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낚시꾼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다크템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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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9 13:03

▲이 두 장의 사진 속에 인물들은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시 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 낚시꾼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3월 18일 일요일에는 부산 베스트 피싱의 시조회를 겸한 약식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의 특이한 점은 바로 잡어 대회였다는 것이다. 물론 시상 종목에는 감성돔 부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감성돔을 노리기 보다는 볼락, 노래미, 숭어 같은 잡어에 주력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낚시대회에 어김없이 맞는다. 역시나 감성돔은 나오지 않았고 잡어로 등수를 가려야 하는 상황. 그러나 잡어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깜빡하고 저울을 가져 오지 않은 대회 주최측. 급기야 회원들과의 중재로 일단 시상부문 후보를 선별한 다음 - 물론 고기를 한마리도 낚지 못한 사람은 제외 - 제비뽑기로 등수를 가리기로 한 것이다.
▲참가자 대부분이 우승을 넘 볼 수 있는 상황. 당연히 시상 준비를 모두나 나서 서둘렀다.
▲그 어떤 낚시대회보다 집중도가 높은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양은 냄비로 만들어진 즉석 뽑기통. ‘축 당첨’을 뽑기 위한 재빠른 손놀림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조별 대회였던 까닭에 제비뽑기에 나선 조 대표의 행운이 꼭 필요한 상황. 축 당첨을 뽑은 참가자는 마치 월드컵 때 골을 넣은 선수마냥 세레머니를 펼쳤으며 같은 조원과 얼싸 안았다. 주변의 낙첨자들의 표정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추첨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시상식 모습. 대체로 모두 만족한 모습이다.
어한기가 낳은 헤프닝, 혹은 약간 삐뚤어진 사람이 보았다면 '머구리들의 잔치' 정도로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수많은 낚시대회 취재를 하면서 참가자 대부분이 만족하는 대회는 어제의 이 대회 정도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낚시대회는 낚시꾼들의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끝날 무렵이면 시상대에 오른 몇몇을 제외하고는 씁쓸한 기분으로 돌아간다. 또한 많은 낚시대회가 큰 시상금액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것 때문에 시비거리가 생겨나는 뒷담화를 많이 듣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대회가 보잘 것 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구 고기가 의심스럽다', '누구는 고기를 샀다더라', '주최측의 비리다' 등등의 잡음 많은 대회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낚시대회니까 낚시는 반드시 해야 한다. 어차피 하는 낚시는 즐거워야 한다. 따라서 그 대상어가 반드시 감성돔이나 벵에돔 같은 고급 어종일 필요는 없다. 나오지도 않는 고기를 대상어로 해서 빈손으로 제비뽑기를 하는 것보다는 아예 낚이는 고기 모두를 대상어로 해서 고기 잡은 사람들끼리 제비뽑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덜 민망하다.
이날 함께 낚시를 한 필자는 하루종일 볼락 몇마리 입잘밖에 받지 못해 지루해져 있었으나 박진감 넘치는 시상식을 보면서 오랜만에 실컷 웃을 수 있었다. 마지막 상품인 구명조끼를 차지하기 위한 20분의 1 확률 가위바위보 결승전 때는 마른 침을 삼키기도 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 시상식이 이렇게도 재미있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유쾌한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