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경험해본 갑오징어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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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입질의 추억
낚시를 사랑하는 멋쟁이 낚시꾼 - 입질의 추억님의 바다낚시 일기입니다.

처음으로 경험해본 갑오징어 낚시

1 입질의추억 20 4,411 2015.10.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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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00, 충남 무창포항

우리나라에는 가을의 전설이 시작되는 몇몇 항구가 있습니다. 
그 전설은 수많은 낚시객 인파가 몰리는 극성수기로 9~11월 짧디 짧은 시즌의 절정에서 낚시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케 합니다. 이 시기 충남 안흥항, 안면도 영목항, 오천항, 무창포항, 홍원항에는 꼭두새벽부터 엄청난 인파의 낚시객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는데 낚시를 모르는 사람이 이 시간에 이런 풍경과 마주하게 
되면 카메라를 들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진풍경이기도 하지요. 

왜 9~11월에만 유독 몰리는 것일까요? 이는 서해라는 지리적 특성과 잡히는 어자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서해를 세계지도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만'에 해당합니다. 이 만은 많은 바닷물이 한꺼번에 드나들고 빠지면서 조수간만의 차이를 만들었고 그 차이는 수온의 등락 폭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꺼지는 양철 냄비 효과를 불러오게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일 년 중 수온이 가장 높은 9~11월에는 온갖 어종이 서해로 몰리는데 이 중에서도 단연 화두는 '쭈갑'이라 불리는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가 되겠지요.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다른 낚시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소 낚시를 하지 않아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낚싯대를 대여해서라도 즐기면, 마릿수 재미가 좋아 한 달치 반찬 장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낚시객을 불러모읍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숱하게 낚시를 즐기면서도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해봐야지 하고 있다가 얼마 전, 기회가 와서 하게 되었는데 그 현장으로 달려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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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하는 배에 몰리는 낚시객들

전날 밤 11시에 잠이 든 저는 정확하게 세 시간 자고 일어나 밤새 이곳까지 달려왔습니다. 
출항 시간에 놓인 무창포항에는 쭈갑을 낚으려고 온 꾼들의 행렬이 엄청났습니다. 
그놈의 손맛이 뭐라고 이렇게 밤잠 설치면서까지 왔을까 싶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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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자도 낚시 어선 사고 이후로 달라진 풍경입니다. 
해경은 구명복 착용을 거듭 강조했고 이름을 부르면 낚시꾼은 관등성명을 대며 일일이 대질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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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일출

육지에서부터 올라오는 어스름한 빛은 비록, 수평선의 일출보다 임펙트가 떨어지지만. 정감은 있죠.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상쾌한 바람을 가르는 이때가 가장 설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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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는 온 천지가 먹물자국으로 물들어 있으니 제게는 약간 낯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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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해에서 유행하는 대표적인 쭈갑 채비

이날은 주꾸미보다 갑오징어를 위주로 낚시한답니다. 
주꾸미 낚시를 하다 보면 갑오징어가 손님 고기로 낚이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갑오징어 낚시를 하다가 
주꾸미가 손님 고기로 낚이는 양상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포인트 서식 환경에 있습니다. 
주꾸미는 주로 개펄에 서식하지만, 갑오징어는 여(암초), 돌밭으로 된 지형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포인트가 확연히 나뉘는 것이겠지요. 

갑오징어 낚시를 처음 하는 제게는 이런 채비 자체도 낯설지만, 단순하기에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가진 장비를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갯바위 낚시를 주로 하기에 루어나 에깅낚시 장비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열악합니다. 물론, 전용장비로 낚시하면 더 편리할 수 있겠지만,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낚시를 위해 지름신을 부르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수중에 있는 것으로 쓰고 맙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저는 낚시장비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쓰는 장비조차도 어떤 모델인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글을 쓰기 위해 애써 파악해 두는 것뿐이죠.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원다 도리스 에깅 전용대
릴 : 다이와 Cruise T150 베이트릴
원줄 : 유니타카 PE 합사 1.5호 (광어 다운샷하던거라 ^^;)
에기 : 쯔리겐사의 갑오징어용 에기
추 : 15호


주꾸미와 달리 갑오징어 낚시는 여밭에서 하기 때문에 에기 손실이 많습니다. 
보통 한 번의 출조에서 10개 정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날 운이 좋은 건지 갑오징어 낚시를 처음 해보는 
데도 4개의 에기로 하루를 잘 버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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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준비를 마치고 이제 던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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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30, 낚시가 시작됐다.

