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을비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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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을비도에서......

G 3 2,296 2002.05.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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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을비도에서......



하나의 거대한 생명인 섬
그지없이 섬세한 해안선과
꿈틀대는 듯한 육중한 몸집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거제도


그 장구한 해안선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동남부를 한 바퀴 돌다
이제 바깥 손대를 지나
매물도 남단의 깎아지른 직벽을 지나
거친 아홉 개의 돌섬, 구을비도에 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직 꿈이었던 곳.


안경섬, 홍도와 함께
남해동부, 그 드넓은 바다
넘실대는 대한해협, 어느 수중협곡에 숨었을
한 마리 꿈같은 대물을 포획하기 위해
거친 사나이들의 세계, 그 수렵의 기예를 갈고닦으며
꿈을 쫒아 찾아온
대양을 향해 심지를 돋우는 구을비도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이른 새벽
이미 갯바위 마다엔 유령 같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어디서 왔는지 서치라이트를 켠 쾌속선이
아침해가 밝도록 덤벼댄다.


이 절해고도에
고기보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붙어살던 놈들은 죄다 끌려 나갔을 테고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온갖 밑밥에 현혹된
철부지 물고기들이나 겨우 걸려 올라올 뿐인 섬.
한 시간이면 예까지 달려올 수 있으니
구을비도는 이제 꿈도 환상도 아니다.


채비를 던져 저 멀리로 흘려준다.
알 수 없는 협곡의 언저리쯤에서
흘러내려오던 밑밥을 주워 먹으며 재수 없는 놈 하나
그것도 아주 큰 놈이
나의 숨겨진 바늘을 삼킬지도 모른다.


놈은 목숨을 걸고 저항할 테고
피차간에 몸서리치는 전율로 몸을 떨 것이다.
놈이 이기면 내가 지는 것이고
내가 이기면 놈은 수명을 다 한다.
그렇게 한판의 밀고 당기는 거친 승부가 있어
그리도 가슴 설레이던 섬
내가 낚시꾼임에 언제나 꿈꾸었던 섬 구을비도


그러나 내겐
이제 더 이상의 꿈이 없는 섬
구을비도
아, 꿈을 잃어 슬픈 섬이여.


상념의 바다 거친 포말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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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G yuano 01-11-30 00:00
멋진...그러나 좀 서글픈....잘 감상하였습니다. [05/15-21:23]
G 고밥사 01-11-30 00:00
정출다녀오셔서 구을비도의 흔적을 글로 남기셨네요 왠 비가 이리도 오는지 낮부터 구상떨다 일석님의 조.바.친 홈에 들려 옛사랑 경아씨 이바구 훔쳐보구 혼자 히히덕 거리다 일석님에 리풀다신것보고 적습니다 저는 가족과 집은 제주도 이구요 현제 부산 온천장역부근에 조그만한 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석님과 닭살 생긴 버들피리님ㅎㅎㅎ같이 곡차라도 한잔 하시죠 일석님 연락할수있도록 전번 좀부탁합니다 [05/16-02:05]
G 김일석 01-11-30 00:00
고밥사님, 메일로 보냈어요.....^^ 열어보세요.... [05/20-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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