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내만권에서 하루를 보내다
① 출 조 일 : 2009년 10월 21일
② 출 조 지 : 거제 내만권 새바위
③ 출조 인원 : 2명
④ 물 때 : 11물
⑤ 바다 상황 : 아기처럼 걸었다가, 정지했다가, 빨랐다가,,
⑥ 조황 요약 :
인낚 선배님들께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낚시입니다.
오늘은 거제로 출조계획을 세웠습니다.
요즘 거제 다대 지역의 조황글이 자주 보이지만,
저에게 거제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땅입니다.
20대 시절,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장장 네 시간 정도의 여정으로 다녀 본 거제.
당시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지심도.
그리고 태풍 직전의 구조라 해수욕장 백사장에서의 텐트 하룻밤.
M.T.라는 걸 갈 때마다
나의 배낭엔 민장대 하나와 원투대 하나가 들어가 있었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자동차로 그 먼(?) 곳을 홀로 간다는 건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도 없습니다.
재작년 여름, 가족과 함께
카페리를 이용하여 지심도를 다시 다녀온 적은 있지만,

80년대에 느꼈던 그 향취를 더 이상 맛볼 수 없이 상업적인 섬으로 변해 버린
나의 추억으로만 남은 동백섬, 지심도.
한껏 실망만 안고 돌아왔던 곳, 거제.
다행히 함께 하는 동행이 있어
지겹지 않은 출조길이 되리라 생각하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컴컴한 초행길을 달려봅니다.
물때표 확인을 못 했지만
11물에 만조가 3시 반쯤. 간조가 10시 반쯤이라고 합니다.
해뜰 무렵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날물.
낮시간때가 들물인데,
거제 낚시가 초짜인 나는 어디를 향해야 한다는 말인가?
함께 한 낚시 친구[조우(釣友)]가
여기 저기 알아보더니 도장포로 행선지를 정합니다.
부산에서 출발한지 2시간 반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직은 미명도 오기 전의 선착장.
새벽 5시 30분경.
우리를 안전하게 이끌어 줄 선장을 만나고
드디어 갯바위에 내립니다.
"여기가 어딥니까?"
"새바위라는 곳입니다. 1번 포인트이구요."
젊게 보이는(?) 선장의 말이었다.
"새바위요? 새로 만든 바위라는 뜻입니까? 아니면 새가 많이 온다는 뜻입니까?"
아무런 응답이 없다.
나중에서야 알 게 된 말이지만
샛바람을 바로 받는다고 해서 새바위,
혹은 소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쇠바위라고 하였습니다.
선착장에서 출발.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동력선.
낚시 밑밥을 갤 때와 포인트로 진입할 때
이때가 낚시꾼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많은 낚시꾼과 똑 같은 꿈을 잠시 꾸어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인트에 내리라고 하는 선장님.
현지인인듯 보이는 꾼이 우리의 짐을 대신 챙겨주고
무사히 내린 갯바위 포인트.
아! 이게 뭔가?
부산 다대보다도, 가덕보다도, 생도보다도 더 한 곳.

밑밥은 눌러 붙을대로 붙어 있고,
왜 이렇게 더러운 것일까?
10월 하순인데도 모기는 나의 피를 뜯어먹으려고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참말이지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3시간을 투자하여 온 거제 내만권.
이럴바엔 부산 갯바위가 더 낫지 않을까?
두레박질 두어번에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이건 아니었습니다.
어느 분의 주창(主唱)대로
낚싯배에 물대포를 설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바위 1번 포인트는 직벽이기에
개인이 두레박으로 청소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전투 준비를 합니다.
나의 양심과 노쇠한 체력이 싸워
마침내 나의 게으른 몸뚱아리가 승리하는 순간입니다.
악취를 참으려 애쓰지만,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자리는 북동쪽이었습니다.
오늘의 전투식량입니다.
밑밥크릴 5장, 파우더 2장, 압맥 4장
그리고 백크릴 한장, 혹시 싶어 사 온 민물새우 5000원 어치.