포인트는 무창포 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배를 대고, 저마다 한쿨러의 꿈을 가득 싣고선 에기를 내립니다. 낭창낭창한 초릿대는 잔잔한 물결에 맞춰 장단을 맞추니 에기에 올라타게 될 주꾸미와 갑오징어를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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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제게 첫 입질이 닿았는데 다름 아닌 주꾸미네요. 햐~ 이건 손맛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 
처음 해보는 낚시라 상당히 어색한데 특히, 입질을 간파해 내는 일이 제가 지금껏 즐겨온 갯바위 낚시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서 온갖 촉각을 손의 감각과 초릿대 끝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무게 100g이 될까 말까 한 주꾸미가 15호 추와 함께 에기에 올라탔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 그 미묘한 차이를 빨리 간파해 강한 챔질로 마수걸이해야 하는 그런 순발력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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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에 떨어진 녀석은 에기를 질질 끌고선 도망가기 바쁩니다. 
처음에는 이 녀석을 바늘에서 어떻게 떼야 할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냥 에기를 잡고 비틀면 자동으로 
떨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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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고수로 보이는 옆 손님이 갑오징어를 낚아 올립니다. 
이 장면도 제게는 무척 낯선데 줄곧 마트나 시장에서 철사줄에 꿰어 팔던 볼품없는 형체만 보다가 이렇게 갓 낚인 갑오징어를 보니 손맛을 떠나 입맛부터 다지게 됩니다. 

사실 갑오징어는 몇 마리 정도 잡아야 호조황인지 모르지만, 저는 일단 처음 하는 것이니 스무 마리만 잡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너무 과분한 목표는 아니겠죠? 원래 그 정도는 쉽게 잡아가잖아요.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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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 선 두 사람은 쭈갑 낚시를 자주 다니나 봅니다.
낚싯대, 릴, 테클박스까지 어느 것 하나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게 없을 정도. 
특히, 낚싯대는 2m도 채 않되는 매우 짧은 대로 허리는 강한 데 비해 초릿대만 부드러워 갑오징어 낚시에 특화된 제품으로 보입니다. 허리는 강하니 짧은 챔질에도 힘이 강력하게 전달될 것이고 초릿대는 연질이라 입질 파악이 쉽고 그래서 이런 전용 장비를 쓰면 아무래도 남보다 더 많은 조과를 올릴 수밖에 없겠지요. 
물론, 개인의 감각이 중요한 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확실히 탐이 날 만한 장비지만, 역시 고민되는 건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쭈갑 낚시를 위해 투자해야 하느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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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항 넓은여

입질이 영 신통치 않자, 배는 기수를 틀어 홍원항 앞바다로 진출했습니다. 
가을인데도 넓은여가 비어있군요. 다들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에 혈안이 돼 있다 보니 이쪽 서해권은 
갯바위 낚시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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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완전무장한 박범수 한조무역 대표님이 갑오징어를 낚아 올리며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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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사람은 씨알 좋은 주꾸미를 올리고 여기저기서 갑오징어가 올라오기 시작하지만, 웬일인지 제게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갑오징어의 먹이 습성이나 입질 패턴을 잘 모르니 애를 먹는가 봅니다. 
이럴 땐 낚시를 잘하는 사람의 행동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입질이 왔을 때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익히는 수밖에 없겠지요. 

갑오징어의 입질 수심층은 바닥에서 30cm 이하로 추가 거의 바닥에서 닿을 듯 말 듯해야 합니다. 
그 상태에서 갑오징어가 에기에 올라타는 느낌을 받으려면 줄의 텐션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차 바닥을 찍는 습관보다는 한번 확인한 수심층에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옆 사람에게는 연신 갑오징어가 올라와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인트 콘트롤이 필요한 낚시입니다.
다시 바닥을 찍고 살짝 들어 올린 상태에서 손의 감각을 초릿대 끝으로 모아 봅니다.

