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고양이 살리기

회원랭킹(월 글등록)


공지사항


NaverBand
낚시인 > 조행기

새끼고양이 살리기

G 0 2,178 2002.06.17 14:49
6월 14일 기대를 넘어선 조 1위로 16강 진출!
온 아파트가 들썩거리는 난리법석이 채 가라앉기전에
이때다 싶어 와이프를 꼬셨다.
"우리팀이 16강에도 올랐는데 우리 낚시나 가자"
(그런데 16강하고 낚시하고 무신 관계지?)
와이프도 기분이 좋았던지
"더 덥기전에 한번 갔다올까"
의외로 대답이 쉽게 나온다.
"고흥은 너무 멀지?, 지난번 처럼 통영쪽이 어때?."
"척포까지 세시간 걸리니까 12시쯤 출발하자."
"그쪽은 시간관계 없잖아요, 그냥 자고 새벽에 가요"
더 우기면 어렵겠다는 생각에 척포 은진호로 핸드폰은 날리니
선장님 말씀이 시간은 전혀 관계 없으니 아무 때나 오라신다.
와이프가 대뜸 "그 봐요"
이쯤에서 타협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러면 지금 바로 자고 내일 새벽 4시에 출발하자"하고는
부지런히 짐을 싸놓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잠깐 잠들었나 싶었는데 벌써 알람이 울린다.
한잠에 빠진 와이프를 억지로 흔들어 깨우고
찬물로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 짐을 싣고 보니 벌써 네시반이다.
최근 몇차례 황이 없었던 관계로 잔뜩 기대에 부풀어
척포로 향해 힘차게 엑설레이터를 밟았다.
고성을 지나면서 와이프는 핸드폰으로 큰놈(고2)을 깨워
작은녀석(여중3)을 깨워 같이 챙겨먹고 학교가라고 닥달하고는
또 다시 잠들어 버린다.
척포에 도착하니 7시30분. 뱃전에 짐을 옮겨놓고
청룡낚시에 들러 밑밥, 미끼 챙겨서 오니 선장님이
이미 짐을 배에 다 실어 놓았다.
단 두사람인데 배는 바로 출발한다.
곤리도 뒷편 철탑밑에 내려주시면서 하시는
선장님 포인트 설명이 한참이나 길다.
대충 짐 던져두고 서둘러 낚싯대를 펴는데
아이프 배가 고픈지 버너를 찾다가 나에게 묻는다.
"버너는 어디에 넣었어요?."
'아차! 또 하나 빠트렸구나'
그놈의 야영짐이 얼마나 많은지 매번 어김없이
중요한 것 하나씩을 꼭 빠트린다.
"당신이 챙긴줄 알았는데..."하며 슬쩍 넘어가고.
가스등 덮개를 젖혀서 불을 붙여 바위벽 옆에 세우면서
"여기에 올리고 끓여. 아마 될꺼야."
와이프는 미덥지는 않은지 찜찜한 낯으로 물을 올려놓는다.
잠시 지나서 볼락 한마리를 건져내자
기특하게도 가스등이 물을 끓이고 있다.
"어 제법 빨리 끓네"하고는 와이프가 라면을 넣는다.
맛있게 라면을 한그릇 후딱 해치우고
커피 한잔을 끓여 마시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는데
왼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있던 낚시꾼 두사람중 한사람이
낚시를 하다 말고 우리쪽 가까이로 다가와 앉아서는
우리 채비를 유심히 보는 있는 것이다.
'우리 채비가 좀 유별난 것이 사실이지.'
1.5호 밑줄 두발과 3호 원줄은 평범한데
1호 구멍봉돌, 그 30Cm 위에 1호 국산전자찌,
전자찌 50Cm 위에 개조한 싸구려 장대찌.
그런데 이 전자찌가 가라앉는 것이다.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저 사람들 어디서 보기는 봤는데 제대로 못 봤는지
저런 엉터리 채비는 난생 처음보네,
그런데 원투성이 좋고, 날아가면서 장대찌가 뒤로 밀려
전자찌와 장대찌 착수지점이 멀어 줄엉킴도 없을 것 같고,
저 큰 전자찌가 수중찌 역할을 해서 물도 잘타고,
개조한 장대찌가 시인성도 좋고 아주 예민해서
새끼 손가락 보다 작은 잡고기 입질도 다 감지되고,
그런대로 괜찮은 것도 같은데..."
그런데 그 사람이 볼 수 없었던게 또 있다.
전자찌 무게를 정확히 맞춰 놓았기 때문에
가라앉다가 중간에서 멈춰서 봉돌까지는 안내려가
장대찌가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과
장대찌를 빼고 전자찌속의 납알만 제거하면
곧 바로 야간채비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기특한 채비다.
두어시간 가까이에 겨우 볼락 두마리,
10시쯤 되어 왼쪽의 낚시꾼이 철수하자
우리는 곧바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 지형을 살폈다.
여기는 물도 잘 흐르고, 수심도 더 깊은 것 같은데...
재어보니 16M가 넘는다. "됐다! 여기서 하자."
볼락 한마리를 걸고는 짐을 몽땅 옮기려고 내렸던 자리로 가니
라면 한봉지가 뜯겨있고 내용물이 없어졌다.
찢어진 모양이 쥐의 소행은 아닌데 어떤 놈일까?.
먼저번 출조때 밑밥통에 반쯤 먹던 식빵을 넣고
잠궈뒀더니 밤새 쥐가 밑밥통을 갉아서 두껑에 구멍을
내놓아 지금도 구멍난 밑밥통을 가져 다니는데...