어슴푸레 아침이 밝아 옵니다.
모기들이 그 창을 세우고 나를 침탈해 옵니다.
벌써 귓바퀴가 얼얼해 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헌혈을 열심히 하는 건데.
때늦은 후회를 해 봅니다.
항상 이렇게 당하고 난 뒤에야 철이 듭니다.
요즘 한창 호평 좋은 국산 낚싯대를 꺼냅니다.
2500번 LBD릴을 장착하고
2호 원줄에 1.2호 목줄을 세팅합니다.
항상 그렇듯, 긴장과 기대감으로 대를 던져 봅니다.
발 앞에 밑밥 한 두 주걱 던지고 캐스팅.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녀석이 얼굴을 비춥니다.

바늘을 깊이 물어서 이미 피를 많이 흘리고 있습니다.
불쌍합니다.
얼른 목줄을 끊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보내드립니다.
참으로 우리 국어는 재미 있습니다.
'돌돔 새끼'라고 하면 꼭 욕처럼 들립니다.
그렇지만 '새끼 돌돔'이라고 하면 참 귀엽게 들립니다.
어순의 차이가 이렇게 큰 어감의 차이를 낳습니다.
어쨌거나 첫 녀석이 아가야 돌돔이라서 행복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첫 고기가 망상어일 때 그날 낚시가 왠지 풀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 가이드를 뽑을 때도 가이드라인이 잘 맞지 않을 때나
채비 준비를 할 때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상하게도 그날은 안 좋습니다.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갯바위만 깨끗하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은데.
그렇지만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이렇게 더러운 쓰레기장 같은 곳 위에서 낚싯대를 펼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똑 같은 인간입니다.

6시 39분
동녘 바다로 해가 뜹니다.
의유당 김씨는 '관북유람일기(동명일기)'에서 이 해뜨는 장관을
글로 아름답게 비유했지만
문식(文識)이 짧은 저는 어떠한 필설로도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첨단 장치의 현대 문명의 힘을 빌어
사진을 찍을 뿐입니다.
우리네 인류를 지금껏 지켜온 저 태양의 원초적인 에너지 앞에
숙연해질 뿐입니다.
날물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오른쪽 방향에서 왼쪽 방향으로 흐름)
아직 낚시 자리 적응은 안 되고
포인트 여건이 어떻게 되는지 물속 지형 연구만 할 뿐입니다.
3미터 목줄이 1.5미터 정도로 줄어들고
그 동안 해 먹은 까막까치 바늘만 몇 개.
오른쪽에도 여들이 산재해 있고
정면에도 왼쪽에도..
온통 여뿐인 것 같았습니다.
정조(停潮)시간이 지나고 물돌이 때
함께 한 동행이 바로 앞에서 한 수 걸어 냅니다.
씨알은 30 정도 되어 보이지만,
그래도 은빛 찬란한 녀석입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오늘 출조의 목적이 동행의 손맛이었기에,
일단 일차 목적은 이루었습니다.
왼쪽에서 낚시하던 제가 뭔가를 걸었습니다.
ㅋㅋ 숭어입니다.
0.6호 정도의 휨세를 보이는 낚싯대라고 하지만
제 생각엔 0.8호 정도의 휨세입니다.
(그동안 제 주력대가 왜산/倭産인 0.6호대였습니다)
그렇지만 들어뽕하기에 약간 버겁습니다.
뜰채를 동원합니다.
물돌이가 지나도 그다지 입질이 없자
우리 두 사람은 준비한 도시락을 먹습니다.

그가 간밤에 준비한 도시락입니다.
밥도 돈가스도 딱딱해질대로 딱딱해진 점심 도시락이지만
그의 무한한 정성을 느끼며 차근 차근 씹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갯바위 점심입니다.
라면이나, 빵 조각으로 떼우던 과거의 출조와는 달리
그래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입니다.
동행한 지인의 배려에 단숨에 반찬까지 다 먹어버립니다.

감성돔 한 마리와 숭어 한마리 그리고 볼락 한마리
참으로 저조한 조과입니다.