"툭툭"

이건 추가 바닥에 닿은 느낌이니 대를 살짝 올리는데 뭔가가 꾸욱하고 누르는 기분이 듭니다. 
이건가? 싶어 챔질. 낚싯대가 둥그렇게 휘어지니 갯바위에서 쓰레기나 비닐, 해초 따위를 걸고 올리는 
느낌이 나지만, 그 와중에도 꾹꾹 하는 손맛이 있기는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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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낚아 본 갑오징어

드디어 저도 한 마리 낚았습니다. 
비록, 남들 서너 마리 낚을 때 겨우 한 마리 낚은 것이지만, 뒤늦게 배운 낚시가 무섭다고 이번에 낚은 
감을 잘 기억해 마릿수 조과에 시동을 걸어봅니다.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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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세 마리로 불었습니다. 1타 1피로 3연타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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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규 형님은 갑오징어 낚시를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초반에 몇 번 떨구다가 이제 시동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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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채비, 입질 파악,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몇 마리 낚으면서 감을 찾아갑니다.
그나저나 갑오징어를 흰 배 부분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으니 영 볼품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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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화력발전소

전방에는 소싯적에 자주 낚시했던 화력발전소 방파제가 보입니다. 
지금은 낚시인의 출입을 금지했지만, 저 바둑판 모양의 방파제에서 삼치며 감성돔이며 가끔 도다리까지 
찌낚시에 걸리곤 했죠. 그리고 숲이 있는 저곳은 서천에서 유명한 동백정인데 그 아래 갯바위에는 발전소 배수구에서 연중 따듯한 물이 흘러나와 포인트를 형성하곤 합니다. 
지금도 저곳에서 낚시하면 살감생이를 비롯해 학꽁치, 삼치, 숭어가 지천일 듯.

감성돔은 씨알이 잘아 25cm가 되지 않으면 낚시인들이 자발적으로 방생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저곳에서 낚시하는 일부 현지꾼은 손바닥 씨알의 살감시를 예닐곱 마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저곳에서 낚이는 감성돔은 원체 씨알이 잘아서 굳이 반찬감으로 쓰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준치 이하의 감성돔을 너무 많이 잡아가는 모습은 눈살이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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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력도

배는 기수를 틀어 이 근방에서는 연도와 함께 감성돔 1급 포인트인 오력도로 향했습니다.
사실 말이 1급이지 남해의 수많은 포인트와 함께 붙여놓으면 1급이라 할 수 없겠지요. 
이는 서해 어자원의 한계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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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마릿수가 터질 듯하면서도 터지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갑오징어 낚아 올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바닷속 상황이 바뀌었는지 소강상태입니다. 
좀 전에 3연타로 낚아 올렸을 때의 자신감도 지금은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한창 입질할 때는 초보도 낚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입질이 없을 때 낱마리라도 낚아내는 사람이 진정 실력자인데 바로 제 옆에 선 두 사람이 그랬습니다. 물론, 갑오징어 낚시에 최적화된 로드를 사용한 것도 주효했을 것입니다.

제게도 톡톡 건드리는 입질이 오는데 챔질하면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녀석들이 촉수로 살짝 간만 보나 봅니다. 그런데 촉수로 건드리는 입질은 어지간해선 간파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낚싯대의 성능, 정확히 말하자면 초릿대의 부드러운 휨새가 약은 입질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 저처럼 무늬오징어 전용 로드의 뻣뻣한 초릿대로는 이런 저활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낚시는 뭐든 전용 장비를 써야 함을 실감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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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이던 바다에는 어느덧 강해진 바람으로 잔 파장이 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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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는 어느덧 간조를 맞이하니 입질도 쑥 들어가버리고 가끔 툭툭 치는 느낌이 전달되곤 했지만, 
챔질하면 걸려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반적으로 활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 사항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 시즌은 9~11월이지만, 이 중에서도 최대 성수기를 꼽으라면 단연 10월입니다. 
이 시기에는 갑오징어의 씨알도 많이 자랐을 때고 개체 수, 활성도도 9월이나 11월보다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한 사람당 수십 마리 조과가 가능합니다. 다만, 본 조행기는 9월 중순에 다녀와서 그런지 씨알과 마릿수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이 배에서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40~50수였으니 지금(10월) 가면 세 자릿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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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가 초들물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 번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행인 남규 형님도 쭉쭉 뽑아내고 있었고, 배 앞자리 뒷자리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갑오징어가 올라옵니다. 
그리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서너 번 캐스팅하면 그중 한 마리는 올라오니 재미가 쏠쏠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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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걸린 갑오징어

