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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부터 형수가 심하게 몸살을 한단다. 웬일일까? 속칭 “원더아짐”이라는 사람이 몸살을 하다니......,
03시경에 하청에서 무늬오징어 낚시를 하던 팀과 만나 라면으로 새벽 허기를 달래며 감성돔을 쫓아 헤매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게로 돌아오니 오전 11시가 다되었다.
근데 형수가 말끔히 차려 입었다. “형수야 오데 갈끼가?” 했더니 잘 아는 동생 병문안 간단다. 잠시후 형도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무슨일인데 형도 옷을 갈아입고 나오노?”하니까 형이 그때서야 부연설명을 해준다.
“응 그러면 나도 가자요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세 번째 만난 인연인데 함 갔다 오고 싶다. 이미지도 참 좋고 소주를 마셔도 취하지도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던 사람이 어쩌다가?” 하니 “피곤할텐데 갔다와도 괜찮나?” 하길래 “괜찮다 가보자” 했더니 그래보자고 한다.
차가 칠천도 옆 바닷길을 달려 장목쪽으로 갈 때 형수가 그간 동생과 있었던 일들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오디오 볼륨을 줄이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듯 거가대교라 세사람은 침묵속으로만 빠져든다. 지칠줄 모르는 네비양만 종알종알~
“고신대학교병원” 낮설지 않는 곳이다. 그간 어머니 때문에 숱하게 들렸었고 아직도 들려야만 할 병원......,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형수를 꼬셔서 물회를 먹었지만 아마도 형수랑 형은 쓰디쓴 물회맛이 아니었을까?
5병동 714호실 거긴 낮선 사람들만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간호사실에 물어봤더니 어제 8층으로 옮겼단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살짜기 엘리베이터를 눌러볼까 하다가 계단으로 8층을 올라가서 간호사실에 물어보니 바로 옆방에 환자가 있단다.
“환자가 잠들었으니 절대 깨우지 마라. 잠에서 깨어나면 진통 때문에 견디지 못한다”라는 당부말이 귀 뒤로 들려오고 열린 병실 출입문으로 송도 앞바다 바람이 쉴세 없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창백하다 못해 백지장 같이 하얀 얼굴. 풍성하던 풍채는 야윈 갈비뼈가 보이는듯 하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주사약은 세 개나 매달려 생명 같은 방울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순간 먹먹해진다. 한참을 말없이 수면에 빠진 그를 지켜보고 있으니 간호하던 와이프가 밖으로 나가자며 잠시 이야기를 꺼낸다.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된 병이라 그간 경황도 없었다며......,
간호하던 와이프도 알아보지도 못하고 강력한 진통제 없이는 잠시라도 견디지도 못한단다. 그러면서 아마 지금쯤 잠시 일어날 때도 되었다며 잠시 다시 보고 가란다. 형은 “진통이 심한 사람 깨우지 말고 그만 가자”며 애써 아픈 맘을 달래고......, 잠시후 환자가 잠시 뒤척이는가 싶더니 와이프가 “보고 싶어 하던 형수 왔다”는 말에 살짜기 반응을 한다. 평소엔 전혀 알아듣지도 보지도 못한다던 그가~
비닐 장갑을 끼고 형수가 나지막히 “준아~ 내 왔다”하자 거짓말처럼 눈이 뜨이는데 초점하나 없는 하얀 눈동자지만 형수를 또렷이 쳐다보는 듯했다. 환자를 잡은 형수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서 이야기도 하고 바닷바람도 쐬러 가보자”하자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가 가볍게 끄떡여진다. 반응이라곤 일체 없었던 사람이......,
병실을 나오자 손 세척기로 소독을 하라며 권하길래 자세히 쳐다보니 말기 암환자 병실이었다. 저들의 삶은 얼마나 남았을까?
