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22. 장도 출조 보고서.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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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13:03
출조 2일째(2005. 5. 22.) 아침 05:30경 (사리, 만조 07:44, 흐림)
해뜨기전에 비가 몇 방울이 떨어지더니 가랑비가 날렸다.
비를 맞으면서도 속으론...
'비가와서 수온상승 효과가 있으면 활동성이 좋아지겠군'
하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낚시대를 잡고 있으면 무슨일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비가오면 오는데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데로,
너울이 높으면 높은데로,
모두 감성돔을 잡기위한 위기이자 기회로 생각하곤 했다.
"기대감" 아니 "설레임"때문일까?!
소풍가는 아이 마냥 마음은 붕~~~
지금까지 출조를 가는 차편에 한번도 잠을 자본적이 없다.
억지로 눈을 감으면 언제나 대물감성돔을 걸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를 본다.
'에이!'
이왕 안 오는 잠!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벌써 마음은 갯바위에 가있다.
어느덧 여명이 하늘과 바다를 수평선으로 가르고
얼굴 주변에서 왱~~~왱~~~거리는 것이 파리만한 모기임을 알게되자,
나는 서둘러 전자찌를 일산 기자쿠라 1호 어신찌로,
수중찌는 조류를 잘 타는 단지형으로,
그리고 B봉돌을 목줄위 50Cm에 물려 채비를 교체 했다.
이후 상사리급 참돔과 볼락 몇수를 하고난 뒤 입질이 멈칫하였다.
계속해서 몇차례 크릴을 던졌다 감았다를 반복한 후...
앞 수중턱의 머리부분이 낮은 너울에 잠겼다 나왔다 하던 즈음,
묘한 기운에 다시 미끼 통에서 잘생긴 백크릴 한놈을 정성스럽게 3호감성돔 바늘에 끼워 느리게 왼쪽으로 가는 지류에 태웠다.
발 앞의 수중 턱을 3M정도 거리를 두고 조류를 타고 가는 찌를 잡아 인위적으로 왼쪽 직벽에 가까이 붙여 놓았는데...
옆에 진차장이...
" 어~ 물이 왼쪽으로 가네! "
하길래, 무심코...
"어! 그러네~"
답하곤 수심 9M를 준 채비가 수초에 걸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원줄에 긴장감을 주고 앞으로 살며시 당기는 순간!
1호 어신찌가 스믈~ 스믈~ 잠겻다 다시 올라오는것이 아닌가,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마치 사냥감을 눈앞에 둔 호랑이처럼 자세를 움츠렸다.
온몸을 휘감는 긴장감!
내쉬던 호흡마저 멈추고,
나는 입속에서 갑자기 이물감으로 느껴지는 침을 소리없이 삼켰다.
시선은 찌를 향해 정 조준!!!
발끝의 느낌 만으로 갯바위를 더듬어 기마자세를 잡고
첫날밤 신방에서 신랑이 새색시의 옷고름을 풀듯 입으로 잔숨을 내쉬며 살며시 뒷줄을 견제 하자...
부끄러운 듯 뿌리치며 물러서는 새색시 마냥
이네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며 다시 들어가는 찌!
아~ 북극에 "오로라"도 이 처럼 환상적으로 아름답지는 못할것이다.
순간! 늘 그랬듯이 "놈"을 기대하며 대끝을 하늘로 들었다.
"찰나!"
달리 표현이 없다.
바다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었이 엄청난 힘으로 낚시대를 잡아 당겼다.
'천명 1호대'
백만원이 넘는다는 일산 가마가츠, 시마노... 아니, 국산 오, 륙십만원짜리 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맘 먹고 산 낚시대가 정말 놀라운 힘을 발휘하였다.
대는 부러질 듯 바닷속으로 쳐 박고...
나는 본능적으로 대를 뺏기지 않기 위해 대를 두 손으로 세우고 앉으며, 목줄에 잔 기스를 점검했는지 생각 했다.
'분명 2.5호 목줄엔 잔 기스는 없다. 또, 봉돌은 안쪽에 고무로 코팅된 제품을 사용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승산이 있는 상황이다'
계속 버티기...!!
"놈"의 반사적인 강력한 저항에
앉았다 섯다를 수회... 진 차장이 어느새 옆에서
"수중턱을 넘어 오른쪽으로 유도해"
'버티는 것도 힘이 겨운데...'
하며 게 걸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
"놈"이 쳐박으면 자세를 낮추고 앉아서...
뒤에선 계속 진 차장의 응원이 실린 추임새가 이어졌다.
"좋아! 좋아! 채비 튼튼해~"
다행히 수중턱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옮기긴 했지만 "놈"의 저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첫 어신 이후 한 십여분이 흘렀을까?
수면위로 선 분홍색 찌가 얼굴을 내밀고 뒤이어 수중찌가 나왔다.
'이제 팔할은 넘겼다.'
진차장이 뜰채를 가지고 "놈"이 수면위로 올라오면 바로 담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나는 마지막 릴링을 했다.
"개봉박두"
물속에서 은빛 어체가 서서히 내가 유도하는데로 따라 올라왔다.
분명 감성돔이었다. 누구 말처럼 빨래판만한 대물이었다.
"놈"은 마지막까지 저항 하며 다시 머리를 바다속으로 쳐박았지만
이미 대세는 나에게 넘어와 있었다.
진차장의 뜰채가 물속으로 담궈지고 큰 어려움 없이 대물감성돔이 그물망에 들어온 순간,
입에선 나도 모르게 외마디 탄성이 터져나왔다.
'우~와~아~, 와~와~와~'
언제나 꿈에 그리던 대물감성돔!!!
올 1월 초 영하권을 밑도는 혹한에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달랑 거제 매물도로 야영을 가서 손, 발에 동상까지 걸리며
고생... 고생... 결국 황 쳤던 날,
쿨러를 빈 통으로 채워오며 철수하는 배편에서 갯바위를,
철수하는 차편에서 바다를 돌아보며 씁쓸해 했던기억,
다른 사람의 포획 감성돔을 보며 부러워 했던날,
계속되는 무안타 행진에 출조를 갖다왔다고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눈 앞을 스쳐 갔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작년 11월부터 무려 17타수 무안타!
드디어 내가 이 모두를 날려버릴 홈런을...
그것도 출조 3년차가 만루홈런을 친것이다.
다시 흥분에 겨워 입에선 연신 탄성이 쏟아져 나왔고
옆에서 진차장도 "육짜다 육짜!!!"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드디어 진차장이 내 손에 뜰채를 넘겨 주었다.
우리 두 아들 승준, 승휘 얻고 다음으로
하늘이 내게 주신 큰 선물이었다.
흥분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팔이 덜덜 떨리고
입에선 연신 탄성이 흘러나왔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잘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처음 캐스팅 부터 힛팅, 릴링에서 책크아웃까지 모두가 생각하면 할수록 완벽했다. 이후 멏시간동안 흥분은 계속되었다.
겨우 진정을 하고선 진차장의 휴대폰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했다.
2005. 5. 22. AM 05:30 장도(?)포인트.
나의 출조기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역사이다.
그리고 함께 도와준 진오천차장에게 감사하며,
그날 우리 두사람은 환상의 복식조 였다.
- 오짜조사 나무지니(55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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