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섬 역만도에서 따귀를 맞다

억세게 인연이 닿지 않는 섬, 역만도. 낚시기자 생활 동안 역만도는 5번 정도 들어가 보았으나 갈 때마다 매번 제대로 된 고기 한번 만나지 못했던 섬. 그래서, 역만도는 좀 많이 썼다고 자부하는 내 기사 속에서도 비중있게 언급된 것이 단 한 번도 없다.
역만도에 대한 나의 기억은 대체로 그다지 좋지 않은 발판, 기복있는 조황, 안 좋은 날씨가 대부분이다. 뭐, 그런 때만, 그런 날만, 그런 곳에만 내려서...라면 할 말은 없다. 역만도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다분히 실례니 말이다.
▲돌돔 민장대 꾼들이 점령한 보찰여
7월 22일 역만도. 취재팀은 참돔과 벵에돔 낚시를 병행해 보리라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역만도에 입성했다. 주말까지 태풍의 영향을 받았던 것과는 반대로 오랜만에 좋은 날씨를 보였으며 물결도 잔잔했다.
큰 씨알은 아니지만 상사리급 참돔은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 낚시를 시작했건만,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처참했다. 아예 눈만 달린 애처로운 씨알의 참돔들이 거침없이 찌를 가져갔던 것이다.
내가 준비한 것은 대물 참돔용 장비. 2호 줌대, 4천번릴, 4호 원줄, 5호 목줄, 13호 야광 참돔바늘. ‘그래도 혹시 모른다’면서 철저하게 준비한 대물 참돔 채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머쓱해 하면서 나는 채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밑밥을 던지자 한동안 갯바위 바로 앞에서 놀아 주었던 부시리. 그 때문에 한동안 낚시가 되지 않았다.
‘역시나 역만도는 나랑~’ 하면서 자조섞인 낚시를 하던 나는 약간 짜증이 난 상태로 벵에돔 용으로 가지고 온 1.75호 원줄이 감긴 2500번 lb로 바꾸고, 낚싯대 역시 0.8호로 교체.
그러나 너무 작은 상사리가 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전히 바늘은 크게 달다 보니 미끼만 따 먹히고 있는 상태였다. 목줄은 1.5호.
‘씨불, 씨불’ 하면서 무의미하게 낚시 하는데...낚싯대가 빨려 들어가면서 손잡이대가 내 턱을 치려고 하는 걸 재빠르게 왼손으로 막았다.
딱 느낌이 못 먹을 고기라는 생각. 더구나 릴이 빌려온 것이라 브레이크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서 역회전을 줄 수가 없었으니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좌우로 헤집던 놈은 갑자기 낚시자리 바로 앞으로 들어와서 직벽 아래로 너댓번 처박더니 원줄까지 날려 버렸다. 허무하게 떠가는 인터넷바다낚시 100만명 방문 기념 찌.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따발총을 난사하다
역만도 북쪽으로 자리를 옮겨 시작한 벵에돔 낚시. 두어번 밑밥을 던져 보니 씨알 좋은 자리돔 떼가 무리지어 올라 온다. 편광 안경을 이리저리 고쳐 써 가며 벵에돔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잘 보이지 않고, 또 몇 번의 밑밥을 주는데 잘 받아 먹던 자리돔이 갑자기 혼비백산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큰 고기가 있다는 신호.
▲날카로운 비수를 연상케 하는 역만도 칼바위
그러나 제 버릇 개 못준다 했던가. 채비 고쳐 묶기에 지나치게 게으른 나는 조금 전 터뜨렸던 그 채비 그대로 - 일반적인 벵에돔 낚시 채비인 1.75호 원줄에 1.5호 목줄을 직결하였으며 바늘은 벵에돔 전용바늘 - 낚시를 시작했다. 세 번째인가 캐스팅에 다시 한번 강력한 어신, 이 놈은 희끗한 몸체와 좌우로 길게 째는 것으로 보아 부시리..
역시 당할 재간이 없어, 목줄만 날려 먹었다.
같이 낚시를 하던 취재팀의 원망과 비웃음을 받으면서 다시 채비를 해 낚시 시작. 그러나 채비는 그대로. 강렬한 태양과 달구어진 갯바위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견디기 힘들어질 찰라 다시 찾아온 강렬한 입질. 아..어쩌나.
역시 손잡이대까지 먹는 강력한 어신을 받고 첫 버티기에 성공한 나는 어이없게 당한 앞선 두 번의 경험을 되살려 최대한 여유있게 파이팅을 시작했다. LB릴의 순발력을 이용해서 릴을 적절하게 역회전 시키면서 놈이 달릴 때까지 줄을 풀어주면서 힘이 빠질 때까지 겨루기에 성공. 한참 풀어주고 힘이 좀 빠졌다 싶었을 때 릴링..거의 수면까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수심 1m로 잡아 높은 구멍찌가 보였으니. 그러나 이 곳은 역만도. 막판에 또 한 번 처박을 때 브레이크를 놓아주고 다시 올리려고 하는데. 허공을 가르는 원줄.
감고 나서 보니 벵에돔 바늘이 부러져 있었다. 역시 잔인한 섬. 역만도.
▲한 꾼의 아이스박스에 들어 있었던 상사리와 잿방어 새끼. 현재의 역만도 조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역만도는 부시리, 상사리가 낚이고 있으며 몇몇 돌돔 포인트에서는 낱 마리의 돌돔이 낚이기도 한다. 잡어로는 자리돔과 학공치가 있으며 큰 씨알의 부시리 입성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취재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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