비록 쓰레기 갯바위에 앉아 함께 한 점심 식사이지만,
동행이 있어 더욱 즐겁습니다.
아우야, 항상 건강하여라.
그리고 항상 낚시에 대한 초심을 잃지 말고
여유로운 낚시, 사색하는 낚시를 하도록 하여라.
밥도 먹었고
갯바위 커피도 한 잔 먹었고,
이제 저도 집중을 해야 하겠습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흐르는 조류.
0.8호 막대찌에 0.5호 수중찌. 그리고 목줄에 3B봉돌 하나
밑채비를 좀 무겁게 합니다.
장타를 날립니다.
새로 구입한 낚싯대, 막대찌의 무게도 잘 견딥니다.
밑밥을 양껏 넣어주고
채비를 흘립니다.
중간의 여를 넘기고, 채비가 정렬되고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첫번째 여를 또 넘기고 두번째 세번째
드디어 찌가 사라집니다.
묵직하게 전해지는 손맛.
제법 힘을 씁니다.
드디어 물 위로 자신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ㅎㅎㅎ
30센티보다 더 큰 말쥐치입니다.ㅋ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하여 직벽 위로 올립니다.
바늘을 2호로 바꿉니다.
한번 더 캐스팅합니다.
조과는 집중력의 결과물이야.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고등학교때 대학가려고 공부할 때의 그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비록 그때 결과는 형편 없었지만 ㅠ)
입질 예상지점으로 찌가 들어갑니다.
한껏 긴장을 합니다.
드디어 저도 녀석의 얼굴을 봅니다.

낚시가 생각대로 될 때는 참 재미 있습니다.
물속 지형을 그려보면서
조류 속도를 짐작하면서
밑밥을 적정한 장소에 투여하고 채비를 입질 예상지점까지 흘려 보내는 즐거움.
낚시는 참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동반하는 과학입니다.
이제 한 마리 보았습니다.
더 이상의 조과 욕심은 없습니다.
잠시 앉아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 사진찍기 놀이를 합니다.

다음에는 저 곳에 서서 낚시하고 싶습니다.
우뚝 솟은 독립여.
그런데 저 포인트는 깨끗하려나?
폭우가 몇날 며칠은 쏟아져야 깨끗해질 갯바위.

열심히 다시 채비 중인 3살 어린 동행자.
그는 오늘 찌건지개 효과를 톡톡히 봅니다.
나보다 더 심하게 바닥을 긁고 있는 모양입니다.
갯바위에 앉아 느긋하게 캔커피 한잔을 하면서
장타치고 오른쪽으로 흘려보라고 합니다.
제가 입질 받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40미터 정도 흐르니 구멍찌가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하기야 제가 마흔셋에 노안이 왔으니,
그는 아직 육체가 쓸만하다고 바득바득 우기지만,
그도 이제 많이 노쇠해 진 모양입니다.
함께 한 동행이 손맛을 좀 더 봐야할 건데.
1대 1이나 2대 2,
이런 스코어가 함께 한 낚시를 가장 즐겁게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우는 구멍찌를 판별하기 힘들다며 장타 낚시를 포기해 버립니다.
갑자기 조류가 빨라졌습니다.
1호 막대찌에 수중찌 0.5호 목줄에 3B봉돌 두개를 분납합니다.
그래도 채비 정렬에 꽤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꾸준히 한 곳에 밑밥을 투여하고
마지막 집중을 해봅니다.
저도 이미 체력은 바닥.
이렇게 오랫동안 낚시해 본 것도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당구를 처음 배우던 20대 초반.
10분당 100원하던 시절.
당구친다고 밤샘했을 때보다
더 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오후입니다.
결국 한 마리 얼굴을 더 보았습니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조과입니다.
낚시 점주처럼 조과물을 쓰레기 바위 위에 가지런히 두고
줄자 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이 참담한 숫자 욕망 속에 널부러젼 미약한 생명체들.
그들은 이 갯바위의 악취를 맡으며 어떤 지옥을 상상할까?
