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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이일

솔머리 2 2,853 2012.07.24 10:55
 

무박이일

2010년 7월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 3시 20분, 비몽사몽 정신없이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 눈곱만 떼어내고 간단하게 아침밥을 챙겨 먹은 다음, 낚시가방과 짐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동이 트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길, 종천과 비인을 지나 발전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지났다. 하절기라서 그런지 날이 제법 훤하다. 서둘러 낚시가방과 무거운 밑밥통을 둘러메고 10여분 정도 북쪽 방조제 포인트로 이동하여 낚시가방과 짐들을 정리한 다음 채비를 하고 나니 4시 40분이 조금 지났다.

   낚시를 하기 전, 먼저 포인트 앞쪽에 밑밥을 서너 주걱 뿌려준 다음 낚싯바늘에 싱싱한 미끼를 끼워서 '한 마리 물어봐라~~'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면서 케스팅을 한다.

   어스름한 새벽바다에 빨간 케미를 단 막대찌가 소리없이 흐른다. 호수같이 고요하고 잔잔한 새벽 바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입질을 기다리는 가슴 두근거리는 이 순간이 매우 좋다. 바람 한 점 없고 약간은 무덥기도 한 날씨지만 낚시하기에는 바다 상황이 너무 좋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무언가 물어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느낌은 좋은데 10분이 지나고 20분, 그리고 30분이 지나도 빨간 케미를 단 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30여 분 쯤 흘러갔을까? 미세한 조류를 따라서 느릿느릿 흘러가던 막대찌가 소리 없이 물 속으로 사라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질이다. 잽싸게 챔질!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잠시 후 별다른 저항없이 올라오는 것은 겨우 20센티 정도 되는 아가야 우럭이다. 이후에도 조류는 계속 미약하게 흐르고 막대찌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다시 10여 분이 지나고 간조 시간 무렵 다시 1호 막대찌가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간다.                                                     
   두번째 입질이다. 힘차게 챔질, 걸렸다. 이번에는 묵직한 느낌이 무언가 큰놈이 걸린 것 같다. 오랜만에 낚싯대가 멋지게 포물선을 그린다. 잠시 후 낚싯대를 곧추세우고 릴링을 하자 쿡쿡하면서 아래로 처밖는 폼이 분명 감성돔이다. 2~3분 정도 릴링을 한 다음 물 위에 띄우자 역시 씨알 준수한 감성돔이다. 뜰채로 올리고 보니 두 뼘 가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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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좋은 감성돔 입질 이후 물돌이 시간이 지나고 황금 물때라는 새벽 초들물 시간, 부지런히 밑밥을 뿌려주면서 1시간 가까이 낚시를 했는데 다른 입질이 없다. 간조 시간과 달리 조류 흐름도 거의 없고 지루하게 초들물이 진행될 무렵 또다시 막대찌가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세번째 입질이다. 재빠르게 챔질, 이번에도 무언가 걸렸다. 그런데 아까보다는 느낌이 조금 가볍다. 올리고 보니 아쉽게도 4짜 숭어다. 이후 초들물이 끝나갈 무렵 얼마 남지 않은 밑밥을 모두 뿌려 준 다음 '한 마리 물어 봐라!' 또다시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면서 힘차게 케스팅, 한 5분 정도 지났나? 다시 막대찌가 쑤욱~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네번째 입질이다. 힘차게 챔질, 이번에도 무언가 묵직한 게 걸렸다. 또다시 낚싯대가 활처럼 포물선을 그린다. 그런데 낚싯대를 세우고 릴링을 하는데 왠지 느낌이 수상하다. 손맛이 묵직하기는 한데 아래로 쿡쿡 쳐밖는 느낌이 없다. 1~2 분 정도 릴링을 한 다음 물 위에 띄우자 아니나 다를까 5짜 숭어다.  그렇게 초들물이 끝나가고 중들물이 시작될 무렵 준비해간 밑밥도 어느새 바닥이 났다. 아침 황금 물때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있지만 내일을 기약하면서 오늘은 이만 낚싯대를 접는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낚시를 했다. 두 시간 남짓 낚시를 하면서 묵직한 숭어 손맛을 세 번이나 보고 기대했던 감성돔 손맛까지 보았으니 오늘 낚시는 대만족이다. 서둘러 채비를 걷고 집에 오자 8시 20분이 지났다. 대충 낚시 짐을 정리한 다음 샤워를 하고 사무실에 출근하니 9시 10분 전이다. 다행히 평소보다 30여분 밖에 늦지 않았다.

   새벽 낚시를 가느라 잠을 설쳐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 일을 하는 데 집중도 되지 않고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월초라서 손님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오후 1시, 점심을 먹고 나자 하품이 절로 나오고 눈꺼풀도 차츰 무거워진다. 날씨도 후덥지근하고 몸도 피곤하여 어디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낮잠이라도 한숨 자고 왔으면 좋겠다. 무거운 몸으로 결재하랴 손님들 접대하랴,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

   오후 6시 반 퇴근 길, 친구의 자혼 피로연장에 들렀다. 피로연장에서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나니 7시 반이 지났다.  저녁 8시, 위원장과 실과장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다. 바쁜 일정 때문에 저녁식사는 각자 해결하고 사무실에서 서너 시간 정도 수담을 나누기로 하였다. 한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오랜만에 수담을 나눴다. 처음 한두 시간 동안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 피곤해서 그런지 오늘은 집중도 되지 않고 수담 나누는 재미도 예전만 못하다. 11시가 넘어가자 조금씩 승부가 기울기 시작한다. 그래도 두세 시간 정도는 나름대로 선방을 했는데 1시간 정도 남겨 놓고 그만 손실을 보고 말았다. 마지막 끝나기 5 분 전 쯤 만회 할 기회가 왔는데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수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자정이 넘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12시 30분이다.

   힘든 하루였다. 그러니까 어제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바다와 사무실과 연회장, 그리고 또다시 사무실을 오가면서 무려 스무 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하였다. 이 나이에 무박이일의 강행군을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준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모두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체력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저러나 내일은 피곤해서 새벽 조깅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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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거제우연낚시 12-07-27 02:03 0  
정말 부지런 하십니다. 밤이 깊어 약간의 졸음도 밀려 오는 시간 인지라 체력이 부럽기도 합니다. 전 낚시는 못하지만 올려 놓으신 글로 손맛 눈맛 몸맛까지 잘보고 갑니다
솔머리 12-07-27 15:32 0  
우연님 어떻게 마음은 추스리셨는지요, 소중한 인연을 잃은 마음의 상처는 크시겠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마음을 추스리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우연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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