다른 사람들도 한둘씩 뽑고 있으니 저도 질세라 갑오징어를 맞이하기 위해 온갖 촉각을 초릿대에 집중시켜 봅니다. 흔들리는 선상에서 카메라를 매가며 낚시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내려놓고 하게 되면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게 됩니다. 사진은 언제든 스탠바이를 해야 하기에 저의 경우는 카메라 끈을 길게 한 다음 허리춤에 매고 하다가 앞사람이든 옆 사람이든 뭔가를 낚아 올리면 파이팅하는 장면과 들어뽕 장면, 그리고 갑오징어를 낚은 일행의 포즈를 찍는 식입니다. 

그러면서도 제 낚싯대는 바닷물에 담그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원치 않게 바닥 걸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제는 요령이 붙어서 카메라를 들어야 할 때는 채비를 살짝 든 채 한손으로 찍습니다. 
그러니 낚시하며 촬영하는 것은 상당한 멀티테스킹을 요구하며, 세팅도 평상시보다 셔터스피드를 넉넉히 줘, 한손으로 막샷을 찍어도 피사체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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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00,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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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심심하지 않게 올라오는 갑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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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물이 바치면서 갑오징어의 활성이 제법 좋아졌습니다. 저 같은 초보자에게도 쭉쭉 달려드네요. 
참고로 제가 사용한 에기는 모두 빌린 것입니다. 원래는 출항 전에 구입하려 했지만, 한조무역 박 대표님이 그냥 자기 것 쓰라며 만류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빌려 쓰게 되었는데요.
빌려주면서 하시는 말이 개당 만원짜리랍니다. 헐~ 이거 부담스러워서 어디 낚시하겠나요. 
그럼에도 꿋꿋히 낚시하다가 (것도 두개를 달아서 하다가) 4개나 수장시키고 지금은 다섯 번째 에기로 
낚시를 이어갑니다. ^^;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제게는 밑걸림을 회피하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어 이날 에기를 4개만 떨구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저나 수장돼버린 에기 값만 자그마치 4만원어치, 
제 것이라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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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에 쏘임을 각오하고 정면을 찍어 봅니다. 찍고 있는데 먹물이 발사되면 대략 난감. ^^
그런데 갑오징어가 먹물을 쏘는 타이밍은 대부분 정해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무조건 들어 올린다고 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옆 사람이 잡을 때 관찰한 결과 갑오징어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 주로 먹물을 쏩니다.
즉, 들어뽕으로 랜딩하다 보면 낚싯대 탄성에 위아래로 흔들릴 때가 있는데 그때 먹물을 발사하는 것이니 흔들리지 않게 얌전히 들어 올리면 먹물 테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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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옆모습입니다. 이렇게 보니 무슨 SF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 생명체 같지 않나요? 
저런 게 바위틈에 붙어 있다가 물고기며, 갑각류를 사냥한다 생각하니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습니다. 
실제로 갑오징어의 습성을 보면 대부분 바닥층 돌이나 바위에 다리를 고정하고 붙어 있다가 먹잇감이
지나가면 촉수를 뻗어 공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에기를 공격할 때도 바늘 쪽이 아닌 눈과 몸통을 먼저 
건드리기 때문에 이때 힘껏 챔질하지 않으면 후킹이 잘 안 됩니다. 