갯바위,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낚싯꾼은 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보전해야 할까?
그러나,
낚시라는 행위 자체가 환경보존과 상반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오늘 내가 해먹은 바늘과 봉돌만 해도 꽤 될 터인데.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바닷속에 던져진 파우더는?
우리 조상들은 먼 예전부터 낚시라는 게
자연과 동화되는 행위라는 걸 문학 작품을 통해 역설(力說)해 왔거늘
자연과 낚시 --
이 부조화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월 1일 좌사리 안장덕에 갔을 때였습니다.
이상하게 갯바위가 깨끗했습니다.
크릴 하나, 봉돌 하나 없는 자연 그대로의 포인트.
무척 행복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겨울 동안 낚시 금지 구역으로 정했던 모양입니다.
몇번의 폭우로 깨끗하게 씻긴 갯바위였던 것입니다.
휴년제가 힘들면 휴월제를 실시하든가
어떤 특단의 조치가 갯바위에 내려져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갯바위 - 너도 얼마나 그동안 힘들었느냐?
인간들만 휴가를 챙길 것이 아니라
너에게도 얼마간 휴가가 필요하겠구나.
어쨌든 저는
다음에 낚시갈 때는 정말 건장한 청년 한 명을 대동해야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직벽 포인트에서의 두레박질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지옥입니다.
4시 30분
도장포 선착장으로 다시 배를 타고 나옵니다.

철수하는 배에서 동행이 찍은 포인트 그림입니다.
저렇게 말 없이 갯바위는 풍설을 견디고
눌러붙은 밑밥을 견뎌 왔던 것입니다.
6시 30분 카페리를 타기 위해 장목쪽으로 운전을 합니다.
여객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즐비한 자동차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진해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삼익 비치 테트라포드 낚시는 어떠냐고 넌지시 권해 봅니다.
생활권 낚시가 얼마나 행복하냐고 강권도 해 봅니다.
낚시의 즐거움.
찾고자 하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제,
역시 저에게는 가깝지만 참으로 먼 곳입니다.
② 출 조 지 : 거제 내만권 새바위
③ 출조 인원 : 2명
④ 물 때 : 11물
⑤ 바다 상황 : 아기처럼 걸었다가, 정지했다가, 빨랐다가,,
⑥ 조황 요약 :
인낚 선배님들께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낚시입니다.
오늘은 거제로 출조계획을 세웠습니다.
요즘 거제 다대 지역의 조황글이 자주 보이지만,
저에게 거제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땅입니다.
20대 시절,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장장 네 시간 정도의 여정으로 다녀 본 거제.
당시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지심도.
그리고 태풍 직전의 구조라 해수욕장 백사장에서의 텐트 하룻밤.
M.T.라는 걸 갈 때마다
나의 배낭엔 민장대 하나와 원투대 하나가 들어가 있었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자동차로 그 먼(?) 곳을 홀로 간다는 건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도 없습니다.
재작년 여름, 가족과 함께
카페리를 이용하여 지심도를 다시 다녀온 적은 있지만,
80년대에 느꼈던 그 향취를 더 이상 맛볼 수 없이 상업적인 섬으로 변해 버린
나의 추억으로만 남은 동백섬, 지심도.
한껏 실망만 안고 돌아왔던 곳, 거제.
다행히 함께 하는 동행이 있어
지겹지 않은 출조길이 되리라 생각하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컴컴한 초행길을 달려봅니다.
물때표 확인을 못 했지만
11물에 만조가 3시 반쯤. 간조가 10시 반쯤이라고 합니다.
해뜰 무렵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날물.
낮시간때가 들물인데,
거제 낚시가 초짜인 나는 어디를 향해야 한다는 말인가?
함께 한 낚시 친구[조우(釣友)]가
여기 저기 알아보더니 도장포로 행선지를 정합니다.
부산에서 출발한지 2시간 반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직은 미명도 오기 전의 선착장.
새벽 5시 30분경.
