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중반을 이미 넘고도 끝자락에 가까운 10월 22일.
어찌어찌 하다보니 1년 중 최고의 시즌을 적잖게 놓쳤네요.
경기도 권에 사시는 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당일치기로 하루 종일 낚시하고 100km 이상 운전하고 오는 것이 힘들고 위험하기도 해서 아내를 잘 설득하여 1박 2일로 바람도 쐴 겸 낚시를 다녀옵니다.
장소는 무난한 약산.
가사리에 있는 민박을 잡습니다.
같이 저녁 먹고 산책도 좀 하고 물때가 9시 반이라서 7시 좀 넘어서 3시간 정도 해보려고 챙겨 나왔습니다.
여긴 가로등도 드문드문 칠흑 같이 어둡네요.

빛이라곤 헤드랜턴 뿐입니다.
예전엔 칠흑 같은 어둠에 고요함이 좀 오싹하다고 느꼈는데, 낚시를 하면서 부터는 나도 모르게 즐기게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밤 하늘에 별도 보이고, 파도 소리도 고요히 들리고, 어두운 바다에 전자찌가 떠 있는 모습도 밤 낚시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짧은 3 시간 안에 무언가라도 나오길 바래봅니다.

| | <오늘의 채비> 해원 노블레스기 5.3m 1호대 시마노 에어노스 c3000 2호 원줄 / 1.25목줄 2m 전자찌 B 를 쓰다가 3B 로 변경. 공략 지점이나 수심은 조금 이따가 다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물때는 6물. 바람과 파도는 잔잔한 편이네요. |
오늘 낚시하는 곳은 민박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있는 가사리 해수욕장 옆 방파제네요.민박 사모님은 여기 조과에 대해 별로 좋게 얘기는 안하시는데, 저는 물때만 잘 맞춰오면 괜찮았던 기억이 나네요. 캐스팅 후 약 10분 후에 입질인지 밑걸림인지 애매한 어신이 옵니다.좀 더 지켜 보아도 찌가 들어가거나 반응이 없어서 한번 챔질을 해봅니다.뭐가 걸렸네요!감성돔 입질이 확실한 것 같네요.
약 30cm 정도 되어 보이는 감성돔이 거의 첫 캐스팅에 올라왔습니다.심장이 쿵쾅쿵쾅. 웬지 오늘 대박 터질거 같은 느낌. 첫 입질이 이렇게 빨리 들어오다니요.손이 바빠지고 밑밥을 열심히 투척합니다.비슷한 지점을 다시 공략.미끼가 계속 사라지네요? 음...크릴이 깨끗하게 잘려나간게 아니라 감성돔이 아닌 무언가가 흡입한 듯한데..잡어도 꽤나 많은 듯 합니다.그 이후로 약 30분 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들과 씨름.어신이 와서 챔질을 해도 아무것도 없고.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가고 오늘은 한마리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이 들 무렵 입질이 들어옵니다.챔질!감성돔 입질은 분명하다 너무 쉽게 딸려오네요.아니나 다를까 들어뽕으로 올려서 보니 20~25cm 사이의 작은 사이즈네요.마눌님까지 데려왔고 고기가 아쉬우니 KEEP!
괜찮은 오늘의 물색. '그래도 2마리가 어디냐. 잡어도 많은 것 같은데 꽝만 안쳐도 다행이지' 하면서 철수할 생각을 안하네요.뭔가 아직 아쉬운 것 같습니다.이제는 에라 모르겠다, 발앞 뿐만 아니라 사방 팔방으로 캐스팅 해가며 전체적으로 탐색합니다.그때 비교적 가까운 곳에 찌를 한동안 흘릴 때 즈음...대를 휙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옵니다.아이구! 2호 원줄에 1.25호 목줄이 생각나고 고기는 힘을 많이 씁니다.걱정이 되어서 드랙을 얼른 좀 풀어주니 찌~익 하고 끌고 갔다가 저는 또 처박을 까봐 걱정이 되어서 얼른 대를 또 세워고 릴링하고,또 찌~익 가져가고.긴 시간도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실제로는 30초 정도일 텐데, 몇 분은 씨름한 것 같습니다.대를 쭈~욱 가져가니 처음엔 느낌이 마치 대물 고등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라온 녀석은 무엇이었을까요?
와우! 40cm 급 감성돔 입니다!이 시즌에 이 정도면 아주 감사하죠~이 녀석을 잡을려고 제가 뭔가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계속 버텼나봅니다.이제 됐습니다. 이 정도면 두 사람은 충분하죠. 철수!
그나저나 밤 하늘이 너무 예뻐서 그냥 가기가 뭐 하네요.실제로는 바로 발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한 곳 입니다만, 카메라 장 노출로 담다보니 꽤나 밝게 보입니다.ISO 6400 에 30초 노출에 이 정도이니 말 다했지요.
고기가 3마리 있어야 되는데 한 마리가 없죠?제가 큰 녀석을 부력망에 담으려고 망을 연 채로 테트라포드에 올려 두었다가 망이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30cm 짜리 한마리가 도망갔습니다 ㅜ.ㅜ
제 손으로 두 뼘이 나오네요. 40cm 거의 딱 떨어질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계측자라도 좀 가지고 다니거나 자가 있는 밑밥통을 사든지 해야겠어요. 두 마리를 일단 손질 해 놓고, 아내와 술 한잔하고 노닥거라다 잠자리에 듭니다.내일 아침에 일찍 또 한번 나가보려구요.그런데 방이 너무 미지근하고 점점 차가워 지네요.초 조녁에 민박 사모님이 불 넣었다가 불을 끈 모양이예요.아~ 진짜 너무하네요. 방 안에 냉기가 돕니다.방을 자주 청소하지 않아서 깨끗하지도, 식기들도 더럽고, 이불도 그렇고..청소 안하고 그냥 손님 받은 흔적이 너무 역력한데..방값도 대단히 저렴한 것은 아니고 (저렴한 펜션급), 방 온도도 주인집에서 조절하다니요!!!아내도 춥다고 자다가 깹니다. 저도 열이 많은데도 춥네요.여기서 지냈다가 감기가 걸릴 것 같습니다. 11시가 좀 넘었지만, 솔직히 너무 아닌거 같아서..그 분들도 비수기치고 받을 만큼 받았다고 생각되고, 따듯하게 편하게 지내다 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되기도 해서 정당히 요구해야 겠다고 생각되어 불이 꺼져 있지만 문을 두드려 봅니다.시골은 어르신들이 일찍 주무시니까 주무시고 계셨다가 깼어요.자는데 왜 깨우느냐 귀찮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미안하다고 했지만 할 말 다 했습니다. 너무 춥고 아내가 너무 춥다고 호소한다. 여기서 지내다가 감기 걸리면 안되지 않겠느냐.말 안하면 다른 손님들도 똑같은 일 겪을 것 같아서도 말 했습니다.알았다고 해서 이제 방이 따뜻해지겠지 했지요.그런데 웬걸. 밤새도록 똑같도 못해 점점 더 온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이런 더럽고 치사한!!!! 방 불 조절을 그냥 안해주었습니다. 진짜 부자 되겠네요.그래서 공개합니다. 민박이름을. 저와 같은 일 당하지 마시하고요.완도 약산 가사리 "열린민박" 혹은 열린펜션형민박 이예요.보이콧 하려는 것은 아니고, 가든 안가든 개인 권리이니까요.다만 가시게 되거든 밤에 방 온도 유지되게 해 달라고 강하게 말씀하세요!! 불만 사항은 여기까지 하고요, 좀 춥다보니 설쳐서 아침에 일찍 깼습니다.6시 쯤에 나왔어요. 만조는 아침 9시이고요.아내도 추운거 같아 점퍼랑 여분 옷 주고 옵니다. 아씨...우리 둘다 감기 안걸렸음 좋겠네요.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아 오네요.다시 채비를 하고 시작!채비는 어제 저녁과 비슷하게 합니다.어랏? 찌가 시원하게 입수하네요? 찌 보는 맛 좋습니다.
챔질! 질질 끌려오고..잡힌 녀석은..
한 뼘 남짓의 전갱이.
약산에서도 전갱이가 올라오나요? 저는 처음이네요?
만약 처음이라면 수온이 높다는 얘기가 되나요?
아침의 상황은 어젯 밤 보다 더 심각합니다.
온통 잡어의 천국. 밑밥을 쳐보니 보일링 현상이..
물 속은 전갱이, 복어, 깔다구, 물 위는 학공치가 점령한 상태입니다.
계속 이런 녀석들만.
오늘은 잡어와의 싸움이 되겠네요.
이 엄청난 잡어에 굴복하고 맙니다. 어제 저녁의 조과로 만족해야 할 모양이예요.
이게 접니다 ㅋㅋㅋ
아내가 산책하러 나왔다가 뒤에서 저를 찍어 줬네요.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그 위에 뒤집어 썼더니 아주 가관이네요.
아내의 인기척을 확인하고 제가 모델 포즈를 한 번 잡아줍니다.
뒤에 인기척을 느낀 저는 포즈를 잡아봅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꼭 대머리 독수리 같습니다.
잡어도 너무 많고 어제 손맛을 보아서 별로 아쉬움이 없네요. 또 같이 왔으니 적당히 하면 좋을 거 같기도 하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같이 산책 좀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철수!