본격적으로 들물이 시작되면서 볼락, 게르치가 올라오더니
12시 가까이 만조가 되자 왼쪽으로 흐르든 물이 거의 멈추자
"걸었다!" 갑자기 와이프의 고함이 터진다
"천천히 끌어올려"하고는
그제사 허둥지둥 뜰채를 조립해서 건져보니
빛갈도 좋은 35Cm 참돔이다.
나는 속으로 '이놈의 여편내 실력은 못한데 어복은 많아
언제나 큰놈은 와이프 낚시에 걸린단 말이야'
가만 생각해보니 그곳은 수심이 깊어 밑밥과 미끼 동조가 어렵기 때문에
물이 거의 뭠춰서야 입질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조금 있자니 와이프 낚시에는 도다리 까지 줄이어 올라온다.
"여기는 모래밭이네, 그런데 모래밭에도 참돔이 물어요?."
와이프의 즐거운 비명에 내속이 또 쓰리다.
"물 따라 흘러다니는 놈이 모래밭 자갈밭 가리겠냐."
'두고 봐라 나는 40이 넘는 놈이다'하고 별르로 있는데
와이프가 자기 낚싯대를 나한테 건네며 잡고 있으라 하고는
가방을 뒤적이고 있는데 와이프의 찌가 갑자기 사라진다.
"여보 왔어!"하고 낚싯대를 건내니
두말없이 홱 잡아채서는 또 한마리를 걸어 올린다.
이번에는 좀 작은 32Cm 정도다.
'오늘 또 채면 구기네'
잠시 있자니 내 찌가 힘차게 물속으로 들어간다.
챔질을 하고 힘을 재보니 35는 넘겠다 싶어
"나도 왔다!"하고 큰 소리를 질러놓고
건져보니 겨우 28되는 혹돔이다.
머쓱한 내심을 눈치 챘는지 와이프가 한마디 한다.
"와! 살이 아주 통통하네, 힘은 좋았겠네"
뜰망속에서 멀미로 지치기 전에 잡아 먹자고
와이프가 보채고 나도 출출한 차에
먼저 담아둔 참돔 큰놈과 볼락 몇마리를 썰어
가져간 샌드위치와 함께 맛있게 점심을 때우고
텐트를 치고 몇시간 낮잠을 즐기려 누우니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낚싯배 소리에 잠을 깨보니 네시가 가까웠고
와이프는 벌써 일어나 도다리를 몇마리 잡아 놓았다.
담배 한대로 잠을 깨고 낚시를 시작하는데
멀리서 고양이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더니
가까이 다가와 눈치를 보며 앉는다.
"저놈이 라면 훔쳐간 놈인 것 같은데."
와이프가 보더니 "새끼를 낳은지 얼마 않되었네,
못 얻어 먹었는지 털빛도 거칠고 젖도 말랐네"
난 개는 무척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싫었다.
하지만 문득, 배고픈 새끼들이 울고 있을 생각에
무척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녀석 조금만 일찍 왔어도 살려준 망상어를