우리를 안전하게 이끌어 줄 선장을 만나고
드디어 갯바위에 내립니다.
"여기가 어딥니까?"
"새바위라는 곳입니다. 1번 포인트이구요."
젊게 보이는(?) 선장의 말이었다.
"새바위요? 새로 만든 바위라는 뜻입니까? 아니면 새가 많이 온다는 뜻입니까?"
아무런 응답이 없다.
나중에서야 알 게 된 말이지만
샛바람을 바로 받는다고 해서 새바위,
혹은 소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쇠바위라고 하였습니다.
선착장에서 출발.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동력선.
낚시 밑밥을 갤 때와 포인트로 진입할 때
이때가 낚시꾼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많은 낚시꾼과 똑 같은 꿈을 잠시 꾸어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인트에 내리라고 하는 선장님.
현지인인듯 보이는 꾼이 우리의 짐을 대신 챙겨주고
무사히 내린 갯바위 포인트.
아! 이게 뭔가?
부산 다대보다도, 가덕보다도, 생도보다도 더 한 곳.
밑밥은 눌러 붙을대로 붙어 있고,
왜 이렇게 더러운 것일까?
10월 하순인데도 모기는 나의 피를 뜯어먹으려고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참말이지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3시간을 투자하여 온 거제 내만권.
이럴바엔 부산 갯바위가 더 낫지 않을까?
두레박질 두어번에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이건 아니었습니다.
어느 분의 주창(主唱)대로
낚싯배에 물대포를 설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바위 1번 포인트는 직벽이기에
개인이 두레박으로 청소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전투 준비를 합니다.
나의 양심과 노쇠한 체력이 싸워
마침내 나의 게으른 몸뚱아리가 승리하는 순간입니다.
악취를 참으려 애쓰지만,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자리는 북동쪽이었습니다.
오늘의 전투식량입니다.
밑밥크릴 5장, 파우더 2장, 압맥 4장
그리고 백크릴 한장, 혹시 싶어 사 온 민물새우 5000원 어치.
어슴푸레 아침이 밝아 옵니다.
모기들이 그 창을 세우고 나를 침탈해 옵니다.
벌써 귓바퀴가 얼얼해 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헌혈을 열심히 하는 건데.
때늦은 후회를 해 봅니다.
항상 이렇게 당하고 난 뒤에야 철이 듭니다.
요즘 한창 호평 좋은 국산 낚싯대를 꺼냅니다.
2500번 LBD릴을 장착하고
2호 원줄에 1.2호 목줄을 세팅합니다.
항상 그렇듯, 긴장과 기대감으로 대를 던져 봅니다.
발 앞에 밑밥 한 두 주걱 던지고 캐스팅.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녀석이 얼굴을 비춥니다.
바늘을 깊이 물어서 이미 피를 많이 흘리고 있습니다.
불쌍합니다.
얼른 목줄을 끊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보내드립니다.
참으로 우리 국어는 재미 있습니다.
'돌돔 새끼'라고 하면 꼭 욕처럼 들립니다.
그렇지만 '새끼 돌돔'이라고 하면 참 귀엽게 들립니다.
어순의 차이가 이렇게 큰 어감의 차이를 낳습니다.
어쨌거나 첫 녀석이 아가야 돌돔이라서 행복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첫 고기가 망상어일 때 그날 낚시가 왠지 풀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 가이드를 뽑을 때도 가이드라인이 잘 맞지 않을 때나
채비 준비를 할 때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상하게도 그날은 안 좋습니다.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갯바위만 깨끗하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은데.
그렇지만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이렇게 더러운 쓰레기장 같은 곳 위에서 낚싯대를 펼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똑 같은 인간입니다.
6시 39분
동녘 바다로 해가 뜹니다.
의유당 김씨는 '관북유람일기(동명일기)'에서 이 해뜨는 장관을
글로 아름답게 비유했지만
문식(文識)이 짧은 저는 어떠한 필설로도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첨단 장치의 현대 문명의 힘을 빌어
사진을 찍을 뿐입니다.