바보처럼 울지 않겠다던 형수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다. 고개를 숙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충혈된 눈 가득히 어디서 저렇게 많은 눈물샘이 숨어 있었는지 하염없는 눈물만 흐르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가면서 그늘막에 잠시 쉬라 하고 편의점에서 생수랑 냉커피를 사왔더니 병에 든 냉커피를 따서 마시지 못할 정도로 떨고 있어 병을 따주었더니 얼마나 목이 탔는지 겨우 한 모금 마신다. 형은 연신 힘내라며 등을 토닥이고 있었고......,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를 피하려 창문을 올리고 에어컨을 틀고 달리자 형수가 “너무 답답하다”며 창문을 열기에 “형수야 공기가 탁하고 열기(熱氣)만 올라와 더 답답할끼다”하며 한참을 달려 을숙도대교가 보이길래 거기서부터 거가대교까지 창물을 열어제끼고 달리며 음악도 빠른걸로 볼륨을 높여 틀었더니 속이 좀 후련해졌나 보다. 평소 시끄러운 음악이라면 질색을 하던 형도 앞자리에서 아무말도 없이 창밖만 내다보고 있고......,
한참을 달려 장목쪽으로 내려서자 형수가 푸념처럼 또 말은 잊는다.
“준이와는 누나 동생하며 친 남매 이상으로 지내는데 늘 준이는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누나가 안쓰러워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자기가 오빠로 태어나고 형수는 여동생으로 태어나서 늘 챙겨 줄테니 형수 가족이랑 우리 가족이랑 큰 이층집 지어 윗집 아랫집 살자” 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며 마른 코를 휑 하니 푼다.
가게에 도착하자 다시 어색한 침묵으로 빠져 드는게 싫은지 형수는 음악 볼륨을 높이고 난 냉수 한사발을 들이키고는 슬그머니 도망쳐 나왔다.
여기에 나오는 박*준이라는 사람은 2011년 10월 3일 작성된 조행기 “우째 이런일이”에 실렸던 사람이다. 그날은 필드스텝 장가 가는 날이라 형수는 예식장 가고 형은 오랜만에 조사님들과 감성돔 꼬시려 가던날이라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데 박*준이라는 사람은 친구랑 낚시 왔다가 친구만 낚시하러 보내고 자긴 하루 왼종일 가게를 지킨 사람으로 벌써 알고 지낸지가 10년이 넘었단다.
날씨도 좋고해서 출조를 했나 싶어 가게로 전화를 하니 형수가 전화를 받더니 형은 손님들과 낚시 갔다며 “동생녀석 생각에 아려서 아무것도 못하겠단다. 갔다 온날은 속이 허해서 밥을 먹는데 한그릇 먹고 더 먹어도 배가 안불러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배고프다니 은비가 라면 끓여와서 그것마져도 먹었단다 그래도 그 허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단다(평소 하루 왼종일 공기밥 한그릇이면 배가 부르다던 형수다) 그러면서도 4일은 물 한모금 못 삼키고 굶는 동생은 배가 얼마나 고팠을까?하며 그만 고통스럽게 하고 차라리 데려 갔으며 좋겠다고 참을 수 없는 그 고통을 안타까워도 하다가 병간호 하던 박*준이 집사람이 전화를 안 받는다”며 하도 서럽게 우는지라 더 이상 통화가 불가능하여 끊고 말았다.
형수가 내 뱉은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아른거린다
“왜 좋은 사람들은 하늘이 빨리 데려가냐고?......,”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의 한사람인 소포클레스의 “오늘 내가 헛되게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가 떠 오른다.
우연낚시점 앞길에 있는 밭인데 손바닥만하게 보리를 심었나봐요.
수확이 끝나고 보리낱알이 떨어졌는데 속칭 우연애인님과 그 보다 더 연배가 많으신 어른이 쪼그리고 앉아 허망한 세월 같은 알갱이를 줍고 있더군요.
어디에 쓰실건가 여쭤볼려다가 말았네요
무의미한 질문 같아서요
다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들 삽시다!
어르신들 머리위로 따스한 햇살이 참으로 눈부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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