민박집 개 예요. 너무 이쁩니다.
집에서 이런 개 한마리 키우고 싶은....

애교 부릴 때 귀여워 죽습니다~
간단히 아.점을 먹고 진달래공원으로 가봅니다. 거기 전망이 아주 좋으니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길에서 만난 녀석. 도마뱀.
너 정말 오랫만에 본다.
근데 겁이 없네요? 도망을 안갑니다.
한 참 들여다 보다가 웬지 귀여워서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더니 미친듯이 도망갑니다 ㅋ
전망 좋은 곳에서 찍은 사진들.


왼쪽에 멀리 금일도와 오른쪽 생일도 인것 같네요.

몇 번 가서 잔 손맛을 보았던 너붕개 방파제. 수심이 10m 조금 넘게 나오는 깊은 곳인데 여기서 보니까, 얕은 물가 같습니다.
파노라마로 찍어 보았습니다.
한참을 앉았다가 마량으로 갑니다. 날씨도 좋고 오늘 거기에 낚시하러 많이들 오셨을거 같아요.
상황이 어떤지도 보고 싶네요.

아니나 다를까 많이들 오셨네요.
끝바리 부분에 사람이 많습니다. 저기가 주로 잘 나오나 보죠?


현재 시간 2시 쯤. 간조가 시작된지 5시간 째.
물이 거의 빠진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전히 뭔가 올라오는 군요.
손바닥 사이즈의 감성돔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네요?
사이즈가 아쉽지만 그래도 입질은 계속 있고, 살림망이 다들 띄어져 있는 걸 보니 그래도 뭐라도 다들 잡으신 모양입니다.
파노라마로 본 마량 방파제의 상황.
날씨도 좋고 따스하고, 물 때도 좋고 저도 한번 더 담구고 싶어집니다만, 갈길도 멀고...
다음을 기약하지요 뭐.
조행기도 아니고 여행기도 아닌, 긴 글 읽으시느라 무지하게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