우리네 인류를 지금껏 지켜온 저 태양의 원초적인 에너지 앞에
숙연해질 뿐입니다.
날물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오른쪽 방향에서 왼쪽 방향으로 흐름)
아직 낚시 자리 적응은 안 되고
포인트 여건이 어떻게 되는지 물속 지형 연구만 할 뿐입니다.
3미터 목줄이 1.5미터 정도로 줄어들고
그 동안 해 먹은 까막까치 바늘만 몇 개.
오른쪽에도 여들이 산재해 있고
정면에도 왼쪽에도..
온통 여뿐인 것 같았습니다.
정조(停潮)시간이 지나고 물돌이 때
함께 한 동행이 바로 앞에서 한 수 걸어 냅니다.
씨알은 30 정도 되어 보이지만,
그래도 은빛 찬란한 녀석입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오늘 출조의 목적이 동행의 손맛이었기에,
일단 일차 목적은 이루었습니다.
왼쪽에서 낚시하던 제가 뭔가를 걸었습니다.
ㅋㅋ 숭어입니다.
0.6호 정도의 휨세를 보이는 낚싯대라고 하지만
제 생각엔 0.8호 정도의 휨세입니다.
(그동안 제 주력대가 왜산/倭産인 0.6호대였습니다)
그렇지만 들어뽕하기에 약간 버겁습니다.
뜰채를 동원합니다.
물돌이가 지나도 그다지 입질이 없자
우리 두 사람은 준비한 도시락을 먹습니다.
그가 간밤에 준비한 도시락입니다.
밥도 돈가스도 딱딱해질대로 딱딱해진 점심 도시락이지만
그의 무한한 정성을 느끼며 차근 차근 씹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갯바위 점심입니다.
라면이나, 빵 조각으로 떼우던 과거의 출조와는 달리
그래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입니다.
동행한 지인의 배려에 단숨에 반찬까지 다 먹어버립니다.
감성돔 한 마리와 숭어 한마리 그리고 볼락 한마리
참으로 저조한 조과입니다.
비록 쓰레기 갯바위에 앉아 함께 한 점심 식사이지만,
동행이 있어 더욱 즐겁습니다.
아우야, 항상 건강하여라.
그리고 항상 낚시에 대한 초심을 잃지 말고
여유로운 낚시, 사색하는 낚시를 하도록 하여라.
밥도 먹었고
갯바위 커피도 한 잔 먹었고,
이제 저도 집중을 해야 하겠습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흐르는 조류.
0.8호 막대찌에 0.5호 수중찌. 그리고 목줄에 3B봉돌 하나
밑채비를 좀 무겁게 합니다.
장타를 날립니다.
새로 구입한 낚싯대, 막대찌의 무게도 잘 견딥니다.
밑밥을 양껏 넣어주고
채비를 흘립니다.
중간의 여를 넘기고, 채비가 정렬되고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첫번째 여를 또 넘기고 두번째 세번째
드디어 찌가 사라집니다.
묵직하게 전해지는 손맛.
제법 힘을 씁니다.
드디어 물 위로 자신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ㅎㅎㅎ
30센티보다 더 큰 말쥐치입니다.ㅋ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하여 직벽 위로 올립니다.
바늘을 2호로 바꿉니다.
한번 더 캐스팅합니다.
조과는 집중력의 결과물이야.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고등학교때 대학가려고 공부할 때의 그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비록 그때 결과는 형편 없었지만 ㅠ)
입질 예상지점으로 찌가 들어갑니다.
한껏 긴장을 합니다.
드디어 저도 녀석의 얼굴을 봅니다.
낚시가 생각대로 될 때는 참 재미 있습니다.
물속 지형을 그려보면서
조류 속도를 짐작하면서
밑밥을 적정한 장소에 투여하고 채비를 입질 예상지점까지 흘려 보내는 즐거움.
낚시는 참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동반하는 과학입니다.
이제 한 마리 보았습니다.
더 이상의 조과 욕심은 없습니다.
잠시 앉아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 사진찍기 놀이를 합니다.