에기에 올라타는 액션도 활성이 좋을 때는 쭉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누구든 쉽게 알아차리지만, 활성이 낮으면 소심하게 올라타거나 건드리는 정도에 그치므로 가뜩이나 초릿대가 뻣뻣한 로드를 사용하면, 
입질을 간파하지 못해 조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합니다. 
제가 사용 중인 로드는 무늬오징어 전용대이기 때문에 초릿대가 다소 뻣뻣합니다. 
이 뻣뻣함을 극복하기 위해 초릿대를 살짝 실룩거리듯 움직여 입질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이죠. 
시간은 어느덧 3시. 철수 시각에 가까워지면서 갑오징어는 배 여기저기서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나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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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중간할 것 없이 갑오징어가 낚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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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에 두 분은 실력이 출중해서 그런지 다른 이들보다 2~3배는 더 낚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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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뽕하던 중 갑오징어를 떨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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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도 꾸준히 올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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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 더 극적인 장면을 포착하고자 수면에서 먹물을 뿜는 장면을 찍으려 했지만, 시간을 너무 끌어 
그만 놓치고 맙니다. ㅠ 사진 찍다 놓친 갑오징어가 벌써 몇 마리 짼 지 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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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에는 오징어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챔질 강도가 약하거나 혹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오징어 살점만 덕지덕지 붙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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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같은 구름 아래 유유자적 즐기는 갑오징어 낚시. 늘 보는 풍경이지만, 늘 좋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날은 유난히 하늘이 아름답네요.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말 듯한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보니 딸내미가 커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는 초딩 6학년까지 갑오징어와 주꾸미로 낚시왕 만들기 ^^
중딩 때는 광어 다운샷을 마스터하고, 고딩 때는 저랑 갯바위 다녀야죠. 
그때까지 우리 바다의 어자원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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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는 오후에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입질해주더니 지금은 또다시 소강상태에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저녁이 되면 폭발적으로 입질이 들어오겠지만, 이제는 슬슬 철수 준비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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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보령권에 조과가 저조해 몇몇 배들이 서천까지 내려온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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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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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연신 흐르는 물에다 둬서 먹물을 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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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신경절단(이까시메)

갑오징어도 먼 길을 공수해 횟감으로 장만하려면 신경을 절단해 오는 것이 좋습니다. 
방법은 사진과 같이 양 눈 사이(미간)를 쿡 찔러 가운데까지 끊어주면 됩니다. 
물론, 횟감으로 공수할 것이 아니라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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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갑오징어 낚시가 처음이라 목표를 스무 마리로 두었는데 그보다 조금 오버된 25마리로 마감했습니다. 입질을 받고 떨군 것도 꽤 많았는데요. 이젠 요령이 붙었으니 다음 출조 때는 떨군 것까지 조과에 포함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날 배에서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50여 수 정도. 10월인 지금은 본격적인 파시여서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잡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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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은 그중에서 그나마 씨알이 큰 녀석으로 골라 몇 마리를 신경 절단해 가져왔습니다. 
다리와 귀 부분은 질기니 순전히 몸통만 썰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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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길게 채 썰지 않고, 일본에서 오징어 회를 내올 때처럼 얇게 저미는 방식처럼 썰었는데 이게 대박입니다. 맛이 평소 느꼈던 오징어와 전혀 다르고 오독오독 씹히다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피니시가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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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생선회 전용 간장에 생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 쪽에 맛의 감동을 두 배 이상 느꼈습니다. 
흔히 오징어 회는 초고추장과 궁합을 맞추지만, 그렇게 먹으면 식감만 있고 달짝한 맛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단맛이 든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얇게 썰어낸 다음, 생선회 전용 간장에 
질 좋은 고추냉이를 한점 올려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의 첫맛은 알싸하다가도 씹으면서 
오는 단맛이 받치기 때문에 식감과 맛 모두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추냉이는 간장에 풀지 말고 한점을 올려 먹기를 권합니다.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게 되면, 성분이 희석돼 고추냉이 고유의 향과 맛을 대부분 잃을 수 있으니까요. 
간장과 고추냉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해 갑오징어 체험 낚시를 마쳤습니다. 먹물은 현장에서 깨끗하게 빼 오는 사람도 있고, 귀찮아서 그냥 가져오는 사람도 있는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징어 먹물은 회를 칠 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빼 오는 것이 맞지만, 만약 숙회와 볶음을 하겠다면 그대로 가져오길 추천합니다. 다만, 쿨러에 통째로 넣어오기보다는 지퍼백을 여러 봉 준비해 현장에서 한 끼 분량(3~4마리)씩 담아온다면, 집 싱크대에 먹물을
묻히지 않아도 되니 정리가 훨씬 수월하겠지요. 

