 화려했던 전성기도 다 옛날 얘기가 된 성 싶다.



아직은 캄캄한 밤
어렴풋한 달빛에 비친 포인트를 둘러보니 거의 운동장 수준이다.
족히 30~40명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갯바위
남으로 욕지도를 바라보는 납도의 잘 알려진 야영자리란 곳이다.
날이 밝을 때까지 한 숨 자려고 누웠더니
난데없이 채혈반 완장을 찬 모기들이 채혈포인트를 찾느라 극성이다.
소매를 끌어내려 손을 덮고
깃을 올리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는 드러누워 버티었으나
녀석들은 허접한 내 몸뚱아리의 요소요소에다 기어이 채혈침을 꽂고 만다.
몇 군데 물리고나니 도무지 성가셔서 견딜 수가 없다.
벌떡 일어나 꺼내먹는 충무김밥의 맛은 역시 갯바위에서가 최고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전의를 가다듬은 우리 둘은 먼저 밑밥을 던지기 시작했다.
늘 해왔듯 난 정확히 스무주걱의 밑밥을 던지고는
바다를 향해 대를 휘둘렀다.
첫 크릴을 정성스레 바늘에 끼울 때의 설레임과
첫 캐스팅을 할 때의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바다에서의 행복은 늘 그렇게 시작되었다가
아픈 허리 빙빙 돌리며 대를 접을 때부터 비참해지는 법.
벌겋게 흥분한 용치놀래기를 제외하곤 감생이 한 마리도 반겨주질 않는다.
제길~



약속된 시간이 되자 정확히 배가 왔고
이번엔 욕지도 솔구지로 자리를 옮겼다.
우선 느낌이 호쾌하고 수심이 깊은 데다
넘실대는 조류가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고부력의 찌를 셋팅하여 본류대를 향해 횡하니 던졌다.
그러곤 몇 초쯤 흘렀을까?
쌩~하고 찌가 사라지는 순간 온 몸으로 챔질~
아뿔싸! 목줄이 너덜거리며 올라왔다.
잠시 치솟는 흥분을 누르며 채비를 다시 꾸렸다.
단 한번의 캐스팅으로 다시 묶어야 하다니...^^



그로부터 두 시간
오직 용치놀래기뿐인 바다에
무던히도 열심히 채비를 던지고 거두어들이기를 계속했다.
날은 서서히 더워지고
점점 가중되던 스트레스가 가슴 부위를 압박하기 시작할 즈음에
예의 쏜살같은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과 동시에 대를 버팅기며 몇 초쯤 지났을까
갯바위 앞에서 그만 바위 틈에 쳐박고는 나오질 않는다.
"아, 돌돔이었구나"
줄을 느슨하게 풀어두곤 한 참을 기다리니 녀석은 다시 철벅거리고(?)
난 강제로 끌어내야겠다고 대를 한껏 당겼으나
또 바위 틈에 쳐박으며 목줄이 터졌다.
역시 약한 찌낚싯대로 돌돔은 벅차다.



옆에서 쪼으던 친구가 안보이길래 뒤로 올라가봤더니
소나무 그늘 밑에서 아주 섹시한 폼으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에이, 모르겠다~
나도 그늘을 찾아 벌러덩 드러누웠더니
초가을 산들바람이 솔향기와 함께 폐부 깊숙히 스미고
그렇게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얼굴이 뜨끈뜨끈하여 눈을 뜨니 소나무 밑은 이미 땡볕이 되어 있고...



일어나서 농사리 좀 까다보니 어느덧 철수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으로 남은 밑밥을 던지며 마무리낚시를 하는데
저 멀리 흘러가던 찌가 순식간에 수면에서 사라진다.
제법 당기는 힘이 센 걸로 봐서 참돔일까 싶었은데
올려보니 무리에서 탈출한 방어 한 마리
"손맛 봤으니 됐다" 싶어 대를 접었다.



철수길
배에서 말을 건네던 서울서 왔다는 분께 방어를 드리곤 차에 오르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잠이 솔솔 왔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성질 더러운(?) 친구가 무서워
눈을 억지로 뜨고 있자니 국수 먹고 가잔다.
얼음을 뛰운 냉국수 맛이 정말 꿀맛이었다.
김밥 두 줄과 곱배기 국수 두 그릇이 게눈 감추듯 뱃속으로 들어가니
"마지막 행복"은 여기까지~!



졸다깨다를 반복하며 밤 늦게야 집으로 들어서니
피곤한 몸과 마음은 드디어 "불행 시작"모드로 전환되고...^^



punggyung18.jpg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7 댓글
G 고기야 04-09-05 22:14
솔구지!

거기에 가셨군요.
수심이 15미터는 족히 나오는... 조류가 제법 힘이 있는..
메부리코 같은 큰 솔구지는 지금도 그 모습인지.

출항지 포구마다 낚시배가 넘치니
이제 그 화려했던 전성기도 다 옛날 얘기가 된 성 싶다는 말씀에 한 표^^

낚시배 성능이 좋아져도
너무 심하게 좋아진것 같습니다.

배를 타며 만나는 예전에 낭만은 느낄 수 없고
섬에 대한 신비스럼움은 저 멀리 달아나고 없네요.

바다에 있으면 행복
육지에 오면 불행

낚시꾼의 동감이겠지요.
G 갯장군~ 04-09-05 22:46
콧털님? ..
그뤠도 한 바리 하셨눼요. 축하 드렸븜뮈따.ㅋㅋ

저는 에.....
머...그뢨땀뮈따? ㅋㅋㅋ

빵장군? 오뒈가것씀뮈까? ^^

인자부터 시작일뿐임뮈돠~ 프하~^^
G 호미 04-09-06 10:10
김일석님 !
일요낚시때부터 쭈~욱 님의글을 접했읍니다
때론정적으로 때로는 동적으로 담아내는 님의글을
대하노라면 인간미가 물씬 (메르치 비린내처럼) ~~~~~~~
저희도 초하룻날 솔구지에 갔었는데 ~~~~~~~~ 히
참 ! 허리불편하신것 좀나으신가요
저도가끔 허리가 영 ~~~~ 농사일이 힘들어 그런지 ~
"불행시작모드"를 빨리 " 행복시작모드" 로 전환하시길 빌겠읍니다
G 개똥반장 04-09-06 13:51

건강하시죠?.

늘 ~~행복하시길...

아참... 집앞 조각공원에서,

가을맛이든, 전어와 시워니가 어떤 지요???.

건강하소서~~
G 김일석 04-09-06 14:29
고기야님, 공감합니다.
한 표 안주셔도 됩니다...^^

장군님, 머리 아픕니다.
세종대왕님을 따라 정도를 당당히 걸어가시길...^^

호미님, 농사일 하시나 봅니다.
낚시글을 쓴 지가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허리 아픈 것을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젠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똥반장님, 반갑습니다.
전어와 시원이, 언제 한 잔 하실까요?
전 언제든 좋습니다...^^
후아~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소주 한 잔 하고싶군요~
늘 건강하세요~!!
G 草公先生 04-09-07 12:56
오랜만에 님을 대하는것 같네요.....
강건하시죠???

항상 글을 읽다보면 내가 현지에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뵌지도 오래되었고.
우찌 사시는지 궁금도 하고......

불행끝 모드로 빨리 전환 되시길.....
G 김일석 04-09-07 22:09
草公先生님, 반갑습니다.
전에 병원에서 뵙고 꽤나 시간이 지났군요~
염려 덕분에 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에 소주 한 잔 하십시다~!!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