다음에는 저 곳에 서서 낚시하고 싶습니다.
우뚝 솟은 독립여.
그런데 저 포인트는 깨끗하려나?
폭우가 몇날 며칠은 쏟아져야 깨끗해질 갯바위.
열심히 다시 채비 중인 3살 어린 동행자.
그는 오늘 찌건지개 효과를 톡톡히 봅니다.
나보다 더 심하게 바닥을 긁고 있는 모양입니다.
갯바위에 앉아 느긋하게 캔커피 한잔을 하면서
장타치고 오른쪽으로 흘려보라고 합니다.
제가 입질 받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40미터 정도 흐르니 구멍찌가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하기야 제가 마흔셋에 노안이 왔으니,
그는 아직 육체가 쓸만하다고 바득바득 우기지만,
그도 이제 많이 노쇠해 진 모양입니다.
함께 한 동행이 손맛을 좀 더 봐야할 건데.
1대 1이나 2대 2,
이런 스코어가 함께 한 낚시를 가장 즐겁게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우는 구멍찌를 판별하기 힘들다며 장타 낚시를 포기해 버립니다.
갑자기 조류가 빨라졌습니다.
1호 막대찌에 수중찌 0.5호 목줄에 3B봉돌 두개를 분납합니다.
그래도 채비 정렬에 꽤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꾸준히 한 곳에 밑밥을 투여하고
마지막 집중을 해봅니다.
저도 이미 체력은 바닥.
이렇게 오랫동안 낚시해 본 것도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당구를 처음 배우던 20대 초반.
10분당 100원하던 시절.
당구친다고 밤샘했을 때보다
더 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오후입니다.
결국 한 마리 얼굴을 더 보았습니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조과입니다.
낚시 점주처럼 조과물을 쓰레기 바위 위에 가지런히 두고
줄자 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이 참담한 숫자 욕망 속에 널부러젼 미약한 생명체들.
그들은 이 갯바위의 악취를 맡으며 어떤 지옥을 상상할까?
갯바위,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낚싯꾼은 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보전해야 할까?
그러나,
낚시라는 행위 자체가 환경보존과 상반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오늘 내가 해먹은 바늘과 봉돌만 해도 꽤 될 터인데.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바닷속에 던져진 파우더는?
우리 조상들은 먼 예전부터 낚시라는 게
자연과 동화되는 행위라는 걸 문학 작품을 통해 역설(力說)해 왔거늘
자연과 낚시 --
이 부조화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월 1일 좌사리 안장덕에 갔을 때였습니다.
이상하게 갯바위가 깨끗했습니다.
크릴 하나, 봉돌 하나 없는 자연 그대로의 포인트.
무척 행복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겨울 동안 낚시 금지 구역으로 정했던 모양입니다.
몇번의 폭우로 깨끗하게 씻긴 갯바위였던 것입니다.
휴년제가 힘들면 휴월제를 실시하든가
어떤 특단의 조치가 갯바위에 내려져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갯바위 - 너도 얼마나 그동안 힘들었느냐?
인간들만 휴가를 챙길 것이 아니라
너에게도 얼마간 휴가가 필요하겠구나.
어쨌든 저는
다음에 낚시갈 때는 정말 건장한 청년 한 명을 대동해야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직벽 포인트에서의 두레박질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지옥입니다.
4시 30분
도장포 선착장으로 다시 배를 타고 나옵니다.
철수하는 배에서 동행이 찍은 포인트 그림입니다.
저렇게 말 없이 갯바위는 풍설을 견디고
눌러붙은 밑밥을 견뎌 왔던 것입니다.
6시 30분 카페리를 타기 위해 장목쪽으로 운전을 합니다.
여객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즐비한 자동차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진해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삼익 비치 테트라포드 낚시는 어떠냐고 넌지시 권해 봅니다.
생활권 낚시가 얼마나 행복하냐고 강권도 해 봅니다.
낚시의 즐거움.
찾고자 하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제,
역시 저에게는 가깝지만 참으로 먼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