던져 주었을텐데, 씨알도 굵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먼저온 낚시꾼이 던져놓아
햇볕에 조금 마른 망상어 한마리가 있어 던져주니
잽싸게 물고 달아났다가 잠시후 다시 돌아와 앉는다.
일부러 낚을려니 망상어도 잘 낚이지 않는다.
'뜰망속에 든 놈을 꺼내 주어야 하나'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제법 굵은 게르치를
한마리 걸어 올리기에 "그놈 저 고양이 주자"하니
와이프도 보지도 못한 새끼고양이가 마음에 걸렸던지
두말없이 던져주자 팔딱거리는 놈을 덥석물고는
사라져서 한동안 나타나지 않는다.
"먼저 고기는 지가 먹고 이번 것은 새끼들 나눠 줄려고
간 모양이야"
조금 있으니 용양님이 기특했던지 시원한 입질을 보내왔다.
잡아서 건져보니 참돔 겨우 30이다.
저녁 9시를 넘기고 텐트로 들어가 정신없이 잠을 자는데
새벽 3시가 넘으니 낚싯배들이 뻔질나게 들락거린다.
할 수 없이 일어나 낚시를 시작하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이 말짱하게 개어있었다.
'오늘은 조황이 별로겠구나.'했는데 역시나 였다.
우리 왼쪽에 새벽에 내린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초보꾼중
하나가 우리 뜰망을 들어보고는 감탄을 한다.
"우와! 여기서 다 잡은거에요?."
그 친구가 가고 조금있으니 또 하나가 와서 똑같이
그 짓을 반복하고 돌아갔다가는 둘다 낚싯대를 든채
슬금슬금 우리쪽으로 다가온다.
그 때 또다시 내 찌가 사정없이 내려박히고
잽싸게 챔질해서 올려보니 겨우 25되는 상사리다.
초보꾼들 보는 앞에서 바로 방생하니
존경하는 눈빛인지, 아까워하는 눈빛인지...
볼락, 도다리 몇마리를 추가하니 어느새 11시
짐을 꾸리고 갯바위를 청소하고나니 철수꾼 10여명을 실은
청룡호(은진호 자매선)가 도착, 배에 올라보니
몽땅 황잡은 분위기다.
속으로 조과를 헤어보니 참돔 35,32,30,25(방생),
혹돔 28, 도다리 20∼28 10수, 볼락 12∼15 약 15수,
게르치 25 정도 5마리.
가까운 섬에서 예상외의 조과였다.
게다가 허기진 고양이도 먹였으니 한결 흐뭇했다.
얼음에 재어 집에 돌아와서는 싱싱한놈 포뜨고,
눈알 흐리멍텅한 놈은 비늘쳐서 칼집내어 소금치고
뼈다귀랑 작은 몇놈으로 매운탕 끓여서
아주 맛있게 배불리 잘 먹고도 구워 먹을놈
여러마리가 남았다.
역시 여름은 땡볕도 겁나고 모기도 무서워
당분간은 잠복을 해야할 것 같다.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0 댓글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