오징어 먹물 숙회를 만드는 방법은 조만간 제 블로그에 소개하겠습니다. 
볶음도 먹물 성분이 맛의 상승 작용을 돕습니다. 먹물만 따로 뽑아다 1~2컵 이상 채울 수 있다면, 차게 
보관해 2~3일 이내에 먹물 파스타를 해 먹는 것도 별미일 것입니다. 
이제 저는 오징어 낚시를 뒤로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주도로 떠납니다. 
서귀포 섶섬, 관탈도, 형제섬 넙데기를 순회공연했던 2박 3일 제주도 낚시여행,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서해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 문의
무창포 프로낚시(에이스호) : 041-93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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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댓글
19 솔머리 15-10-08 19:00 0  
입질의추억님 오랜만입니다. 바다 풍광이 눈에 익는다했더니 오력도와 동백정이군요. 멋진 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9 입질의추억 15-10-13 08:48 0  
네 근처까지 가서 낚시했는데 요즘 바다가 좁을 정도로 낚싯배들이 엄청 많네요. 페북에서 농어 소식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1 기태 15-10-09 10:08 0  
서해안 낚시 중 제일 부러운 것이 바로 쭈갑낚시....ㅎㅎ
1 입질의추억 15-10-13 08:48 0  
그 황량한 자원 중 가장 내세울 만하지요. ^^
1 통영이좋아 15-10-11 13:21 0  
갑자기 마지막에 침 삼키고 갑니다^&^
그나저나 어찌그리 자세히 수려하게 적으시는지
감동합니다.
1 입질의추억 15-10-13 08:49 0  
갑오징어회를 이번에 처음 맛 봐는데 무늬에 필적하더만요. ㅎㅎ
감사합니다.
1 퇴촌 15-10-12 12:04 0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지난주에 그곳부근에서
약40수했습니다.떨군것이 10마리쯤 되구요. 잘보고갑니다.
1 입질의추억 15-10-13 08:49 0  
맞아요. 떨군것만 잘 해도 조과가 두배 가까이 향상되겠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장유낚시사랑 정기출조라
고성으로 선외기 갑오징어 쭈꾸미 다녀왔습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추위에 무지 떨었네요.
쭈꾸미는 씨알이 무지 크더라구요.
갑오징어는 수면에서 자꾸 빠져서 큰건 다 놓치고 ㅎ
두족류낚시도 은근히 매력이 있는듯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66 입질의추억 15-10-13 08:51 0  
남해도 주꾸미가 나오나봅니다. 크기가 거의 낙지 수준일 것 같으네요. ㅎㅎ 서울은 초겨울 날씨 같습니다. 마음은 통영 거제에 있는데 몸이 쉽게 움직여주지 않네요. ㅎㅎ
1 블랙러시안 15-10-14 17:24 0  
안녕하세요~ 블랙러시안입니다.

조행기 잘 보았구요...
html 소스를 살펴보니 이미지 소스 앞에 width=600 으로 모두 설정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진 올리실때 크기를 강제로 입력하신게 아닌가 싶구요...
이전에 올려진 글들은 그러한게 없고, 740픽셀로 잘 나옵니다~~

일단 제가 소스 부분 수정을 해드렸구요, 다음에도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게되면 다시 한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어복부인님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
1 입질의추억 15-10-14 23:41 0  
안녕하세요. 크기를 입력한 적은 없었는데
어쨌든 해결되서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
1 감시만 15-10-14 18:15 0  
갑오징어!! 맛있는 놈 먹고 싶네요!!!
즐낚, 수고 많았습니다.
1 입질의추억 15-10-14 23:42 0  
감시만님 안녕하셨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접시 떠서 소주 한잔 같이 하고 싶으네요. ㅎㅎ 요새 시간이 없어 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답니다.
즐 즐낚하십시요~!
1 도다리눈깔 15-10-21 01:03 0  
언제봐도  입질님  조행기는  찰칩니다  즐겁게  잘보고  갑니다
9 팬톰 15-10-24 11:00 0  
님글  보니 갑자기  갑오징어가  땡기네요~! ㅎ
다녀오기는 해야겠는데...서천이나 흥원까지  운전이?
글잘보고 갑니다!...제주에서 잼난 여행되시길...저도 담주에  제주로!
1 효성짱 15-11-07 11:13 0  
실감나는 조행기였네요 잘보았습니다
제가사는 제주도에도 갑오징어가
가끔나오나 무니오징어가 더많아서
갑오징어는 그닥 잡는분들이 안계시네요
볼락대물시즌이시작되었으니
제주오시면 왕사미한번 노려보시죠
1 입질의추억 15-11-17 13:18 0  
왕사미 시즌이군요. 저는 루어가 영 서툴어서 ㅎㅎ
즐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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